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태호 경남도지사가 갑자기 중앙 무대에 등장했다. 그것도 말 한마디로. 김 지사는 지난  3일 오후 민족통일중앙협의회가 경남 마산실내체육관에서 연 민족통일전국대회 축사를 하면서 "지난 좌파정권 10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통일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지사 발언을 두고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강하게 비판하자 김 지사는 4일 경남도 공보관을 통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북한의 핵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며 북한을 "인정사정도 없는 무자비한 집단"이라 말하면서 자신의 발언이 "평소의 소신이고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통일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 평소 소신이고, 철학이라는 말에 고개가 갸웃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김태호 지사가 도지사로 있는 경상남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김 지사가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북한과 어떤 관계를 가졌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 개인 생각을 예로 들면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 경상남도 홈페이지에 도정 홍보를 하는 <경남포커스>에 실린 자료를 통해서 김 지사가 북한과 어떤 관계를 가졌는지 말하고자 한다.

<경남포커스> 2004년 9월 20일자 보도 자료를 보면 이날 '남·북한농업연구센터 창립기념 학술심포지엄'이 열렸는데 이날 김태호 도지사는 축사를 통하여 "북한의 농업실상과 자원이용에 관한 조사연구, 기술지원 문제 등 남북협력의 필요성을 말하고, 통일이후를 적극 대비하여야 한다" 고 강조하였다.

또 9월 22일자 <민주평통경남지역회의 '경남평화통일포럼' 개최> 보도자료를 보면 김태호 지사는 축사를 통해 "민주평통 경남지역회의가 전국에서 으뜸가는 통일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한 후 통일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이어 김 지사는 " 경남평화통일포럼이 통일방안에 대한 범도민적 합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데 기여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 정도 말이면 당시 노무현 정부 통일정책과 별 차이가 없다.

2005년 7월 6일 <경남포커스> 보도 자료를 보면 김태호 지사는 당시 글래브 이바쉔쇼브브 러시아대사를 만나 "'통일ㆍ사랑 릴레이 마라톤대회' 등을 설명하고, 러시아 연방 극동지구 전권대표부와 논의한 극동지구와의 경제협력과 우리 도의 남북교류사업에 대한 추진사항 등을 언급하면서, 양도·주 및 전권대표부와 인식을 함께 한 여러가지 사항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고 했다.

2005년 3월 글레브 이바쉔쇼브 러시아연방 주대한민국 특명전권대사가 6일 김태호 경남도지사와 환담하고 있다.
 2005년 3월 글레브 이바쉔쇼브 러시아연방 주대한민국 특명전권대사가 6일 김태호 경남도지사와 환담하고 있다.
ⓒ 경상남도

관련사진보기


<경남포커스>는 이어 "글래브 이바쉔쇼브브주지사는 스포츠를 매개로 한 "통일사랑 릴레이 마라톤"제안은 매우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당시 러시아와 대사와 면담하면서 '통일마라톤'을 구상했던 사람이 김태호 경남 도지사이다. 외국 대사와 면담 자리에서까지 남북협력을 강조한 사람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통일정책을 좌파정책으로 비판하면서 자기 소신이자 철학이라 할 수 있는가.

그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였다.  <경남포커스>는 2007. 4. 3 경상남도는 평양시 강남군 장교리 협동농장 내 소학교 건립을 위해 범도민 참여를 위한 협약을 김태호 도지사와 오장환 KBS 창원총국장 그리고 전강석 경남통일농업협력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3개 기관단체장이 체결하였다고 보도했다. 김태호 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인사말을 통하여 "평양 소학교 건립으로 남북의 신뢰구축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과 나아가 평화적 통일을 이루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이바지 할 것이라"고 하였다.

2007년 4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동안 평양을 직접 방문했다. 김 지사가 평양을 방문하면서 같이 간 이들은 도의회의원, 경제인, 통일관련시민단체, 환경단체 대표 따위였고, 최초로 김해공항에서 평양 순안공항으로 이어지는 직항로를 이용한다고 <경남포커스>는 4월 6일 보도 자료를 냈다.

당시 방문 목적은 '통일딸기'를 통한 농업교류와 2008년 열렸던 람사총회에 북한 대표가 참석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경남도와 도민들의 성금으로 지원하는 소학교 건립 기공식도 갖는다고 <경남포커스>는 보도자료를 냈다.

2007년 9월 3일 "경남이 북한 동포의 아픔을 함께합니다"라는 제목 기사에서 <경남포커스>는 2007년 8월 엄청난 물나리를 겪은 북한에게 물자지원을 보내는 행사를 개최했다면서 "보리쌀 20kg단위 410포, 시멘트 40kg단위 2천포, 철근 25톤, 농약 500ml단위 1,680병 등 4종 65백만원으로 25톤 트럭 8대 상당을 지원했음"을 밝혔다. 그 행사장에는 김태호 지사도 함께 했다.

2007. 9. 3(월) 16:30 경남 도청 광장에서 지원물품 환송행사
 2007. 9. 3(월) 16:30 경남 도청 광장에서 지원물품 환송행사
ⓒ 경상남도청

관련사진보기


<경남포커스>는 이어 "이번 수해피해 지원을 통하여 경남도와 북한과 관계가 더욱 발전하고 아울러 10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다면 경상남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더욱 활성화가 기대 된다"고 했다. 김태호 지사가 직접 한 말은 아니지만 경상남도정을 홍보하는 <경남포커스>가 낸 보도 자료이기에 김 지사 생각과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10월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란 경상남도가 1년 6개월만에 좌파정책이라고 몰아붙이는 지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2007년 4월 '통일딸기' 방문 목적이 이루어져 2008년 2월 4일에는 김태호 지사가 직접 통일딸기 수확행사에 참석하여 "앞으로 통일딸기 생산사업을 본보기로 하여 남북농업협력사업이 상호주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기존사업을 확충하고 상호간의 이익이 되는 사업으로 확대하여 남북한 농업인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경남포커스> 전했다.

2년차 “경남통일딸기”첫 수확, 도내 어르신과 시식
 2년차 “경남통일딸기”첫 수확, 도내 어르신과 시식
ⓒ 경상남도청

관련사진보기


남북협력을 강조하고, 통일마라톤을 말했다. 평양에 소학교 건립을 위하여 노력했으며, 물난리 때는 행사까지 했다. 그리고 통일딸기까지 생산한 김태호 지사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통일정책을 싸잡아 비난할 자격은 없다. 10년 동안 두 정부 통일 정책을 비판했다면 모르겠지만 자기 얼굴을 침 뱉은 김태호 지사가 이끄는 경상남도에 살아가는 나도 참 한심하다.


태그:#김태호, #북한, #통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