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연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 사는 모습을 보면 자연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도 없고 모르는 상태로 살아가는 듯합니다. 사람은 자연 숲길보다도 아스팔트 길에 익숙해 있고, 흙과 나무로 지은 집보다 철근 콘크리트인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 있습니다. 일부러 자연 환경을 찾아나서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자연 환경은 점점 인간 삶에서 멀어지고, 개발과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사람을 감싸고 있습니다.
이곳 일본 시가켄에 있는 류코쿠대학 세타 캠퍼스에서는 캠퍼스 주위 자연 환경을 류코쿠의 숲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학교 수업에서 사토야마학이라는 과목을 학생들이 수강하고 자연 환경에 대한 이론 및 지식은 물론 직접 숲에 들어가 자연 환경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 주변 자연 생태에 관심이 있는 시민과 교직원을 중심으로 류코쿠 숲 사토야마 보전회를 설립하여 학생들과 공동으로 숲 체험 활동을 하고 대학에서 얻어진 연구 성과를 시민 단체와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토야마학은 아직 일본에서도 생소한 이름이고 아직 학술 용어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점점 활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사토야마는 마을 리(里)와 메 산(山)을 이르는 말로 근대화나 산업화되기 이전 마을 주변의 산과 논밭을 이용하여 자급자족하던 당시의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을 현대에 되살리고 복원하여 현실에 맞게 활용 보전하여 사람의 생활과 정신을 풍요롭게 하자는 취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자연생태체험학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6 월 첫째 주 토요일 사토야마보전회 회원들과 사토야마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더불어 류코쿠 대학 남쪽에 있는 류코쿠의 숲에 들어가 산에 핀 꽃들을 보고, 지난 겨울 버섯 종균을 새겨 넣어 쌓아둔 버섯목을 다시 세우는 작업을 했습니다.
류코쿠대학 세타 캠퍼스는 교토 후카쿠사, 오미야 캠퍼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만든 캠퍼스입니다. 1989 년 캠퍼스를 만들어 사회학부와 이공학부가 새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1995년 캠퍼스 부근 산지 38 핵타 아르를 구입하여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시설을 새로 더 지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계획대로 시설을 짓고자 현지 부근 산지를 현지 답사한 결과 학교 인근 산지에 일본에서도 희귀종으로 선정된 매(오오타카, 학명: Accipiter gentilis)가 서식하고 있으며, 나무만 120 종이 넘고, 그밖에 소중한 동식물 등 자연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직원을 중심으로 학교 부근 산지 개발을 중지하고 학교 실습림으로 활용하자고 건의하여 이것이 이뤄진 것입니다.
먼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학교가 있는 시가켄 오츠시 지역의 시민과 교직원을 중심으로 류코쿠의 숲 보존회가 결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연환경의 개선과 현실에 대한 심포지움을 열어 자연환경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숲의 가치와 현실을 직시하게 됩니다. 이어서 대학에서도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추진하는 사립대학 학술 고도화추진사업의 하나인 오픈 리서치 센터 연구 조성에 적극 노력하여 2004 년부터 문부과학성 연구 조성에 채택되어 5 년간 지속적으로 연구 활동을 왔습니다. 그리고 첫 연구 사업이 끝나고 다시 2009년도부터 시작하는 두 번 째 사업에 대해서도 일본 문부성의 사업 지원 채택을 받아 계속 연구 및 조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본 안에는 사토야마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는 1 천 여 개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본 안에 있는 유명 국립 대학들은 막대한 연습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류코쿠 대학처럼 학교 부근 산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연구, 학생들의 수업 체험 및 시민들과 더불어 활용하는 대학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수도권이나 대도시 부근에는 산이나 자연 환경이 많이 남아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발업자들의 눈에는 저 산을 허물어 아파트를 지어 팔면 이익이 남을 것이라는 생각뿐입니다. 그리고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은 가정 쓰레기나 산업 폐기물을 몰래 버리는 데만 산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푸른 숲이 더 이상 분해되어 사라지기 전에 우리 시민이 적극 나서고, 대학이나 식견이 있는 사람과 더불어 숲이나 자연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용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21 세기가 되면 대학이 가장 먼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대학이 현실을 무시하고 자신을 위한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나온 조소 섞인 말이겠지요? 21 세기의 대학은 학문을 위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21 세기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 직시하여 대학과 지역 사회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아스팔트 길과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발견하지 못한 희망을 숲이나 자연 환경 속에서 찾아나서는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마루야마 도쿠지(丸山德次), 미야우라 도미야스(宮浦富保) 공편, 사토야마학(里山學) 시리즈1 문화로서의 자연 재생에 있어서 사토야마학의 권유, 류코쿠대학 사토야마학 지역공생학 오픈 리서치 센터, 2007.3.마루야마 도쿠지(丸山德次), 미야우라 도미야스(宮浦富保) 공편, 사토야마학(里山學) 시리즈2 숲이 있는 대학에서 사토야마학의 시선, 류코쿠대학 사토야마학 지역공생학 오픈 리서치 센터, 2009.3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