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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15주년 맞아 사업방향 전환 예고

 

욕심 없이 비켜 앉은

꽃보다 이쁜 사람들과

하루를 열고 닫기를 열 다섯해

 

시간의 풍경화는 무채색의 그림처럼

세월의 옹이들은 투박한 촉감으로

가슴에 이는 비늘 같은 이야기는

견딜만한 쌉쌀한 물 소주 맛으로

 

가고 옴을 서러워 않는 것은

오늘이 있어 내일이 있기 때문인 양

 

어머니 품만큼 익숙한 편안함으로

지란지란 낮은 웃음 즐거움으로

미래로 함께 갈 죽전동산

 

최현숙 죽전직업재활원장 詩 '죽전동산' 中

 

 

천안의 대표적인 장애인 생활시설 천안죽전원이 올해로 개원 15주년을 맞았다. 지난달 26일(화), 죽전원에는 각 시설, 기관 관계자들과 인근 주민 등 400여 명이 모여 잔치를 벌였다. 그동안 받아 오기만 했던 죽전원이 지역주민들과 관계자들에게 대접을 한번 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이 자리에서 정일순 이사장은 천안시장 표창을 받았다. 정 이사장은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후원자들과 자원봉사자들,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남편이자 법인설립자인 故 죽전 이한교 선생의 뜻을 기렸다.

 

60여 가족들의 보금자리

 

현재 죽전원에는 남자 36명, 여자 24명 등 총 60명의 가족이 입소해 있다.

 

이중 지적장애인이 49명으로 82%를 차지해 가장 많고, 지체장애인이 10명, 뇌병변 장애인의 순. 이들중 40%가량은 중복장애인들이다. 이들중 1급 장애인이 70% 정도다.

 

평균나이는 40세, 최고령자는 67세에 달한다. 생활인 대부분은 입소이후 죽전원에 정착한다. 개원 초기와 비교해 봐도 지금껏 바뀐 인원은 10%대에 불과해 오히려 직원들보다 터줏대감이라 할 만하다.

 

입소 가족들 중에는 간질환자가 23명이고, 신부전증, 당뇨, 간암까지 투병을 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15년의 역사를 쌓아오는 도중 어느 누구도 죽전원에서 생을 마감한 이는 없었다. 죽전원의 또 다른 자랑거리 중에 하나다.

 

죽전원은 여러 가지 이유로 본인 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 대안적인 거주 장소를 제공하고 이에 수반되는 의료, 교육, 직업, 심리, 사회 등의 재활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통해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 건설에 이바지 하는 것을 설립 이념으로 삼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삼화복지재단에는 죽전원 외에도 죽전직업재활원, 천안죽전주간보호센타가 부설돼 있다. 천안죽전원이 재활서비스 지원, 일상생활 지원, 건강증진 서비스 지원, 행정서비스 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는 한편, 죽전직업재활원(원장 최현숙)은 직업상담 및 평가, 교육·훈련, 직업적응 훈련, 화토·청원사업을 천안죽전주간보호센타는 교육사업, 재활치료사업, 사회적응 훈련사업, 교육상담 및 기타사업 등을 담당한다.

 

다양한 체험으로 마음의 벽 없애

 

이렇게 각 부분이 나름의 역할을 해 온 15년의 세월동안 죽전원은 지역내 타 시설·기관이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현실로 만들어 냈다. 정동진 기차여행, 청와대 방문 등도 있지만 제주도 2박3일 여행, 중국여행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수속, 이동, 식사 등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지만 이제는 정말 잊지 못할 추억들이 됐다.

 

식당과 빵공장 등에 취업을 나간 이들도 있고 직업재활을 통해 각자의 통장에 저축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장애인들로 구성된 밸리댄스팀 '아라벨라'가 인기다. 10명 가량의 입소 생활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아라벨라는 얼마 전 전국밸리댄스 경연대회에서 특별상을 받았고 각종 행사에 초청을 받기도 한다.

 

"처음 죽전원을 찾은 자원봉사자들이나 방문객들 중에는 생활인들이 별로 거리낌없어 하고 밝은 것에 대해 의외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요. 제가 볼 때는 죽전원 가족들이 나름대로 많은 사회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종종 여행도 하고 일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장애인 스스로 쌓기 쉬운 마음의 벽을 없애고 있는 것이죠."

