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당신은 남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떠나셨습니다.'

-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7일 내내 분향소에는 사랑이 넘쳤다. 사람들은 감격스러울 만큼 넘치는 사랑에 오히려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와 울지 않으려고 두 눈을 껌벅거리며 허공을 바라보아도 헛일이었다. 그의 사진만 멀리서 보아도, 육성만 들려도, 분향을 하려고 길게 늘어선 행렬만 보아도 발길보다 눈물바람이 앞섰다.

 

여고생의 가슴 저미는 편지가 사람을 울리고,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가 줄도 맞추지 못한 채 써내려간 몇 마디 편지에 다시 눈물이 보태졌다. 7일 동안 참으로 숱한 사람들이 울었다. 눈물은 마르지 않는 바다였다. 만삭의 아낙, 검은 치마저고리를 입고 아이들에게도 검은색 옷을 입힌 채 아이들 손을 잡고 예를 갖춰 문상한 일가족, 반바지에 짧은 치마를 입고 '양말을 신지 않아 죄송하다'며 쑥스러워하며 문상하던 청년, 처녀들. 싫다는 대학생 딸을 오토바이에 태워 데리고 와 문상을 시킨 50대 어머니. 점심시간에도 저녁수업이 끝난 후에도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늦은 밤에도 문상을 하던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

 

모두가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하며 손등으로, 손바닥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누가 시킨다고 멀리서부터 눈물 댓바람을 할까, 애통해 하며 통곡할까. 그 사람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어, 저리 서럽게 흐느끼며 울까. 자기일도 바쁜데 식은 김밥 한덩이 먹어가며 왜 하루 종일 국화꽃을 나눠 주고 음료수 뚜껑을 따 주고 떨어진 쓰레기를 치울까.

 

그건 사랑이었다. 내가  남을 사랑하고 남은 또 남을 사랑하는 중이었다. 미소를 띠고 있는 영정사진 앞에는 '노무현 대통령께' 올리는 흰 국화꽃이 끝도 없이 쌓여 한시간에도 몇 차례씩 치워야 했다. 평소 노 대통령이 즐겨 피웠다는 담배가 수북하게 쌓이고 어른들로부터 여고생, 중학생, 초등학생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눈물방울이 번진 편지, 편지, 편지를 바쳤다.

 

올 여름방학 때 봉하 마을에 가서 노대통령께 직접 드리고 싶어 샀다는 밀짚모자를 울면서 들고 와 영정옆에 가지런하게 달아놓은 중학생, 노대통령과 꼭 닮은 초상화를 그려 가지고 온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 사과 한알 올려놓은 5살배기, 과자 한봉지 사다 놓은 유치원 어린이, 조문객들이 태워 올린 숱한  담배가치, 막걸리, 소주. 국화 다발. 상주노릇하고 자원봉사자 하느라고 고생한다며 '김밥, 빵, 음료수, 물 등을 사다주면서 오히려 계면쩍어하던 많은 시민들.

 

자원봉사자들은 시민들이 사 가지고 온 음료수와 물을 문상객들에게 일일이 나눠 주었다.

이런 초상집이 또 있을까. 29일 오후 5시 서산시민 분향소에 조촐한 제상이 차려졌다. 상주는 7일 내내 분향소를 지킨 신준범 서산시시의원이 했다. 함께 상주노릇을 하던 맹정호 전 청와대 행정관이 이날 새벽 모시던 노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배웅키 위해 상경했기 때문이다.

 

제사는 분향을 온 어린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고등학생도, 일반시민들도 참례해 영전에 잔을 올렸다. '노대통령 서산시민 추모위원회는 29일 오후5시까지 노대통령 시민분향소에는 7일동안 모두 1만3000여명의 시민들이 분향을 한 것으로 집계했다.


#바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