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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1970년대의 하이에크로부터 출발한 신자유주의. 그의 '예종에의 길'은 계획경제로 무너져가던 경제흐름을 일시에 전환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무분별한 글로벌 시장위주의 기치를 내걸고 그가 미처 예상치 못했던 기득권층의 탐욕과 맞물려 '방종에의 길'로 빠졌다. 그로 인해 전 세계인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이 시대는 바로 공황의 시대이다.

 

이런 공황의 여파의 중심에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책이 나타났다. 토머스 소웰의 <경제학의 검은 베일>이 바로 그것인데, 이 책은 재미있는 논리를 가지고 신자유주의가 무너져 가고 있는 시대에 제3자(정부)의 개입을 줄여서, 관련 있는 자들(고용자와 피고용자, 판매자와 구매자)의 선택의 폭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외치는 논리의 중심에는 '통계'라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 그리고 그는 마크 트웨인의 발언을 인용한다.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그는 통계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그것의 거짓은 "동일조건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는 통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객관성(동일조건)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차별들. 남녀차별, 소득차별,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차별들이 잘못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가 마련한 각종 통계자료를 인용하여 그것들의 비교가 "사과와 오렌지의 비교"라고 주장한다.

 

사과와 오렌지의 비교?

 

남녀차별에 대해서는 "고용주가 남녀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남성과 여성의 역할의 차이 때문에 드러나는 객관적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여성들은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고려해야 하므로 사회에서의 동등한 경험과 그에 대한 대우는 얻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빈부격차의 증가에 대해서는 "자료에 제시된 인물들은 과거와 현재의 기준으로 동일 인물의 비교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결론 내릴 수 없고, 오히려 과거의 저소득층이 계속 저소득층으로 남지 않고 연륜을 쌓게 되면 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빈부의 격차가 늘어난다고 하는 고정관념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소득통계는 일정 시간동안 벌어들인 양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그것이 부자와 빈자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통계범주에 포함시키면서 "백인이 흑인을 차별했다면, 아시아인은 백인을 차별했을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것은 인종의 차별이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 교육의 차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빈곤층의 자녀가 사회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부자들의 자녀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제3 세계의 착취는 해외원조였다?

 

그는 제 3세계에 관련된 제국주의화와 착취행위에 대해서도 그것은 착취가 아니라 해외원조의 성격이라면서 반박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원조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 중국 등은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의 보수들이 항상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후진국에 머물렀을 것이다"와 비견될 만할 망언을 내뱉는다. 그는 이러한 논리에 코트디부아르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미국의 해외원조는 이익을 얻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며 착취의 목적으로 접근한 것이 결코 아니라고 반박한다. 

 

이 책의 전부가 무너져가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에 깔린 관념들을 단지 고정관념일 뿐이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제저격수의 고백>이라는 책을 보면 이 책의 저자가 하는 주장은 그들, 보수주의자를 옹호하기 위한 헛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저격수의 고백>이라는 책에서는 제3세계의 자원을 빼앗기 위해 어떤 행위를 했는지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저자가 믿는 통계라는 것이 '한 꺼풀 벗겨내고 철저히 조사하면 진실이 드러낸다'는 생각과는 달리 '처음부터 엉터리'라는 것을 책에서 쉽게 발견된다. 미국의 경제저격수는 그들이 침투한 나라에 필요한 각종 산업지표들을 몇 배나 부풀려서 도저히 갚을 수 없을 정도의 빚더미를 만들었으며, 처음에는 이런 통계치들을 현실화 시켜 거품을 조장한 뒤에 한꺼번에 거품을 터트리는 방법으로 이제껏 키워놓았던 국가들의 자원들을 힘들이지 않고 빼앗아 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기득권을 가진 보수주의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그들의 주장을 옹호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사람이 50대 정도의 나이를 가진 미국의 백인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흑인이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토머스 소웰이야 말로 그들이 오바마에게 하는 말인 '무늬만 흑인이지 백인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을 경제학의 검은 베일이 아니라 경제학의 하얀 베일로 고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편집자가 어떤 의도에서 이 책을 출간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백인 보수주의자들의 편협한 시각을 엿볼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조갑제 같은 '뉴라이트'쪽의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쯤은 이 책의 논리와  자신의 견해를 비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솔직히 면전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다툴 기회가 많지 않을 뿐더러 악영향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이 책을 쓴 토머스 소웰과 모의고사를 한판 치루는 것도 좋다. 왜냐하면 이 책은 여러 주제에 대한 자신의 답을 써놓은 것이라 우리도 그 질문에 대해서 나름대로 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해 볼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의 검은 베일

토머스 소웰 지음, 박슬라 옮김, 살림Biz(2005)


#경제학의 검은 베일#토머스 소웰#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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