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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저. 돌베게
▲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저. 돌베게
ⓒ 윤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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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독립 당시의 선구자들이 여러 나라의 민주주의 역사에 근거한 헌법제도를 가져옮으로써 탄생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민 스스로가 쟁취하지 않고 운 좋게 얻은 대한민국 헌법이 만들어낸 민주주의는 그것을 지키려는 4ㆍ19 혁명, 5ㆍ18광주 민주화사태 등과 같이 후불제로 지불하고 있고 언제 또 후불제로 지불해야 할지 모르며 어쩌면 지금 후불제를 지불하고 있다는 저자의 해석은 신선하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들은 스스로 얻지 않은 대한민국 헌법에 따른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 적어도 우리 20대들에게는 이전 세대들과 같은 자유에 대한 격렬한 몸짓이 없었다. 우리들은 그저 자유를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하찮게 여겼다. 그래서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 자유를 지켜주겠지'라는 무책임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우리들은 이제 자유뿐만이 아니라 더 넓은 개념에서 방임주의적이 되어갔다. '누군가 자유를 주겠지'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무책임함은 결국 '누군가 경제를 살려주겠지' , '누군가 일자리를 만들어주겠지', '누군가 내 재산을 불려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변질되어 갔고 우리들은 아무런 고민없이 그것을 들어주겠다고 한 인물의 치명적인 도덕적인 결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표자로 선출했다.

선출했다라는 의미… 우리들이 선출하는 것에 참여를 했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행스럽지 않고 참혹했다. 최근 17대 대통령의 투표율은 62.9%.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거의 절반에 달하는 국민들이 우리의 소중한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달콤한 하루 휴식과 맞바꾼 것이다.

자료 : 중앙선관위
▲ 2007 대선 연령대별 투표율 자료 : 중앙선관위
ⓒ 윤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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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대부분 사람들을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가봤자 뽑을 사람이 없는데 뭐 하러 투표하느냐." 하지만 뽑을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우리나라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나? 그만큼 주인의식이 없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한다.

어쨌든 우리의 대표자는 취임부터 우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헌법을 무시하는 건국 60주년 기념식을 거행하며, "더 이상 헌법이 지정한 자유는 없다"라고 우리들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광우병의 위험이 있는 24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다른 나라에서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쓰레기)를 눈앞의 이익을 위하여 무더기로 수입한다. 그리고 수입정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불법시위로 규정, 전경들을 동원해 무차별 공격한다.

뿐만 아니라 달성 가능성이 거의 없는 7ㆍ4ㆍ7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불, 세계 7대 강국)을 위해 원화가치를 고의적으로 떨어뜨려 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를 심화시켜 우리의 2008년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덕분에 달러가치의 비상식적 상승이 일어났고, 고정적인 달러가치를 예상하고 환헤지상품 키코에 가입해 있던 많은 중소기업들은 갑자기 불어난 손해로 줄줄이 도산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학생들은 환율폭탄으로 도중에 공부를 마치고 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늘어났고, 불안정한 경기상황으로 기업들은 점차 새로운 일자리의 문을 닫아버렸으며 전공과목을 이수한 수많은 대학생들은 길거리로 내몰렸다.

우리의 대표자는 그런 우리들에게 비정규직 법안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시키는 법안을 제공하고, 인턴 제도를 강화시켜서 취업문을 열어주겠다 했지만, 그것들은 모두 기약없는 고용이며 보장없는 일자리 정책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우리의 대표자는 우리나라의 최악의 상황을 예측했던 인터넷에서 활동하던 '미네르바'를 전기통신기본법에 의거한 '허위사실 유포죄'로 감옥에 집어넣었으며, 수많은 네티즌으로부터 "주가 3000간다는 사람은 대통령을 하고, 주가 500간다는 사람은 감옥간다"는 비아냥을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우리의 대표자는 자신이 하는 정책들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고자, 공영방송 KBS의 사장을 임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퇴출시키고, 자신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등용했으며, 소위 조ㆍ중ㆍ동이라 일컫는 보수신문들의 방송 진출을 허가하는 법률과 우리의 자유의견을 억압하는 사이버 세계에서의 처벌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은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많은 지식인들은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왜 대통령을 탓하는가? 그를 우리의 대표자로 만든 것은 우리가 아니었나? 대선전에 제기된 수많은 의혹들 앞에서 우리들은 '돈' 그것 하나만을 보고 그를 뽑지 않았는가? 그가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을 위해 모든 것을 만족시켜 줄 것이라 기대했단 말인가?

우리들은 우리들이 뽑은 대통령을 상대로 후불제 민주주의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관심 없다고 누가 되든 간에 똑같다고 하루를 낭비해버린 결과를 우리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기본권을 지키고자 하는 헌법은 저절로 지켜지는 '존재'의 의미가 아니라, 우리들이 그것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행사해야만 지킬 수 있는 것이라는 '당위'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우리는 생각을 단단히 고쳐먹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들은 대통령을 탓하기에 앞서서 이러한 현실을 만든 우리들의 무지함을 탓해야 한다. 우리가 무지해서 만든 대통령을 왜 뽑아놓고 욕하는가? 결국 그를 뽑아놓은 것은 우리가 아니던가?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우리 스스로 행사해야 한다. 더 이상 누가 대신 지켜주는 헌법이고 자유가 아니란 말이다. 국민의 절반이 나라의 대표를 뽑는 일에 관심이 없어놓고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5년을 되새기며 다시는 그런 과오를 남기지 않도록 스스로가 반성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돌베개(2009)


태그:#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돌베게, #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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