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부평관광산업 활성화 세미나 개최
수도권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부평구는 유물과 유적, 자연경관 등의 관광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대표적인 유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평도호부와 부평향교 등은 인접한 계양구에 있고, 십정동과 간석5거리 인근까지 있었던 염전은 흔적조차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서 부평구 주민에게도 관광산업은 낯선 얘기다. 그렇다고 부평에 관광자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질곡의 역사가 많았던 만큼 근대화와 산업화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7일 부평구에서 열린 관광산업 활성화 세미나는 관광 부존자원이 부족한 부평구가 관광산업을 위해 할 수 있는 몇몇 안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우선 부평구는 굴포천을 중심으로 한 평야지대다. 굴포천은 현재 중류구간부터 생태하천으로 복원돼 부천으로 흐르고 있으며, 굴포천 중상류구간에는 일제 식민지 시절부터 고스란히 역사를 간직한 부평미군기지가 터를 잡고 있다.
이를 서남쪽으로 장수산, 원적산, 호봉산, 만월산 등이 둘러싸고 있으며, 그 가운데로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시작을 알린 대우자동차(GM대우)가 있고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인천 최대 재래시장인 부평시장과 최대 규모의 지하상가가 위치해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첫 발제를 맡은 인천학연구원 김창수 박사(인천대 교수)는 "부평구의 관광자원이 빈곤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 관광산업이 자원만 있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인접한 부천도 영화제라고 하는 전략적인 선택을 통해 성장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부평구는 개항 이후 이뤄진 빈번한 행정구역의 변화로 지속성이 단절돼 문화적 정체성이 불분명해지고 주민들이 역사적 단절감을 느낀다"며 "오늘날 부평구의 모습은 사실상 일제 식민지의 조병창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부평구가 관광산업을 모색하는 것도 여기서 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일제 식민지 시절 부평에서 일어난 수리조합반대운동을 지목하며 "1923년 부평수리조합 반대운동은 1934년 전국적인 반대운동으로 승화돼 항일농민운동으로 발전했다. 이를 계승할 필요가 있다"고 한 뒤 "부평은 또한 한국 자동차산업의 요람이다. GM대우에 이르기까지 부평의 현대사에서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모터쇼유치와 자동차박물관 등도 고려할 필요있지만 농경산업에서 자동차산업, IT산업까지 온 만큼 돌도끼에서 자동차, 마우스에 이르는 노동의 역사박물관이 부평에 적합한 주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우리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 김진덕 집행위원장은 "부평을 놓고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미군기지다. 그래서 조성될 공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시민들의 매우 중요한 관심사다. 대표적인 풍물축제와 연계하기 위해서는 미군기지내 일부 농경문화의 보존도 필요하고, 식민지 시절 상처를 승화하기 위해서는 김 교수님이 지적한 항일농민운동의 가치도 스며야 한다. 역사성과 정체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부평풍물대축제에 부평의 '정체성'이 녹아 들어야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인하공업전문대 고석면 교수(호텔경영학)는 역시 부평구의 자원을 부석한 뒤 "부평에는 부평풍물대축제, 부평단오축제등의 사회적 자원이 있다. 게다가 박물관과 상설공연도 있다. 문제는 스토리텔링이다. 유사성이 높은 축제가 많은 만큼 차별화 하기 위해서는 부평구의 특서에 맞는 스토리텔링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열린 토론에서 부평의제21 임종우 문화복지분과위원장은 부평풍물축제와 관련해 "관주도에서 민관협력으로 바뀌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향후 민간법인화와 방문 관광객 등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전문성과 관광산업의 객관성을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1995년 지방자치시대 개막과 더불어 증가하기 시작한 국내 축제는 1000개가 넘는다. 대부분의 축제가 주민들의 공동체적인 삶에 기초한 축제라기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의지와 결합해 열린다. 그렇다 보니 홍보는 많이 이뤄져도 주민 자발성은 떨어지고, 각 축제마다 별 차이 없는 백화점 나열식의 프로그램으로 채워지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와 관련 임 위원장은 "부평은 조병창과 미군기지 즉, 일제식민지와 미군정기를 거치면서 오늘날에 이른다. 풍물은 곧 민초들의 삶의 원형이 녹아있는 문화다. 그래서 풍물은 곧 굿이고 굿은 곧 한의 문화"라며 "이를테면 식민지 시절의 한도 한이지만 미군기지 주변 기지촌 여성들의 한도 있다. 지금도 부평의 40~50대 이상은 기지촌에서 일하다 숨진 여성들의 상여를 미군기지(부평 캠프마켓) 정문 앞에 들고가 문을 들이 받으며 오열하던 여성들을 기억한다. 이러한 아픔을 승화시키기 위해 이야기 풍물 판굿이나 마당극으로 이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현순 부평구도시디자인팀장은 핵심 산업인 GM대우와 연계한 산업관광과 규모를 자랑하는 부평시장과 부평지하상가 등과 연계한 쇼핑관광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문화생성연구소 박재형 이사장은 스페인 북부 바스크 자치구인 빌바오의 성공사례를 들어 삼산동 3택지 인근에 재활용 예술 공원(Recycling Art Park)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끝으로 인천관광공사 서병곤 마케팅기획팀장은 부평구 관광활성화 마케팅 전략을 발표하면서 변화된 외국관광객의 수요를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경우 청소년관광과 효도관광이 늘면서 첨단산업시설과 체험시설을 선호하고, 일본의 경우 단카이세대(일본에서 일정한 부를 가지고 최근 정년퇴임하기 시작한 세대)에 맞춰 고부가 고품격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동남아권은 한류에 맞추는 것이 좋다"며 "부평의 GM대우와 쇼핑시설이 있는데다 의료실력을 인정받은 한길안과와 부평내과가 있어 의료관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의 경우 꾸준히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체류형 관광상품이 개발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시설로 호텔이 들어서고 있다. 현재 11개호텔 3140실이 확정 된 상태고 올 8월까지 1300여실이 개관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 인천은 45개 호텔에 1만4600실이 확충될 예정이다.
하지만 부평의 경우 내세울 만할 호텔이 없는 것은 숙제로 남아있다. 이를 테면 삼산월드체육관이 있어 국제경기와 국내경기가 열려도 숙식은 타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부평에 관광 상품이 개발돼도 이 문제가 해결 되지 않으면 여전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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