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다시 전쟁의 기운이 엄습하고 있다. '제3차 북핵 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제3차 서해교전'과 '3일 전쟁' 가능성까지 공공연히 언급된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남북한의 50년 갈등과 증오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협력의 첫걸음을 내디딘 6.15로 돌아가자는 기치를 내건 긴급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말] |
군 관계자들은 남북 군사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을 꼽는 데 이견이 없다. 이미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남북 해군 간 교전이 발생한 이곳이 다시 폭풍전야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7일 오후 이곳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이 완전히 철수한 것이 확인되자 군 당국은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이 지역에 구축함과 초계함, 고속정을 대폭 증강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9일 "북한 경비정이 의도적으로 서해 NLL을 침범해 긴장을 조성할 가능성에 대비해 NLL 인근 해상에 함정을 증강 배치했다"며 "증강된 함정에 대해 자세한 전력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평소보다 2배가량 증강배치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해군은 현재 3200톤급 '광개토대왕급' 구축함(KD-1)과 1900톤급 '포항급' 초계함(PCC)은 물론 최근에 취역한 유도탄고속함 '윤영하함'(440톤급), '참수리급' 고속정(PKM) 등 수십 척의 전투함을 NLL 해상에 전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안포·미사일 한국 해군에 큰 위협 우리 측에서는 경기도 평택항에 사령부를 두고 있는 제2함대 사령부, 북한 측에서는 황해도 남포에 위치한 서해함대 사령부가 이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동서로 단절된 북한 해군은 수상 전투함정 420여 척과 잠수함 60여 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70~80%를 서해상에 배치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북한 서해함대 사령부는 수상 전투함정 340여 척과 잠수함 40여 척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 서해함대 사령부 보유 전력 중 약 60% 정도가 해주와 사곶 등 NLL 근방에 전진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해군 2함대가 보유한 함정 척수는 북한에 비해 적지만, 함정의 종합적인 전투 능력을 감안하면 북한 해군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과 군사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또 고 윤영하 소령을 비롯한 6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던 지난 2002년 제2차 서해교전의 교훈을 분석하여 해군은 최전방의 참수리급 고속정을 화력으로 뒷받침할 포항급 초계함과 함께 묶어 배치하는 이른바 '편조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즉, 속도는 빠르지만 40mm '보포스 포'와 20mm '시 발칸' 등 비교적 경무장인 참수리 고속정들을 2~3Km 후방에 위치한 포항급 초계함의 76mm 함포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군 당국은 해군 함정간의 전투에서는 우리 해군이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NLL전역이 북한이 서해안을 따라 구축한 해안포와 대함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이라는 점에 긴장하고 있다. 북한은 사곶과 해주, 옹진반도 등에 해안포와 '샘릿',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 등을 집중 배치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이 보유한 100mm 해안포는 사정거리가 20km로 북한이 자신들의 영해로 선포한 해상군사분계선 전역이 사정권에 포함되어 있다.
또 군 당국은 최근 북한이 구경 76mm, 100mm 해안포 가운데 일부를 122mm, 130mm 등 대구경 포로 교체해 최대 사정거리가 34Km로 늘어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안포보다 사정거리가 더 길고 정확한 샘릿(사정거리 83~95km),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사정거리 40~65km)과 북한 유도탄정이 장비한 '스틱스'(사정거리 46km) 함대함 미사일 역시 한국 해군에게는 주요한 위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NLL에 배치된 한국 해군 함정에 대해 북한의 해안포나 지대함 미사일이 발사되면 "타격 지점에 대해 대응을 할 것"이라는 방침을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즉 유사시에는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K-9 자주포(사거리 40㎞)와 공군의 F-15K 전투기를 동원해 북한의 해안 기지를 공격하는 등 육·해·공 합동 전력으로 상황을 조기에 마무리한다는 전략을 세워둔 상태다.
강화된 교전수칙과 북한 본토 투사는 확전 가능성 키워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이런 군의 계획이 자칫하면 확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한국군의 군사력이 북한 본토에 직접 투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지전으로 제한되었던 지난 1, 2차 서해 교전과는 달리 또 다시 서해에서 남북한 해군 함정 간에 교전이 발생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또 제2차 서해교전 이후 강화된 해군의 교전수칙도 군사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차 서해교전 당시 한국 해군에게 완패를 당한 북한 해군이 2002년 6월 29일 벌어진 교전에서는 차단기동(밀어내기)을 하기 위해 접근하던 우리 참수리 357정에 선제공격을 가해 피해가 커졌다는 판단 때문에 군은 지난 2002년말 NLL 지역의 교전수칙을 대폭 수정했다.
1, 2차 서해 교전 당시 우리 해군은 '경고방송→시위 및 차단기동→경고사격→위협사격→조준 및 격파사격' 등 5단계로 이뤄졌던 교전수칙을 따랐지만, 강화된 교전수칙은 '시위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 3단계로 간소화됐다. 당시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었던 이상희 국방장관은 "앞으로는 북한 함정의 NLL 침범 징후만 포착돼도 해군뿐 아니라, 공군과 백령도·연평도에 주둔 중인 지상군 전력까지 합동으로 대응태세에 들어갈 것이다. 이럴 경우 공군 전투기의 초계비행 범위는 NLL 부근으로 전진 배치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스포츠 경기가 아닌 이상 개별적 전투 상황에 엄밀한 매뉴얼을 만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남북한에 우발적으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고 해도 현장지휘관들에게 해석의 여지가 있는 과도한 작전권한을 위임해 놓는다면, 종합적으로 판단을 하기 어려운 현장지휘관들의 여건상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