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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4일 사설 '서울대 교수 선언문이 드러낸 법적·도덕적 허무주의'를 통해 전날 서울대 교수 124명이 발표한 시국선언을 맹비난했다.
 <조선일보>가 4일 사설 '서울대 교수 선언문이 드러낸 법적·도덕적 허무주의'를 통해 전날 서울대 교수 124명이 발표한 시국선언을 맹비난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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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4일 발표한 '서울대 교수 선언문이 드러낸 법적·도덕적 허무주의'라는 제목의 사설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포함돼 있다.

"대한민국 최고 지성이라는 교수들마저 도덕적·법적 허무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려서는 대한민국의 선진화 가능성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전날 서울대 교수 124명이 발표한 시국선언을 맹비난한 것이다. 하지만 시국선언의 실무를 맡았던 서울대 이준호 교수(생명공학과)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난독증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교수들이 특정한 조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선언문 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부분은 일부였다"며 "소통을 잘해서 기회로 삼으라는 내용이었는데도 이렇게 나오면 무슨 피해의식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허탈하다"고 심정을 표했다.

그는 또 "나는 5년 전 시국선언 당시에 서울대에 있지도 않았고 봉하마을 빈소에도 다녀오지 않았다"며 "이번 시국선언에 대한 청와대 반응도 한반도 대운하 때 서울대 교수들이 입장 발표할 때와 같다, 참 소통이 어려운 것 같아 갑갑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이번 선언을 주도한 교수들 중 상당수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소속으로 지난달 26일 전세버스를 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빈소에도 다녀왔다고 한다,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서울대 교수 시국성명 때도 중심에 섰었다"며 이번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을 '친노'(親盧)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또 교수들의 시국선언 직후 청와대가 내놓았던 반응과 같이 "현재 서울대 전체 교수는 1786명"이라며 이번 선언을 소수의 교수들이 내놓은 정치 발언으로 폄하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시국선언문 중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부분에 지면을 길게 할애해 교수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 이상 대통령의 불법적 돈거래는 어떤 경우에도 법의 심판에서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마땅하다"며 "다음으로 검찰 수사 과정의 편법·탈법·무법 요소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지적하고 대통령의 사과나 검찰 수뇌부의 인책을 요구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 지성이라는 서울대학 교수들의 선언문이 노 전 대통령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가치 판단을 슬쩍 건너뛰면서 수사 절차상의 문제점만 전면에 부각시키고 나왔다"며 교수들을 맹비난했다.

이와 함께 <조선일보>는 "직업적 운동권의 선언문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지성을 길러내는 서울대학 교수들조차 죽음은 모든 걸 덮어버리고 만다는 도덕적·법적 허무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려서는 대한민국의 선진화 가능성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사회가 둘로 쪼개져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때 일부 대학교수들마저 이를 부채질하고 나선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미래가 없다"고 글을 끝맺었다.

서울대학교 김인걸, 최갑수, 최영찬, 이준호 교수 등 124명 교수는 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 국제회의실에서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일동' 명의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국정 전반에 대해 깊은 우려를 밝히며,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국민적 화합을 위해 민주주의의 큰 틀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김인걸, 최갑수, 최영찬, 이준호 교수 등 124명 교수는 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 국제회의실에서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일동' 명의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국정 전반에 대해 깊은 우려를 밝히며,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국민적 화합을 위해 민주주의의 큰 틀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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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울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난 친노 인사도 아니고 재임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봉하마을에도 내려가지 않았다"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기분 나쁜 글이다, <조선일보>다운 글이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시국선언은 3일 서울대 교수들과 중앙대 교수들에 이어, 타 대학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그:#시국선언, #조선일보,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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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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