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스님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종교지도자 만찬에 불참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심화된 국론분열을 수습하기 위해 지관스님을 비롯한 7개 종단 종교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하기로 했지만, 조계종에서는 "지관스님이 참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선약이 있어서 불참한다'고 청와대 쪽에 말했다"면서도 "지관스님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최근의 사회흐름과 분위기와 관련해 국민들이 느끼는 바와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종단 지도자가 대통령의 초청에 응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번 지관스님의 청와대 만찬 불참은 불교계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현재 불교계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불교전문매체인 <불교닷컴>도 2일 지관스님이 청와대 만찬을 거부한 사실을 다루면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조계종은 애도문을 발표해 이명박 정부를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며 "자연공원법 개정 과정에서 조계종이 대정부 강경노선으로 선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만찬 불참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 탓"불교계가 이명박 정부에 불만을 터트리는 직접적인 이유는 지난 5월 환경부가 입법예고한 자연공원법 개정에 있다. 조계종 한 관계자는 "작년 종교차별 편향행위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공원법 개정 과정에서 정부가 불교계의 의견을 무시해 불교계의 불만이 크다"고 밝혔다.
자연공원법 개정안은 국립공원 내에 케이블카 설치와 유흥시설 설립을 용이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교계는 자연공원법이 개정돼 국립공원 개발이 가속화되면 자연환경과 수행환경이 파괴된다고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연공원법 개정 문제는 법 제정 당시 전국 사찰의 많은 땅이 일방적으로 국립공원에 편입된 문제와 맞닿아있다. 그동안 불교계는 사찰 관련 규제를 풀어달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에도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정우식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정부는 전국 사찰의 땅을 강제로 국립공원에 편입시켰으면서 불교계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자연공원법을 '개악'시켜 사찰 환경을 파괴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계의 수장이 만찬에 가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불교계는 7월 1~2일 전국 사찰 주지가 참석하는 자연공원법 개정 반대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불교계와 이명박 정부 사이 미묘한 긴장한편, 불교계는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면서, 불교계와 이명박 정부 간에 미묘한 긴장이 흐르기도 했다. 조계종은 "노 전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가혹한 수사를 진행시켰다"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 노제에 사용할 만장 깃대를 대나무에서 PVC로 교체할 것을 요구해, 만장을 만든 불교계가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지관스님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종교 지도자 가운데 가장 먼저 봉하마을을 찾아 권양숙 여사를 위로했다. 조계종은 전국 100여 개 사찰에 노 전 대통령 분향소를 설치한 바 있으며, 49재 기간 동안 노 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기도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