김은희 사무국장의 말이다.

 

연인원 6000명 찾는 자원봉사 학교

 

세월만큼의 나이테를 더하면서 죽전원은 지역에서 자원봉사의 학교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2008년 기준으로 죽전원을 찾은 봉사자들의 연 인원은 6000여 명 가량이나 된다. 새마을 금고, 삼성전자, 현대캐피탈, 현대차정비연수원 등 여러 기업들이 기업연수 과정에 죽전원 방문을 포함시켰고 지역내 4개 대학의 봉사동아리는 4~5년 전부터 꾸준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북일고와 천안고등학교도 협약을 체결해 함께 원생들과 함께 마라톤을 연습한다. 학생들중에는 정기봉사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한화는 각종 행사 지원 및 자원봉사에서도 오랜기간 가장 적극적인 후원과 봉사를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천안시이용협회, 개인택시나눔봉사회, 여성자원봉사회 등은 말 그대로 '또 하나의 가족', 죽전원의 역사만큼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요즘 장기적인 불황속에 후원액이 줄어드는 것이 큰 걱정이다. 올 1월 모아진 외부 후원금은 작년동기에 비하면 50%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2월부터 조금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극적인 증가는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 작년 5월부터 CMS후원을 도입해 200여 건의 후원 약속을 얻었지만 통장에 잔액이 부족해 입금되지 않는 계좌가 절반에 이르고 그런 통장의 개수가 늘어가는 형편이다.

 

하지만 누구도 이런 현실앞에 상처받거나 위축되지는 않는다. 그동안 겪어온 세월만큼 죽전원의 뿌리는 굳건하기 때문이다.

 

정일순 이사장은 15주년을 맞은 자리에서 말했다.

 

"다 채우지 않은 여유있는 마음으로 많이 웃으세요. 저도 좀 더 가까이 세상과 소통하며 통합되는 삶을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가족을 느끼고 가정같은 일상이 되도록 마음과 모양을 리모델링하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시길 소원합니다"라고.

 

"자립생활 지원사업 강화할 것"

[인터뷰] 정송월 천안죽전원장

 

 

10년여의 세월동안 죽전원에서 일해오면서 죽전원과 가족들의 사소한 일상까지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작년 12월10일 취임한 정송월 원장이다.

 

다음은 정 원장과의 인터뷰.

 

▶개원 15주년을 맞은 소감은.

설립당시에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관심과 협조를 아끼지 않으신다. 나름대로 죽전원이 그간 쌓아온 성과와 평가라고 생각한다. 주민여러분들과 천안시민들,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앞으로 변화하는 복지패러다임에 맞게 새로운 각오로 내일을 맞을 예정이다.

 

▶복지패러다임의 변화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최근 장애인시설 등은 30인 미만의 소규모 시설로 변환해 가는 게 추세다. 인·허가도 이런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생활시설은 소규모 공동생활 가정으로 전환되면서 사회적응을 돕게 된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 죽전원도 15주년을 기점으로 기존 재활, 건강서비스 사업중심에서 자립생활 지원사업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의 초점을 맞춰 나갈 예정이다.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제안해 올해 4월부터 '체험홈 사업'을 도입했다. 보통의 가정과 똑같은 환경에서 장애인들이 직접 음식도 해먹고, 빨래도 하고, 쇼핑을 나가기도 하면서 사회적응을 연습한다.

향후 법인차원에서도 공동생활가정을 얻어 나갈 예정이다.

 

▶죽전원만의 자랑꺼리가 있다면.

무엇보다 원생들이 밝다는 것이다. 그동안 개인들의 욕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업무의 초점이었다. 단 1명이라도 원한다면 대응가능한 자원을 발굴하려고 한다. 마라톤과 낚시 같은 것들이 그런 케이스였다.

 

▶시민들에게 한마디.

천안죽전원이 지금처럼 자리매김한 것은 천안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도 보내주신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살며 보답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도 애정과 조언을 아끼지 말아 주셨으면 한다.

<희>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충남시사신문 568호(6월9일자)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충남시사신문은 충남지역언론 풀뿌리 연대체인 충남지역언론연합회(충언련)과 바른지역언론연대(바지연)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죽전원, #충남시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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