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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그러니까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짧은 여름방학을 마친 8월의 어느날, 전교생은 학년별로 시간대를 나눠 선생님의 인솔하에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단체관람 했다. 달동네 송림산 위의 학교에서 가파른 계단을 줄지어 내려와, 인천 동구 송림로타리 한편에 자리한 현대극장에서 말이다.

당시 낯뜨거운 성인영화 등을 주로 상영하던 재개봉극장이었던 현대극장은 무슨일인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상영했고, 그것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관람케 했는데 그게 나의 첫 영화 구경이었다. 아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중학생 이상 관람가였다.

 배우 홍경인이 데뷔한 영화이기도 하다.
배우 홍경인이 데뷔한 영화이기도 하다. ⓒ 씨네21

난생 처음 영화관을 찾았지만 워낙 많은 학생들이 몰려 있었고, 선생님들이 친구들이 샛길로 빠지는 것을 엄히 차단해 극장 안을 제대로 구경도 못했다. 줄지어 컴컴한 상영관으로 들어가 자리를 찾아 착석해 영화를 보고 줄지어 나온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검은 독재자 엄석대, 그 한마디면 수목도 떨었던 시대!

하지만 자유당 정권이 기승을 부리던 당시를 배경으로 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감동과 장면들은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운천이란 소도시의 초라한 국민학교 학급장인 엄석대 역을 맡은, 배우 홍경인의 강렬한 카리스마와 연기에 홀딱 반해 버렸다. 이젠 유명 영화배우인 최민식이 김선생 역으로 등장해 젊은 시절의 그를 볼 수도 있다.

 내 생애 처음 영화를 본 극장은 이제 극장이 아니다.
내 생애 처음 영화를 본 극장은 이제 극장이 아니다. ⓒ 이장연

그리고 영화가 말하고자 한 권력(영웅)의 몰락과 '검은독재'가 무엇인지 당시는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바깥 세상일과 다르지 않고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엄석대 같은 학우들이 학급에 한 명씩은 꼭 있었고, 학교 주변에도 불량한? 고등학생이나 깡패들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암튼 그렇게 내 생에 처음으로 영화다운 영화를 TV수상기가 아닌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다.

당시 인천에는 애관, 피카디리, 미림 등등 많은 극장들이 있었다. 현재는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동인천역 인근 애관극장만이 남아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영화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정겨운 토착극장들이 많았다.

지금은 대형멀티플렉스가 곳곳에 들어서고, 교통편이 나아지고 도시 상권 등이 이동하면서 옛극장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쇠퇴해 간 것처럼...

 내 생애 첫 극장도 이름만 남았다.
내 생애 첫 극장도 이름만 남았다. ⓒ 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극장#영화#우리들의일그러진영웅#중학교#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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