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당내서 거센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비가 그치면 햇빛이 난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사무총장 이·취임식에서다.

 

또한 박 대표는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바라는 것은 흔들림 없이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달라는 것"이라며 내홍 수습을 시도했다. 그러나 지도부 퇴진론을 포함한 쇄신 논의엔 이미 불이 붙은 모양새다. 초선부터 중진까지 종일 갑론을박을 벌였다. 결론은 4일 열릴 의원 연찬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 "바깥에서 비바람 분다고 우왕좌왕 안돼"

 

박 대표는 이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날씨에 비유해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박 대표는 "새벽에 천둥 번개가 많이 쳤다. 엄청난 태풍이 올 것 같더니 싹 개이고 그쳤다. 조금 있으면 햇빛도 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국민들이 당에 바라는 것은 흔들림 없이 나라를 안정적으로 이끌어달라는 것"이라며 "바깥에서 좀 바람이 불고 비가 퍼붓는다고 해서 당이 그저 우왕좌왕하고 자신없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것은 정말 집권여당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향한 사퇴 압박을 일축한 말로 받아들여진다.

 

박 대표는 "조금 있으면 햇빛이 날 것 같다"고 했지만, 당에선 종일 천둥·번개가 쳤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선 그간 발언을 자제해오던 친박 원로들이 목소리를 냈다.

 

친박 진영은 지도부 퇴진·조기 전대 등 인책론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조기 전대를 이유로 원외에 머물고 있는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를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느껴져서다.

 

이경재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론이 불거지고 있는데, 책임질 데가 어딘지 분명히 알고 처방해야 된다"며 "전대를 하면 뭘 하고자 하는 것이냐, 당 대표를 바꾸자는 것인데, 책임 소재가 뭔지 분명히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친박' 중진들, '조기전대' 반대... "정치적 이용 용납 못해" 이재오계 겨냥

 

박근혜계인 이해봉 의원 역시 "지도체제에 관한 문제는 누가 들어선들 당내화합·통합을 이룰 것이냐, 인정하기 싫은 계파 갈등을 조절해낼 것인가, 청와대 조율을 해낼 것인가. 현실적인 대안을 놓고 쇄신안을 검토해야 할 일"이라며 "무작정 당 쇄신만 하고 얼굴만 바꾸고 점수 딸 건지는 심각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광호 최고위원도 비공개 회의에서 이재오계를 겨냥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민심에 편승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비겁한 사람들이 있다"며 "이런 사람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원조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은 "단순히 당 쇄신뿐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 모두 쇄신이 필요한 때"라며 "그런 차원에서 쇄신특위가 토론을 통해 당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의 용퇴를 건의한 것은 아프지만 불가피한 건의였다"고 '지도부 퇴진론'에 힘을 실었다.

 

또한 남 의원은 "누가 누구에게 잘못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집권 여당에 몸담은 국회의원을 포함해 모두의 책임"이라며 "이 위기를 넘는 데 대표께서 용단을 내려주시는 것이 물꼬를 튼다는 차원에서 진심어린 건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본21'도 인적쇄신론 두고 내부 견해 갈려

 

초선들도 잇따라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쇄신논의에 가세했다. 개혁성향의 초선모임인 '민본21' 소속 김영우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인적쇄신론에 반기를 들었다.

 

민본21은 애초 쇄신론에 불을 붙인 이들이지만, 지도부 퇴진론 등 인적쇄신론을 두고는 내부에서도 계파에 따라 견해가 엇갈린다. 민본21은 이날부터 1박 2일간 워크숍을 통해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친이'인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키고 중도 실용주의 국정기조를 함께 주창했던 분들이 한나라당의 지지율 하락에 사람도 기조도 모두 바꾸자고 소리높이는 일에 동의할 수 없다"며 "막연한 국정기조쇄신과 대대적인 물갈이 주장은 예전에 많이 있었던 '성공하지 못한 개혁과 쇄신'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김 의원은 "문제는 쇄신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사람만 바꾸라고 주장하면 그것은 쇄신특위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역시 민본21 소속이면서 쇄신특위 위원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이승열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현재와 같은 박희태 관리형 대표 체제는 분명히 한계에 봉착했다는 게 특위의 많은 의원들의 분위기"라며 박희태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김 의원은 "당의 구심점과 당·정·청 관계의 새로운 틀을 구축할 인물이 절실한 게 지금 당의 현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서 실질적인 당 대표가 당을 이끌어나가고 또 청와대·정부와 관계도 새롭게 정립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그:#한나라당 쇄신론, #박희태, #민본21, #지도부사퇴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