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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참석 않고 봉하마을 분향소 지킨 김두관

 

참여정부 첫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전 장관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마음 같아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최소한 내각 총사퇴하고,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 기조를 바꿔 국민, 야당과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조금이라도 용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김 전 장관은 2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고, 봉하마을 분향소를 찾아오는 조문객들을 맞았다.

 

김 전 장관은 "검찰이 객관적 사실도 아닌데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언론이 확대 재생산해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기소 독점을 개혁해야 한다"면서 "비용이 들더라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을 만들어야 하고, 제도개혁을 통해 검찰 권력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제2촛불이든, 어떤 행태로든 이 정부를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민분향소를 막은 것 등에 대해, 그는 "이명박 정권은 너무 겁을 먹었다, 그렇지 않고는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이번 장례 기간을 통해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인지 명백히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다음은 김두관 전 장관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본심과 다르게 비난한 사람들이 많이 미안해하는 것 같다"

 

-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언제 들었나.

"남해 내산 휴양림 산악 마라톤 개회식 직전에 연락을 받았다. 김종대 전 열린우리당 경남도당 사무처장한테서 휴대전화로 문자가 왔다. 뇌출혈로 부산대 양산병원에 입원한 것 같다고 했다. 산악마라톤대회 개회식 인사하기로 했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인사도 못하고 바로 내려왔다."

 

- 그 때 느낌이 어땠나.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생각했다. 호흡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

 

- 이제 장례식이 끝났는데.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왔다. 고향의 포근함을 느끼며 환경 농법과 생태보전운동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국민 속으로 들어와 새로운 대통령 퇴임 문화도 만들었다. 그런데 '박연차 사건'으로 모욕을 당했다. 검찰이 객관적 사실도 아닌데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언론이 그걸 확대 재생산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노 전 대통령은 떠났지만, 그가 추구했던 가치는 남았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 개혁을 통해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를 만들려고 했다. 경제·사회적 약자, 서민들이 잘 사는 사회, 또 땀 흘리는 대가가 실현되는 사회를 희망하고 추구했다.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렇게 애통해 하는 것 같다. 고인의 뜻을 어떻게 발전시킬까 하는 과제가 남았다.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잘 받아안을 수 있을지 두려움도 든다."

 

- 봉하마을에 조문객 100만 명이 다녀갔다, 왜 조문객이 많았다고 보나.

"사람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를 뒤늦게나마 정확하게 인식하고 발견한 게 아닌가 싶다. 이야기했듯이 노 전 대통령은 특권과 반칙이 없는, 자율과 분권의 사회를 만들려 했다. 사람들은 그런 가치가 노무현 정권에서 완성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5년의 시간 안에 그런 게 완성되겠나.

 

참여정부는 최선을 다 했지만,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았다. 섭섭해 하며 비난하고 몰아붙였다. 결국 사람들은 더 잘 살게 해줄 것 같은 이명박 정권을 선택했는데,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일자리는 없어졌고, 남북관계는 무너졌다. 여기에 실망하며 사람들이 '진짜 노무현'을 발견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참여정부를 비난할 때 본심과 다르게 거기에 휩쓸려 갔던 사람들이 많이 미안해하는 것 같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몰상식에 많이 분노하는 것 같다. 용산참사와 여러 비민주적 행태, 이명박 정부는 지금 국민에게 얼마나 잔인한가. 잔인한 정부에는 미래가 없다. 조문 행렬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엄청난 경고라고 본다."

 

"검찰권 남용 막지못한 민주당에도 책임 있어"

 

- 지금 이 시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를 압축적으로 설명한다면.

"노무현의 정치는 서민대중들의 희망이 아니었나. 보통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또 권위주의 타파를 통해서 특권과 반칙 없애려 했던 것.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국민 속으로 내려오는 대통령. 사람들은 노무현을 통해서 그런 걸 발견했다."

 

-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들이 아직 많이 실현되지 못했다. 어떻게 계승 발전시킬 것인지를 정치권이 고민했으면 한다."

 

- '친노 세력'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

"지난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개혁진영이 연대해 한나라당이 지지하는 후보를 이겼다. 또 울산에서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이뤄 승리를 거뒀다. 이는 진보진영에게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큰 틀에서 하나가 되라는 국민이 내린 명령이라고 본다. 친노, 민주당, 진보진영 그리고 시민사회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연대해야 한다. 그것이 몸을 던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본다."

