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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과 관련한 보도를 했던 조선일보가 5일 정정기사를 냈다.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과 관련한 보도를 했던 조선일보가 5일 정정기사를 냈다. ⓒ 윤성효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의 대법원 상고심 판결(업무방해)을 보도했던 <조선일보>가 이와 관련해 5일 정정보도를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 24일 "환경운동의 내리막길은 천성산에서 시작됐다"는 제목의 사설과 "고속철 공사 방해 지율 스님 유죄"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지율 스님은 신문 보도 뒤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했고, 지난 4일 열린 중재위 회의에서 받아들여졌다.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를 통해 "사설·기사와 관련, 천성산 터널공사가 중단된 기간은 1년이 아니라 6개월이며, 공사가 중단된 6개월 동안 직접적인 공사 관련 손실은 145억 원으로 밝혀진 바 있다"면서 "환경영향평가는 자연습지에 영향이 없다고 하였으나 지하수 유출 현상이 여러 차례 있었음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이번에 <중앙일보>와 <문화일보>에 대해서도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와사과를 신청했는데, <조선일보>와 같은 날 열린 중재위 회의에서 반론보도가 받아들여졌다.

"돈-경제-풍요라 믿는 관성이 만나는 곳에 현대의 악령"

중재위 결정 뒤 지율 스님은 5일 아침 홈페이지(초록의공명)에 올린 글을 통해 '수=수학=과학이라 믿는 관성의 악령'을 지적했다.

지율 스님은 "최근 <한겨례> 기사에 의하면 국토해양부에서 밝힌  4대강 사업은 애초 계획치인 13조8776억 원보다 4조7490억 원이 늘어난 18조6266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게다가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등 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4대강 연계사업'을 준비하고 있어 전체적인 예산은 30조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이런 증가 추세로 보면 이 사업은 5조8000억 원의 초기 예산에서 24조까지 증가하며 발주 15년이 지나도 아직 완공되지 못한 고속철도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 과정을 보면서 그 이전에 붙여졌던 고속철도에 많은 이름인 '로비철', '비리철', '귀족철', '적자철'이라는 별호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율 스님은 "최근 고속철도는 예상했던 수요와 수입이 턱없이 미치지 못하자 지구를 몇 백 번 돌았느니 5년 동안 17000만 명이 탑승했느니 하는 추상에 가까운 수치를 둘러대어 현실적으로 제시해야 할 문제와 의구심을 덮어 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왜 수에 대한 관성에 그리 동요할까?"라고 물은 지율 스님은 "지난 몇 달 동안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기까지 몰아간 곳도 500만 불이라고 하는 수치가 떠돌아다녔던 곳, 비통함이 분노로 변하는 그 시점 역시 '수'였다"면서 "수=수학=과학이라는 믿음과, 돈=경제=풍요라고 믿는 관성이 만나는 곳에 현대의 악령은 자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중재위를 통해 조선·중앙·문화일보로부터 정정·사과 결정을 받았다고 한 지율 스님은 "기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았지만 언론중재위 역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이 수치 밖에 없는 듯했다"고 밝혔다.

천성산을 관통하는 터널(경부고속철도 원효터널) 공사에 반대하며 벌인 운동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2조5000억 원의 손실이라 주장하거나 보도했는데, 최근 지율 스님은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언론중재 신청 및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율 스님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을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율 스님은 "이 수치를  조정하기 위하여 나는 2년이라는 시간을 거리에서 보냈다"면서 "그러나 2조5000억 원의 손실이 기실 145억이라는 수치라고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더구나 이 145억의 손실이라는 손실 수치 역시 고속철도 공단에서 밝힌 수치로 허구에 불과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이번에 반론보도를 게재한 것에 대해, 지율 스님은 "조선일보에서 지하수 유출이 확인되었다는 반론 보도를 쓴다고, 환경운동의 내리막은 천성산에서부터라고 했던 사설을 쓴 사람이나 이 글을 읽고 분노했던 사람들의 생각이 쉽게 바뀔 것 같지 않고 천성산의 물줄기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면서 "그들이 남긴 상처는 온전히 천성산의 아픔으로 남아있고 더 깊은 상처는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아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지율 스님은 "나는 이 소송과 반론을 통하여 우리 마음에 악령이 자라는 곳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며 "악령의 역할은 '영혼을 빼앗는' 것이다, 수정되어야 할 수치는 손실액이 아니라 손실액에 빼앗긴 우리의 본 마음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이날 쓴 글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해 놓았다.

"보리반야의 지혜는 본래부터 스스로 지니고 있는 것이지만 다만 미혹하기 때문에 스스로 깨치지 못하는 것이다(菩提般若之 智世人 本自有之 卽緣心迷 不能自悟-惠能大師)."


#지율 스님#조선일보#천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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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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