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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와 재산신고 누락 등으로 기소된 공정택 교육감(이하 공 교육감)에게 1심과 같이 징역 6월이 구형됐다. 공 교육감에 대한 선고는 6월 10일에 이루어진다.

 

2심 선고를 얼마 앞두고 공 교육감은 교육위원회에 출석하여 "2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이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교육위원의 질의에 "사퇴하겠다"고 답변했다. 최근 언론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관료와 여권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이를 재확인하고 있다.

 

이는 1심 선고 직후 재판정을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곧바로 항소하고, 이후 교육계 주변에서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교육감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점에 비추어보면 의외의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정택 교육감 사퇴 발언, 왜 나왔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 교육감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교육감 후보 등록 전까지 차명계좌의 존재를 몰랐다. 서울시와 우리나라 교육정책에서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남은 1년의 임기를 마칠 수 있게 해 달라"고 거듭 무죄를 주장하며 교육감 수행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랬던 공 교육감이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사퇴하겠다고 한 것일까? 이 말의 의미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 의미는 악어의 눈물이다. 악어는 먹이를 잡아먹기 직전에 언뜻 보면 눈물 같은 것을 흘린다고 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먹이에 대한 연민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이는 맛있는 먹잇감을 앞에 둔 포식자의 생리작용이다. 사람으로 치면 군침과 비슷한 것이다.

 

즉, 악어의 눈물은 자기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흘리는 거짓 눈물이다. 공 교육감의 사퇴 발언 역시 교육감직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한 거짓 발언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최후 진술에서 서울시교육을 넘어 한국 교육 정책 전체의 안정성을 들먹이면서 교육감직을 유지하게 해 달라고 할 이유가 없다. 

 

두 번째 의미는 '배수(背水)의 진(陣)'을 쳤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국회의원들이 "내가 10원이라도 받았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라고 큰소리치는 장면을 연상하게 만든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인 셈이다.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교육감직을 걸겠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공 교육감은 교육위원회에서는 2심 결과에 따라 교육감직을 사퇴하겠다면서도 최측근을 통해서는 "아직 뭐라고 할 단계가 아니다. 현재로선 10일 있을 항소심 선고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상황이며, 사퇴 여부는 선고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2심 결과에 따라 사퇴하겠다는 말의 진의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공정택 교육감이 물러나면, 보궐선거는 하지 말자?   

 

애초 6월 30일 이전에 공 교육감이 사퇴하거나 확정판결을 받으면 잔여 임기가 1년이 넘기 때문에 보궐선거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공 교육감은 지난 선거에서 강남 몰표를 통해 1.8%P라는 박빙의 차이로 당선됐지만, 현재 분위기에서 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현 정부를 지지하는 세력이 교육감으로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 정책인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목전에 두고서 교육계 'MB의 남자' 또는 '리틀 이명박'으로 불리던 공 교육감의 불명예퇴진은 이런 정책 추진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래서 공 교육감은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교육감 퇴진을 결심했지만 청와대와 교과부가 말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교육계에 떠돌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선거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다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에서만 경비가 320억 원이 소요됐고,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460억 원이 소요됐다고 한다. 이런 막대한 비용을 이유로 공 교육감이 물러나면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부교육감 직무 대행 체제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공직자선거법 등에 의하면 4~9월에 보궐선거 사유가 발생하면 10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10월 8일에 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막대한 선거 비용 등을 감안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자선거법 제201조를 근거로 선거일로부터 임기만료일까지 기간이 1년 미만임을 내세워 보궐선거 없이 부교육감 대행체제로 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아도 될 경우, 청와대나 교육부로서는 교육부 관료 출신인 부교육감이 공정택 교육감보다 더 손발이 잘 맞는 상대일 수 있다.

 

서울교육감은 주민직선에 의해 뽑힌 서울교육주체 및 시민들의 대표이지만, 부교육감인 김경회씨는 교과부에서 파견된 교육 관료이다. 그래서 부교육감은 서울교육감의 핵심참모라기보다는 교과부의 방침을 교육감에게 전달하고 협의하는 창구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지난해 국제중 설립 과정에서 서울교육위원회가 국제중 심의를 무기한 보류하자 이를 수용하겠다고 하던 공 교육감이 하루 아침에 태도를 바꾸어 강행할 때에 맨 앞에 나섰던 이가 김경회 부교육감이다. 이후 선거과정에서 의혹을 샀던 하나금융의 자립형사립고 추진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인 것 역시 그의 작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설마 이걸로 해직까지 가겠어?'라고 생각하였던 7명의 일제고사 반대 교사들을 한꺼번에 파면 해임 결정한 징계위원회 위원장이 김 부교육감이었다. 이후 공 교육감은 변명처럼 자신은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 것뿐이라고 반복하고, 국회에서는 "일제고사로 해직되신 분들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감경 받아 학교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라고까지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알 수 있듯 김경회 부교육감은 교과부의 방침을 충실하게 대변하는 인물이다. 어쩌면 그들로서는 공 교육감이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받고 도덕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교육계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으면서 계속 버티는 것보다는 교과부 파견 공무원인 부교육감 체제로 가는 것이 안전할 수도 있다.

 

6월 10일 항소심에서 공 교육감의 당선무효가 결정되고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면 부교육감이 곧바로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그들의 희망처럼 10월에 보궐선거를 하지 않는다면 1년이 넘게 서울교육의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부교육감이 대행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의 중립성과 교육자치 정신 지키려면...  

 

그러나 서울교육감은 직선이고 부교육감은 교과부 파견공무원이라는 점에서 1년 이상의 직무대행체제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중립성과 지방교육자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대통령이 교육감을 임명하던 지난 군사독재 시절로 회귀하겠다고 하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다.

 

현행 공직자선거법과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은 교육감 궐위 시 보궐선거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공직자선거법 제201조는 '선거일로부터 임기만료일까지의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는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보궐선거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공직자선거법의 특별법인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부칙 제5조(교육감 임기 및 선출에 관한 특례)는 "...... 해당 교육감 임기만료일(재선거 또는 보궐선거가 필요한 사유의 발생일을 포함한다) 다음날부터 2010년 6월 30일까지의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 차기 교육감의 임기는 제21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전임 교육감의 임기만료일 다음날부터 개시하여 2010년 6월 30일까지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교육감 보궐선거가 필요한 사유의 발생일부터 남은 교육감의 임기를 계산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6월 10일에 선고되고 상고하지 않아 확정되면 다음 교육감 임기는 내년 6월 30일까지 1년 이상이므로 보궐선거를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동법 제22조(교육감의 선출) "③교육감 선거에 관하여 이 법에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공직선거법」의 시·도지사선거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조항 역시 동법에 별도 규정이 있다면 공직자선거법 규정을 준용하지 않고 이 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정부나 선거관리위원회로서는 분명히 300억 원이 넘는 선거 비용이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선거 비용을 이유로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중립성과 교육자치, 지방분권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은 명분이 없어 보인다.

 

6월 10일 서울고법에서 공 교육감의 운명이 결정된다. 공 교육감은 '2심에서도 당선 무효형이 나오면 사퇴한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게 교육계에 50년 몸담은 교육자가 취할 마땅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6월 10일 서울고법의 결정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태그:#공정택, #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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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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