 

- 진보개혁 역할을 '친노 세력'이 할 수 있다고 보나.

"노 전 대통령은 돌아가셨지만, 그의 가치관은 남은 것 아닌가. 친노 그룹끼리 모여서 가치를 이어가는 게 아니라, 그걸 뛰어 넘어 하나의 진영을 잘 키워야 한다. 민주 개혁진영이 큰 틀에서 힙을 합쳐야 한다. 국민과 함께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고 반듯한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이 노 전 대통령의 유지라고 본다."

 

- 민주당은 박연차 사건 때 노 전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가 서거 이후에는 다른 태도를 보였는데.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죄인 아닌 사람이 있겠나. 야당으로서 검찰권 남용을 당당하게 제어하지 못한 책임에서 민주당은 자유로울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이 외부의 공격을 받을 때 적극 방어하지도 못했다."

 

- 검찰 수사에 대해서 지적하고 싶은 게 있나.

"우리나라는 검찰 공화국이란 말이 있지 않나. 검찰에 기소권이 독점돼 있다. 저렇게 야만적이고 국민을 섬기지 않는, 선출되지 않는 권력에게 너무 많은 칼을 쥐어 줬다. 이번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검찰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한편으로는 몽둥이를 미친 검찰에 쥐어 준 정치권의 책임도 있다. 이번에 검찰의 기소 독점을 개혁해야 한다. 비용이 들더라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제도개혁을 통한 검찰 권력 남용을 막지 않으면, 민주화 운동을 통해서 이룩한 제도적 민주주의 발전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은 이번 기회에 그걸 논의해야 한다."

 

-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데.

"마음 같아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고 싶다.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내각 총사퇴하고,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국정 기조를 바꿔 국민, 야당과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조금이라도 용서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말로만 국민을 섬기겠다고 하는데, 주변에서도 효도하겠다는 사람 치고 효도하는 사람 못 봤다."

 

- 그런 주장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정쟁에 이용하려 한다고 하는데.

"그건 대통령이 몸을 던져서 밝힌 정신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이번 일을 정치 공세로 이용하려는 사람은 역사의식도 책임감도 없는 사람들이다. 자성의 계기로 삼고 미래를 향해 좀 더 숙고해야 할 것이다."

 

-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어찌 될 것 같나.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망치는 이 정부에 항거할 거라고 본다. 제2촛불이든, 어떤 행태로든 이 정부를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 같다."

 

"제2의 노무현? 그런 인물은 없을 것이다"

 

- 행자부장관을 지냈는데, 경찰이 시민분향소를 통제하고 서울광장을 막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노 전 대통령이 그냥 돌아가신 게 아니지 않나. 그런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시민을 막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상식이 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너무 겁을 먹었다. 그렇지 않고는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이번 장례 기간을 통해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비민주적인지 명백히 드러났다."

 

- 정부는 만장에 쓸 깃대도 문제 삼았는데.

"만장이 죽창으로 쓰일 우려 있다는 이야기는 해외 토픽감이다. 서울광장 개방도 자발적으로 한 게 아니고, 국민들이 강하게 요구하니까 마지 못해 했다. 노 전 대통령을 편하게 보내드리는 것도 어렵게 하다니."

 

- 7일장 치르는 동안, 한나라당 인사들이 조문 왔다가 쫓겨나기도 했는데.

"국민들이 말하지는 않지만, 누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 감정의 자연스러운 표출이라고 본다. 예전 같았으면 '짱돌' 날아갔을 것이다."

 

- 노 전 대통령은 왜 죽었다고 보나.

"유서 속에 상당 부분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소식 듣고 올라오면서 노량해전 현장을 건넜다. 이순신 장군 순국과 노 대통령 서거가 겹치더라. 죽음을 통해서 영원히 사는 길, 풍전등화 같은 나라를 위해 이순신 장군이 그렇게 하지 않았나. 노 전 대통령은 피 땀 흘려 이룩한 민주주의가 다시 반동으로 돌아가는 이 상황에서 온몸을 던졌다."

 

- 제2의 노무현이 나올까.

"전무할 것이다. 그런 인물은 없을 것이다."


태그:#노무현, #김두관, #봉하마을, #참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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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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