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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저녁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풍물패 터울림이 길놀이를 하고 있다.
 10일 저녁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풍물패 터울림이 길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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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저녁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추모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10일 저녁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추모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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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11일 새벽 0시 45분]

추모미사 "22년 뒤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다시 부슬비가 내리는 11일 새벽 0시 20분까지 용산 남일당 현장에서는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10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이날 문화제는 예정시간은 1시간 정도 넘겨 11시간 동안이나 이어졌다. 낮에는 노래공연만 있었지만, 저녁 추모미사 뒤에는 풍물·춤·마당극·율동 등이 다양하게 어우러졌다.

바람까지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30여 명의 철거민과 시민들이 점퍼와 비옷을 입은 채 문화제가 모두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흥겨운 노래가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이날 추모미사에서도 6·10항쟁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이강서 신부는 강론을 통해 "22년 전을 떠올리면서 그동안 바뀌지 않은 현실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그 기념을 이 자리에서 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맹자 정치사상의 핵심은 '왕도정치'였다, 맹자는 '임금이 백성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면 백성도 임금에 복종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왕도정치가 실종되고 강도정치를 우려할 상황이다. 오늘은 6·10항쟁을 기념하는 날이다. 사람들이 '22년 전 우린 어디 있었을까' 추억할 때, 기억해야할 것이 더 있다. 140일이 넘도록 (용산 참사) 영혼들이 구천을 떠돌던 오늘의 6월 10일에 우리는 어디 있나. 지금으로부터 22년 뒤에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자."

 10일 저녁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고 양회성씨 부인 김영덕씨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10일 저녁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고 양회성씨 부인 김영덕씨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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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패 '아름다운청년' 역시 "사람답게 살 권리를 지키려고 했던 것이 4·19와 광주항쟁이었고 22년 전 6·10항쟁이었고 오늘의 용산현장이다, 학살자들은 평화롭게 내려온 적이 없었다"면서 민주항쟁의 의미 계승을 강조했다. 고려대 율동패 '돌개바람'에서 활동하는 한 대학생은 "고려대가 이명박 대통령을 낳긴 했지만 기르진 않았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는데 이 대통령이 삽질을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고 양회성씨 부인 김영덕씨는 "6·10항쟁 22주년인데도 (서울광장이 아닌) 이 곳까지 와준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면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될 때까지 용산을 잊지 않고 찾아주신다면 우리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한편, 용산 남일당의 참사 현장에서는 오는 13일에도 6·10항쟁 기념문화제가 열린다.

이날 오후 4시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과 '열사희생자추모기념담체연대회의(추모연대)'는 이 곳에서 열사 추모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추모문화제에는 22년 전 6·10항쟁의 불씨가 됐던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 등 유가족 50여 명이 참여한다.

 10일 오후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철거민들이 가수들의 공연을 보고 있다.
 10일 오후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철거민들이 가수들의 공연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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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이윤엽씨가 '여기 사람이 있다'는 글씨와 그림이 그려진 판화 티셔츠를 만들고 있다.
 화가 이윤엽씨가 '여기 사람이 있다'는 글씨와 그림이 그려진 판화 티셔츠를 만들고 있다.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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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참가자가 꽃화분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한 참가자가 꽃화분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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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0일 오후 6시 30분]

무법천지 용산, '광장'으로 변신하다

 10일 오후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한 철거민이 자신의 캐리커처를 보고 웃고있다.
 10일 오후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한 철거민이 자신의 캐리커처를 보고 웃고있다.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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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 직원이 사라진 용산 참사 현장은 오후 늦게부터 작은 광장으로 변했다.

