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시가 관광활성화를 위해 용현면 주문리와 서포면 자혜리를 잇는 사천대교에 수십억원을 들여 야간 경관조명 설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함께 다른 곳에 설치된 경관조명처럼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못하고 조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천시는 총 25억원(국도비 15억원, 시비 1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길이 2.145km 사천대교에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68% 정도로 늦어도 오는 8월안으로 완공될 예정이다.
사천대교에는 교량상판 조명 744등, 교각 조명 46등, 가로등 조명 84등이 설치되며 분별, 시간별, 계절별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도록 해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도록 했다.
설치되는 경관조명은 사천대교를 중심으로 주변 자연환경과 선박 및 항공기의 운항을 고려하고 낙조에 비친 물과 빛의 조화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또 연출되는 빛에 리듬을 담아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사천시의 기상과 이미지를 표현했다는 것이 사천시의 설명이다.
사천대교 야간 경관조명 설치로 전기요금 3600만원, 수선유지비 2400만원 등 매년 총 6000만원의 관리비가 들어갈 것으로 사천시는 예상하고 있다.
사천시 도로교통과 구종효 과장은 "창선-삼천대교와 연계해 테마관광자원 발굴과 시 이미지 부각을 위해 사천대교 야간 경관조명 설치 사업이 추진됐다"고 말했다.
경남 사천시 사천대교 야간 경관조명 설치 부적절 그러나 관광객들의 출입이 많지 않은 사천대교에 수십억원을 들여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하는 것은 관광 효과가 없으며 예산 낭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사천시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특히 현재 설치되는 경관 조명이 주위 환경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조잡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삼수 의원은 "사천대교 쪽은 관광객이 적고, 위치도 안 맞다"며 "시기상조"라고 말한 뒤, "타당성이 없는 곳에 경관조명 설치 사업이 진행돼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창선-삼천포대교 경관 조명은 안 한 것보다는 좋지만 조명의 프로그램이 단순하고, 팔포 매립지역 앞에 있는 목섬 경관조명은 너무 촌스러워 오히려 사천시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고 있다"며 사천지역에 설치된 야간 경관조명에 대해 싸잡아 비판했다.
최인환 의원도 "관광객 유치(誘致)가 아니라 유치(幼穉)하다" 면서 "관광 상품화 하려면 창선-삼천포대교 경관조명을 보강하는 데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의원 역시 "외진 곳에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천대교의 조명을 살펴봤는데, 주위 환경과 어울리지 못하고 촌스럽다"면서 "공사가 60%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조명 디자인과 관련해 담당 공무원에게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는지 등을 물었는데, 받은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현재 설치되고 있는 조명이 그 정도 수준 밖에 될 수 없는 이유를 들었다.
시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사천시 도로교통과는 최근 조명 전문가 등의 자문이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사천시 도로교통과 관계자는 "의원들의 지적 때문에 현재 조명 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기 위해 명단을 취합 중"이라면서 "그 의견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조명 디자인)를 수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사천시 "충분한 검토 거쳐 결정 문제될 것 없다" 사천대교에 설치하는 경관 조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2006년 당시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한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혔다.
사천시는 지난 2003년과 2005년 삼천포대교와 삼천포항 목섬에 각각 25억여원과 2억5천만원을 들여 경관 조명을 설치하는 등 관광자원 확보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유독 야간 경관조명 설치에 공을 들였다. 이들 경관 조명은 첫 불을 밝힐 당시에는 관광객 유치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삼천포대교의 경우 설치된 조명 시설에 비해 예산이 과도하게 투입됐다는 의혹이 일었으며 주변 환경과의 부조화, 단순한 조명 시설로 볼거리가 없는 경관조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천포대교, 삼천포항 목섬 야간 경관조명도 지적 잇따라 삼천포항 목섬은 설치 당시부터 환경단체 반발에 부딪쳤다. 목섬 주위에 식생하고 있는 해송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는데, 실제 일부 나무가 고사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설치된 조명이 조잡하고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실패한 경관조명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사실상 사천시가 의욕적으로 설치했던 야간 경관조명이 시민들의 눈에는 애물단지로 밖에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천시는 그간 시민들의 지적과 지탄에는 아랑곳없이 사천대교에 또 다른 조명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이번 경관조명도 삼천포대교와 목섬의 경우처럼 똑 같은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사천시 담당과가 타의에 의해서 조명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겠다는 종전보다 한 발 나아간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관광 활성화를 위해 사천대교에 조명을 설치하는 것은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시의원들의 지적처럼 앞으로 또 다른 애물단지로 전락돼 시민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