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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자료사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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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쇄신 논의가 '수싸움'으로 번졌다. 맞선 이는 박희태 대표와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이다. 전반전 판세는 박 대표의 '판정승' 같다.

사흘 만에 궁지에서 살아난 박 대표... "역시 정치 고수"

지난 8일 오전까지만 해도 박 대표는 앞날이 불투명했다. '민본21'과 '7인 성명모임' 등 쇄신파는 '단식', '천막농성', '연판장 돌리기'를 거론하며 박 대표를 옥죄었다. 그런데 사흘 뒤(11일), 분위기는 뒤바뀌었다. 궁지에 몰렸던 박 대표는 살길을 찾고, 그를 몰아갔던 원 위원장이 수렁에 빠졌다.

상황은 박 대표가 "제가 6월 말까지 (거취를) 어떻게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 반전됐다. "'화합 전대'를 포함한 정치일정을 담은 쇄신안(단일안)을 최고위에 넘기면 전폭 수용하겠다"(지난 8일)는 게 대표의 태도이지만, 화합 전대가 무산되면 퇴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조기전대를 주장했던 쇄신파는 뜨악했다. "노회한 박 대표에게 원 위원장이 말려들어갔다"고 혀를 찼다.

수도권의 한 '친이' 재선 의원은 "쇄신특위 인적구성상 (화합 전대가 포함된) 단일안을 만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 않느냐"며 "그게 안 되면 지도부는 얼마든지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박 대표에 조언을 한 건지 대단하다"며 "쇄신논의가 큰 난관에 부닥쳤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박 대표에 '사퇴 시기' 못 박지 않고 확대 해석... 실수"

원희룡 한나라당 쇄신특위원장(자료사진)
 원희룡 한나라당 쇄신특위원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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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위 내에서조차 원 위원장을 향한 원망이 쏟아졌다. 한 위원은 "원 위원장이 박 대표 말의 이면을 살피지 않고 너무 확대 해석하더라"며 "일부 위원이 대표의 사퇴 의지나 시기를 분명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 위원장이 '자충수'를 뒀단 말이다.

사정이 난처해지자, 원 위원장은 10일 오후 다급히 해명에 나섰다. 원 위원장은 "방금 박 대표와 만나 얘기해본 결과 둘 사이에 견해 차이가 없었다"며 '이상 무'를 주장했다.

'화합 전대'와 관련해서도 "대통령과 근원적으로 화합하고, 제도상 화합을 저해하는 요소(공천심사·당협위원장 교체 등)도 없앤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화합 전대=박근혜 전 대표나 그가 용인한 친박 인사가 출마하는 전대'란 암묵적 정의를 깬 것이다.

한 특위 위원은 "박근혜란 이름 석 자를 지칭하지만 않았을 뿐 모두 '화합 전대'의 배경이나 속뜻을 다 이해하고 있었는데 '친박'이 반발해 입장이 난처해지니 원 위원장이 말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특위도 화합 못하는데 어떻게 '화합 전대' 만드나" 비아냥도

원 위원장은 "박 대표가 '당의 근원적 화합을 위해 직을 걸고 노력하겠다'고 했으니 대표는 대표대로 노력을 하고 특위는 특위 나름대로 6월말까지 지도부 거취를 포함한 당·정·청 일괄 쇄신안을 도출하겠다"고 정리했지만, 이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직을 걸고 노력하겠다는 대표의 말 속엔 '시한'이 담겨 있지 않은 까닭이다.

'쇄신특위도 화합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화합 전대를 성사시키느냐'는 비아냥도 있다. 친박 위원인 이정현 의원이 반발해 사퇴한 일 때문이다.

쇄신의 핵심인 '국정기조 전환'은 소홀히 다루고 '조기 전대론'에 휘둘리다 빚어진 결과란 비판이 나온다. "지도부 퇴진"만 부르짖다가 늪에 빠진 모양새다.

민본21 소속이자 특위위원인 김성태 의원은 "정치적인 레토릭보다는 실사구시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제부터라도 국정기조가 변하지 않으면 당 쇄신·화합도 없다는 본질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기조 전환 없으면 당 쇄신도 없다는 본령에 충실해야"

원희룡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장이 취임 첫 행보로 조계사를 찾았다. 원 위원장과 소속 위원들이 지난 달 21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방문한 뒤 인사를 나누는 모습.
 원희룡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장이 취임 첫 행보로 조계사를 찾았다. 원 위원장과 소속 위원들이 지난 달 21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방문한 뒤 인사를 나누는 모습.
ⓒ 오마이뉴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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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친이 의원도 "처음에 세운 원칙을 향해 단순 명쾌하게 갔어야 했다"며 "말 바꾸기와 꼬리 내리기로 (특위가) 엉망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원 위원장은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자신있게 특위를 시작했지만, 20일만에 전권은 박 대표에게 되레 넘어간 꼴이다.

그러나 결과는 아직 모른다. 후반전이 남아있다. 쇄신파 등은 관망세이지만, 최악의 경우 다시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지도부 교체'를 주장하는 정몽준 최고위원 등이 먼저 퇴진해 박 대표를 압박하는 '돌발변수'가 나올 수도 있다.


태그:#박희태, #쇄신, #원희룡,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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