참사가 일어났던 남일당 건물 옆에서는 노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엄광현, 김정은, 이정훈, 에몬, 태히온, 덥, 시와, 미쓰 홍당무, 조약골, 복태, 한낱, 길바닥 평화행동 등 가수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청계천 8가' 같은 민중가요도 불렀지만, 대부분 자신들이 만든 포크송이나 랩을 통해 철거민들의 슬픔을 위로했다. 익숙하지 않은 노래였지만 철거민들도 박수를 치며 자리를 지켰다. 그룹 '드럼서클'의 안내에 따라 둥글게 둘러앉아 북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기도 했다.

골목 사이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참여프로그램과 전시도 어우러졌다. 허물어진 건물 벽들은 거대한 전시장이 됐다. 시사만화가들의 만평, 사진가들의 용산 현장사진들이 벽에 붙었다. 미술가들은 용산참사에 대한 벽화를 그렸고, 시인들은 플래카드에 시를 썼다.

김해자 시인은 '망루'라는 시에서 "불타버린 망루/마주보이는 전선줄에/새 몇 마리 앉아서 운다/지상에서 영원히 철거당한 몸/몇달째 땅속에도 들지 못한/차가운 주검/냉동실에 잠시 두고/이 저녁 마실 나오셨는가/바람이 분다/차라리 떠나불자/새가 운다"는 시를 적었다.

정희성 시인 역시 플래카드에 "우리들의 시대는 집이 헐린 채/제 삶의 터전을/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을/도심 속의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다"는 시를 남겼다.

용산사진관, 캐리커처, 판화찍기 티셔츠 등 철거민과 참가자들이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눈에 띄었다. 사진가들은 꽃이나 플래카드를 들고 영정이 그려진 철제 임시벽을 배경으로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었고, 미술가들은 '여기 사람이 있다'는 문구가 적힌 판화 티셔츠를 만들었다. 만화가들은 참가자들의 캐리커처를 무료로 그려주었다.

이날 대구에서 상경해 문화제에 참여한 만화가 김수박씨는 철거 현장 뒤로 보이는 고층 빌딩을 벽에 그렸다. 그는 "아무리 봐도 저 건물이 남의 것 같고 평생 나와 상관없을 것 같다"면서 "요즘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사연을 만화로 그리기 위해 유가족들을 만나고 있는데, 이 분들 얘기를 빨리 만화로 그려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캐리커처를 그리던 만화가 김경래씨는 "현장에는 오늘 처음 왔는데 TV에서 보던 것과는 달랐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폭력을 쓰는데도 경찰이 말리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그리신 분들도 많은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온 종일 용산사진관의 '찍사'로 활약한 조재무씨는 "철거민이나 문화제 참가자뿐 아니라 지나가던 시민들도 많이 참여해서 재미있어 하셨다"면서도 "왜 문화예술인들이 이런 일로 모여서 이런 사진관을 열어야 하나 답답하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1신 : 10일 오후 5시]

"6·10 항쟁 중심은 용산"... 오늘도 용역폭력 난무

 10일 오후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남일당 건물 철제 임시벽에 붙인 꽃 조형물을 용역업체 직원이 떼어내려 하고 있다.
 10일 오후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남일당 건물 철제 임시벽에 붙인 꽃 조형물을 용역업체 직원이 떼어내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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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취재기자의 카메라를 뺏고 있다.
 10일 오후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서 용역업체 직원이 취재기자의 카메라를 뺏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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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오늘 6·10 민주항쟁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그 중심에는 용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국민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본질입니다."

10일 오후 1시, 100여 명의 철거민과 문화예술인들이 서울광장이 아닌 용산 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 앞으로 모였다. 이날은 6·10항쟁 22주년이지만 용산 참사가 벌어진 지 140일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밤 11시까지 계속되는 '용산참사 140일 해결 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는 문화예술인 140인이 참여했다. 문화제에서는 음악·극·춤·풍물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이 이어진다. 만화가들의 캐리커처, 용산 관련 사진전, 설치미술, 동영상 방영 등도 함께 벌어진다.

