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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일, 6월 임시국회를 열어 북핵 문제와 미디어관련법 처리 등을 논의하려던 한나라당의 계획이 좌절됐다. 민주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점을 들어 사실상 6월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5월 31일 정세균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5대 요구안(이명박 대통령 사과, 법무장관 등 파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검찰수사팀 처벌, 천신일특검법 관철)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모든 현안을 국회에서 토론하자"며 대책 마련을 미루고 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이에 따라 6월 국회 개원도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지고 있다.

 

안상수 "총리 나가기 전에 개원을..." - 이강래 "힘든 기간 피하려는 것 아니냐"

 

전날(5월 31일) '8일 국회 개원'을 제안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일 오전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를 신임 인사차 잇따라 방문해 6월 임시국회 개원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반응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회 본청 202호에서 이강래 원내대표를 만난 안 원내대표는 "가급적 6월 8일 국회가 시작돼서 모든 현안이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거듭 제안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오는 19일부터 OECD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해외출장을 가게 된 만큼 그 전에 국회를 열어 대정부질문 등 의사일정을 소화하자는 배경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차가운 대답만 돌아왔다. 이 원내대표는 "안 원내대표가 거꾸로 말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한 총리가 국내에) 안 계신 동안 대정부질문을 해서 총리가 힘든 기간을 피할 수 있기를 희망하신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날 만남에서 안 원내대표는 유난히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그는 첫 인사말부터 "평소에 저도 부드러운 남자이고 이강래 원내대표도 부드러운 남자, 박병석 정책위의장도 얼굴부터 부드럽다"면서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도 굉장히 부드럽고 수석들도 전부 부드러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국회 운영이 부드럽게 흘러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민 여론이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자세를 한껏 낮추는 모습이었다. 국회에서 파열음이 나게 되면 결코 유리할 게 없기 때문에 원만하게 임시국회를 끌어가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저도 '강성이다, 강경하다'라는 말을 듣는데, 제가 부드러운 남자가 될 것인지 강성이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안 대표에게 달렸다"면서 "부드러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많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다른 어떠한 것보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고, 분명한 책임관계가 필요하다"며 "특히 검찰 수사관행을 제대로 고쳐야 불행한 역사를 고칠 수 있다, 6월 국회에서 이 부분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임시국회 개원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다.

 

단호한 민주당의 태도에 안 원내대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개된 자리에서 덕담이 길어지자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의 말을 가로막으며 "인사드리러 온 자리에서 너무 무섭게 한다"며 "저는 국회를 열어 토론하자고 했는데, 이렇게 얘기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첫 만남부터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 셈이다.

 

이후 비공개로 10여 분 동안 대화를 나누고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나온 안 원내대표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국회 개원을 제안하는데, 마치 벽하고 얘기하는 것 같더라"고 털어놨다. 그만큼 민주당의 태도가 강경했다는 얘기다. 동석한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도 대화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고 답하며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안 원내대표는 곧바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실에 들러 6월 임시국회 개원 협조를 부탁했으나 역시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오히려 문 대표로부터 "국회가 통합의 장이 되고,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북핵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훈계만 들어야 했다. 문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면 국회를 빨리 개원하는 데 나뿐 아니라 다른 정당도 찬성할 것"이라고 따끔한 말을 건넸다.

 

'선사과-후개원' 단호한 민주당... 검찰 제도 개혁 '화두' 

 

한편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책임론을 6월 임시국회와 연계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의 5대 요구안을 한나라당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의사일정 합의도 없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 분노와 슬픔을 외면하고는 민심 수습이 어렵다는 점을 이 정권에 다시 말씀드린다"며 "이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죄와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이 꼭 이루어져야 다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먼저 사과해야 국회에서도 협조할 수 있다는 분명한 뜻이 담긴 말이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정 대표께서 기자회견을 통해 제의한 이명박 대통령 사죄, 관련 책임자 문책과 처벌, 국회에서 국정조사, 천신일 특검 등에 대해서 한나라당이 조속한 해답을 제시하기 바란다"며 "그래야 6월 국회가 진행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또 6월 국회에서 노 전 대통령 수사 전말에 대한 진상규명과 검찰 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거듭 공언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를 예방한다. 이 자리에서도 이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5대 요구안 수용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노무현, #안상수, #이강래, #6월 임시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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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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