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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영상문화에 열광하며 책에서 제공하는 소설보다 텔레비전과 극장에서 제공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쉽게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그것은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는 동시에, 한층 정돈되어 받아들이기 편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편에서는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영상문화가 우리의 창의력을 갉아먹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법정 스님은 "텔레비전 프로를 머리에 가득 채우는 것은 영양가 없는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넣는 것과 같다"며 영상정보를 받아들이는 행위를 강력하게 꾸짖는다.

 

나 역시 무분별한 영상문화에 노출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의 시대적 조류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날과 같이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면 우리들은 각종 영상정보를 취하되 그것을 나름대로 고찰해본 뒤에 판단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책의 저자 니콜라스 미르조에프는 우리들이 영상문화를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기준' 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고 머릿글에서 밝히고 있었다.

 

영상문화란 무엇인가?

 

영상은 시각적(이미지)으로 현실세계를 이해하는 도구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문화는 어떤 사회에 있어서의 네트워크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그러므로 영상문화는 시각적(이미지)인 도구로서 사회의 네트워크를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정의된다.

 

영상문화의 역사

 

그런데 사람들은 고대부터 시각적 정보(그림)를 매개체로 현실을 판단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생동감 있는 사실을 얻기 위해 개발된 것이 원근법이며, 나중에 가서는 색채의 조절까지 현실세계를 나타내고자 하는 기법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원근법이라는 것이 화가의 기준에 따르는 것으로 이해되면서 사실성은 떨어지게 되었고, 후에 나타난 사진에게 그들의 역할을 물려주고 그림은 초현실주의와 같이 화가들의 개성을 표출하는 도구로 발전된다.

 

한동안 사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주는 수단으로서 각광받았지만, 사진기술이 시간이 지나면서 디지털화 되고 조작 가능한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가상성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영상문화의 횡단문화로의 변이

 

이렇게 가상성의 시대에서의 영상문화에는 그것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있다. 그것이 권력의 표출일 수도 있으며,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단순한 거짓일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접하는 영상문화라는 것은 어떤 이의 관념이 적용되어 나타난 산물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영상문화에 내포되어 있는 관념들이 과거에는 대체적으로 백인들의 관점이었으며, 남성상의 관점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신대륙탐험의 결과로 인한 백인과 흑인의 만남에서 힘의 우위에 있었던 인종이 바로 백인종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흑인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단순히 지능이 매우 뛰어난 원숭이 정도로 인식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에서 많은 식민지배의 갈등이 일어났고, 그 결과 이 책에서 예로 든 콩고에서는 횡단문화가 뿌리내리게 되었다. 즉, 아프리카 문화와 유럽의 문화가 서로 뒤섞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콩고의 원주민에게만 횡단문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그곳에 정착했던 백인들 역시 흑인들의 문화를 접하면서 그들의 문화에 동화되어 갔다. 이렇게 두 가지의 문화가 어느 것의 우열에 관계없이 하나로 엮이게 되면서 우열관계는 희석되어 갔다.

 

영상문화에서의 성의 관념

 

성의 관념에 있어서 여성성은 심한 차별을 받아왔는데, 그 중에서 흑인여성의 차별은 매우 심했다. 조금이라도 비정상적인 성기를 가지고 태어나면 거세의 대상이 되었고, 그것도 모자라 유럽인들은 비정상적인 신체적 결점을 가지고 있는 흑인 여성에게 치욕스러운 공격을 가했다. 한편 양성성은 절대로 인정되지 않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때문에 양성성을 가진 인간들은 성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행위의 일환으로 성기절단을 당했다. 이렇게 양성성을 탈피해 성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행위는 정상인으로 변하는 과정으로 인식되었다.

 

정상적인 인간, 그것은 곧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존재로서의 변신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 정체성을 찾고자 행해졌던 과거의 행위들이 오늘날 미용의 개념으로 발전하여 성형수술에 까지 이어진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일어나는 외모지상주의는 문화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영상매체에 적용된 시각들

 

텔레비전의 드라마와 영화에 내포된 문화우월주의의 시각들. 이것은 현재의 우리들에겐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영상매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자신의 뜻을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는데 이것은 이 책에 예시되어진 것들 말고도 우리의 영화에서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이 책에는 SF영화를 토대로 현재의 자본주의ㆍ공산주의 체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영화들을 많이 보여주는데 우리나라의 영화에서도 그와 유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영화들이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미군부대의 화학약품으로 인해 생겨난 괴물을 통해 제국주의의 추악한 단면을 드러내어 미군부대의 철회의 목소리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영상문화

 

우리들은 전 세계가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초고속 시대에 살고 있다. 그것은 갈수록 전 세계의 문화의 횡단이 빠르게 이루어 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는 다이애나비의 죽음을 예로 들면서 다이애나 비를 추모하는 전 세계적인 물결로 인해 발생된 글로벌 영상문화의 현상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는 모든 문화들이 서로 상호보완적이 될 것이고, 이 때문에 미래에는 엘리트 문화라는 개념이 상실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한다. 글로벌 영상문화는 여러 곳에서 발생된 문화들의 혼합체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우리들은 그러한 상황을 인지해야 눈앞에서 드러난 문화들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우리의 눈앞에 드러나게 되었는지를 간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비록 쉽진 않았지만 개개인의 내면에 있는 관점을 전달하기 위해서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계속적으로 이미지를 이용해 왔다는 사실과 그 역사를 알려주었다.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간파할 수 있는 능력. 책에서는 행간을 읽는 능력이라고 칭하는 이 능력을 단숨에 얻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을 간파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바탕공부의 토대가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며, 여러 곳에서 만들어진 영상문화를 많이 접하면서 따져보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야만 비로소 영상문화의 행간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비주얼 컬처의 모든 것 - 생각을 지배하는 눈의 진실과 환상

니콜라스 미르조에프 지음, 임산 옮김, 홍시(2009)


#니콜라스 미르조에프#비주얼 컬처의 모든 것#단예#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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