그러나 용산 현장은 이날도 문화예술의 난장만이 아닌 폭력적 무법천지의 모습을 보였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문화예술인의 퍼포먼스를 가로막으면서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직원들은 문화예술인과 철거민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고, 취재기자들의 카메라를 밀치거나 뺏기도 했다.

퍼포먼스 참가자 목 조른 용역업체 직원들... "이것이 용산의 일상"

이날 문화제 첫 순서는 남일당 건물 옆 '촛불미디어센터'인 레아호프 빌딩에서 진행된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및 퍼포먼스'.

시국선언 사회를 맡은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민주항쟁 의미의 중심에는 용산이 있다"면서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씨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아무리 정치가 형식적으로 민주화되더라도 공동체가 파괴되고 '자기의 땅에서 유배된 사람들'이 양산되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영화감독 정지영씨는 "6·10항쟁 22돌은 우리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 많은 질문을 하고 있다, 우리는 거기에 답하기 위해 여기로 왔다"고 강조했다. 사진가 노순택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면서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쥐'라고 부르는데, 용산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우리도 '반인반쥐'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국선언을 하는 동안 문화예술인과 철거민들은 4층짜리 빌딩의 각 층 창문을 통해 피켓과 꽃 모양의 조형물을 드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피켓의 한쪽 면에는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이, 반대편에는 웃는 표정의 사람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참가자들은 시국선언이 진행되는 동안 영정이 그려진 피켓을 웃는 얼굴이 그려진 쪽으로 돌려서 들었고, 선언이 끝나자 꽃 조형물을 하늘로 날렸다. 이 꽃 조형물을 남일당 건물 철제 임시벽에 붙이는 것이 전체 퍼포먼스 내용이었다.

 10일 오후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 참가한 문화예술인과 철거민들의 퍼포먼스. 영정이 그려진 피켓을 웃는 표정의 얼굴로 돌려서 들고, 꽃 모양의 조형물을 하늘로 날렸다.
 10일 오후 '용산참사 140일 해결촉구 및 6·10항쟁 22주년 현장문화제'에 참가한 문화예술인과 철거민들의 퍼포먼스. 영정이 그려진 피켓을 웃는 표정의 얼굴로 돌려서 들고, 꽃 모양의 조형물을 하늘로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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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참가자들이 꽃 조형물을 벽에 붙이자마자, 이 지역 철거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 호람건설 직원 10여 명이 나타나 이를 다시 떼어냈다. 이때부터 약 30분 동안 참가자들과 용역업체 직원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우리 회사 사유재산인 펜스를 왜 훼손하냐"면서 참가자들에게 "X발년", "X발놈" 등의 욕설을 내뱉었다. 이들은 참가자들의 목을 조르며 밀어냈고, 취재기자들의 카메라를 손으로 막거나 아예 뺏기도 했다.

철거민들은 "용산에서는 이런 일이 매일매일 벌어지는 일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아까우면 (철제 임시벽) 그냥 떼어가라", "예쁜 것(꽃 조형물)이 무섭냐"고 맞섰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도 현장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왜 시민들을 폭행하냐"고 말렸으나, 직원들은 "벽에 낙서하는 걸 옹호하는 사람이 의원 맞냐", "당신 같은 국회의원은 나도 하겠다"며 오히려 유 의원에게 삿대질을 하며 항의했다.

한편, 몸싸움이 이어지면서 용역직원 중 한 명도 길에 넘어져 다쳤다. 그는 머리를 감싼 채 15분간 엎드려있다가 응급차에 실려 갔는데, 이를 보던 철거민들은 "여자에게 밀려서 넘어져놓고 쇼를 한다", "엄살떨지 말아라"면서 야유를 보냈다.

약 오후 2시 30분께 몸싸움이 소강 상태가 된 뒤, 현장에서는 가수들의 노래공연이 시작됐다. 유가족들을 비롯한 50여 명의 철거민과 시민들이 거리에 앉아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태그:#용산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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