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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청 앞 광장에는 웃지 못 할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시청역 옆 한쪽 구석에서 스무  명 남짓한 전경대원들이 광장을 향해 대열을 갖춰 서있고,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나온 시민들은 천진난만하게 여가를 즐기고 있다.

 

평화로운 한 때, 대체 뭐가 두려운가? 숨지 말고 나와라!

 

지난 4일, 시청 앞 광장 봉쇄가 풀렸지만 서울시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모양이다. 한쪽에서는 누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은 채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고, 한쪽에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기세. 밤낮으로 평화로운 광장을 향해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는 전경대의 모습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대체 무엇이 이렇게 국가와 국민 사이를 '불신'이라는 장막으로 가로 막았을까. 국민의 원성을 받아들여 전경버스로 봉쇄했던 광장을 열었으면 됐지, 또 무슨 꼼수를 부려 서울시민들을 농락하려 드는가. 겉으로만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척하고, 애초에 서울광장을 원래 주인의 품으로 돌려줄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민심을 잠 재우려면 숨어서 훔쳐보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서 우리 얘기 좀 들어 달라. 그게 싫다면 아예 철수하든가.

 

"피차 발 좀 뻗고 잡시다"

 

한쪽 구석에 대기하고 있는 전경대 뿐만이 아니라 서울 광장 곳곳에는 경찰들이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감시하고 있다. 촛불이 두렵다면 국민들 손으로 촛불을 내려놓도록 해야지 어쭙잖게 물대포만 쏘아댔다가 불씨가 청와대까지 번져나갈까 걱정이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외면한 채, 애꿎은 전경들만 '개고생'시키려 하나. 무력으로는 민주주의를 잠재우기는커녕 국민들의 열망을 증폭시킬 뿐이란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정부는 또 촛불이 번질까 노심초사하고, 전경들은 시민들 앞에 방패를 갖다 대느라 젊은 가슴에 상처를 입고, 국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촛불을 드느라 피곤해 죽겠다. 언제까지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을 달려 나갈 것인가.

 

내일 당장 서울광장에서 열리기로 예정됐던 '6.10 범국민대회'의 불허로 경찰과 시민들의 충돌이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가 또 다시 민심에 불을 붙일지 염려된다.

 

"이제 그만 대통령도, 전경들도, 국민들도 피차 발 좀 뻗고 잡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blog.ohmynews.com/haimil87/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전경대, #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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