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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폰의 전성시대! 세상에 공짜가 있을까?
 공짜폰의 전성시대! 세상에 공짜가 있을까?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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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휴대폰은 너무 작아 내 손에 안 맞아"
"지금까지 쓰는데 하나도 불편함이 없는데 굳이 바꿀 필요까지 있나?"

공짜 휴대폰 전성시대에 11년째 한 휴대폰만을 고집하는 주인공은 거제도에서 사진작가로 활동중인 최상준(63세)씨. 그는 '걸리버'를 버릴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것이 넷으로 통하는 시대에 휴대폰과 인터넷은 참 세상을 많이도 바꿔 놓았다.

'걸면♪ 걸리는 걸리버♬'는 휴대폰이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하던 11년 전 한참 유행하던 휴대폰 광고였다. 당시의 상황과 비교해 볼 때 외국의 로키아에 이어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2~3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의 잘 나가는 통신회사인 삼성, LG에서 만든 최신형 폰은 세계시장을 누비며 날개 돋친 듯 팔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젊은이들에게 가장 잘 팔린다는 "롤리팝 폰"
 최근 젊은이들에게 가장 잘 팔린다는 "롤리팝 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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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인기있고 잘 나가는 휴대폰과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될까?
"롤리팝 폰(Lollipop)은 젊은층(특히 학생)에서 가장 갖고 싶어하는 폰으로 판매 1위를 달리고 있어요"라며 전남 여수시 학동 휴대폰 매장 직원인 정상현(27)씨는 연신 즐거운 비명이다. 또한 "요즘 젊은층들의 휴대폰 평균수명은 1년에서 1년 반 정도인데 교체 사유는 고장보다는 디자인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친구들끼리 모델에서 경쟁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고객 유치를 위한 휴대폰 업체들의 반응에 고객들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고객의 입맛에 맛추기 위해 정부 지원 없이 본격적인 3사 경쟁에 돌입한 업계에서는 당분간 손해를 봐가면서까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출혈 경쟁으로 이어진 것. 이들은 고객들과 공짜 휴대폰을 지급 조건으로 일정기간 약정을 맺어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고객들은 시쳇말로 이를 '노예계약'이라고 불렀다.

 11년 전 유행하던 '걸면 걸리는 걸리버'폰을 들어 보이는 최상준씨가  깨진  커버를 두 손으로 마주잡아 보이고 있다.
 11년 전 유행하던 '걸면 걸리는 걸리버'폰을 들어 보이는 최상준씨가 깨진 커버를 두 손으로 마주잡아 보이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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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휴대폰은 골동품"

회사를 퇴직후 사진작가로 활동중인 최상준씨는 분명 괴짜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공짜폰도 많은데 웬만하면 하나 바꿔라"고 권유하자 "고장이 안 나면 아직도 10년은 더 쓸 수 있다"는 그의 말에 도통 할 말을 잃었다. 그가 들고 다니는 고가의 사진장비에 비하면 턱없이 초라해 보이는 휴대폰은 언발란스를 이루지만  삶 자체가 예술인 그에게 컬러가 아닌 흑백 휴대폰은 어쩌면 골동품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11년 전 걸리버 휴대폰은 아직도 통화중에 아무 문제가 없으나 손에 부르튼 커버가 이색적이다.
 11년 전 걸리버 휴대폰은 아직도 통화중에 아무 문제가 없으나 손에 부르튼 커버가 이색적이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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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옛폰을 고집하며 별문제 없노라고 말하는 그도 속내를 비쳤다.

"문자메시지와 발신자 표시부분이었다. 문자메시지는 받을 수는 있지만 보낼 때 영문만 되고 한글로는 보낼 수 없다. 또한 발신자 표시와 부재중 전화표시 기능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대로 이런 불편은 감수하고 썼지만 정작 그의 우려는 다른곳에 있었다. 그것은 "기계가 단종되어 서비스가 안 되기 때문에 고장이 나면 고칠 수 없다"며 걱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11년 전 지금처럼 공짜폰이 없던 시절 정확히 얼마인지 가격조차 기억이 가물가물 하단다. 당시 수십만원을 주고 산 폰인데 깨진 커버를 가지고 다니며 손때가 묻은 걸리버 휴대폰은 그의 인생의 깊이 만큼이나 값져 보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단종되기 전 스패어 배터리를 장만해 놔서 1번 충전으로 하루를 갈 수 있다"며 아직도 배터리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공짜폰 남발하는 세상! 싫증을 너무 쉽게 내는 세상! 이 또한 휴대폰 상술에 놀아난 우리의 삶의 자화상이 아닐까?

 사진작가 최상준씨는 지금까지 11년째 걸리버 폰을 가지고 다니며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작가 최상준씨는 지금까지 11년째 걸리버 폰을 가지고 다니며 통화를 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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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폰#사진작가 최상준#롤로팝 폰#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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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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