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택배 노동자들이 왜 고급 신발을 신고 다니는 줄 아느냐. 처음에는 돈이 많은 갑부인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무릎을 많이 다치기에 보호 차원에서 돈이 없지만 비싼 운동화를 신는다고 하더라."
이기준(45)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경남지부장이 11일 오후 창원 팔용동 소재 화물차량터미널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한 말이다. 이날 집회에는 250여 명의 화물노동자들이 참석했다.
금호·대한통운 자본과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자 화물연대가 11일 새벽 0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전국 15개 지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화물노동자들은 ▲해고 조합원 원직복직과 ▲노동기본권 보장 ▲화물연대 인정, 노동탄압 중단, 운송료 삭감 중단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화물연대 지부는 통영(거제고성)·진주(사천하동)·함안지회도 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창원에서 열린 출정식 이외에 3개 지회에서 총 350여 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화물연대는 이번 주까지는 거리선전전 위주의 활동을 벌인다. 금호·대한통운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투쟁 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고속도로 진입로 점거와 항만(사업장)봉쇄 등의 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화물연대 지부는 이날 파업 출정식 뒤 마산 소재 대한통운 사무소 앞으로 옮겨 선전전을 벌인다. 화물연대 지부는 12일부터 마산4부두 일대에서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기준 지부장은 "이번주까지는 평화적인 투쟁을 벌이겠지만, 이후 교섭 여부를 지켜본 뒤 해결되지 않을 경우 투쟁 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사업장 항의방문과 봉쇄조치 등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대접 받도록 최선 다하자"창원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은 찜통더위 속에 1시간가량 진행되었다. 이날 집회는 경남진보연합 몸짓패의 공연에 이어 상징의식 거행, 투쟁 결의문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기준 지부장은 대회사를 통해 "용산참사, 박종태 열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5월은 암울했던 달이었고, 모두 노동탄압에다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생긴 일"이라며 "자본과 노동자가 함께 사는 게 아름다운 세상인데, 자본은 노동자들의 땀을 쥐어짜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고 박종태 열사가 남긴 유서를 읽으면서 대회사를 마쳤다. 그는 "악착같이 싸워서 사람대접 받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투쟁사를 통해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 열기가 높아 날씨가 뜨거운 것 같다"면서 "올해 투쟁에서는 승리해야 하고, 대한통운이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이 뒤에서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라디오 등 방송에서는 장송곡이 나왔는데, 이번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죽었을 때 정상적인 나라라면 군부종식으로 환호성을 질러야 하는데, 언론이 국민 모두가 슬픔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언론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국민 정서를 받아내는데 있어 부족했다"고 말했다.
제해식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은 "경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는데,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보수 언론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보도하며 국민들이 잘못 판단하도록 했다"면서 "그렇게 해서 국민들이 세뇌가 되어 이명박 대통령을 찍게 만들었는데, 그것이 우리가 지금 이 땅에 앉아 있는 이유다"고 말했다.
결의문 "요구는 절박하나 너무나 간단하다"이어 이기준 지부장 등 지도부는 종이상자 겉에 "노동 기본권 쟁취" "대한통운 박살내자" "금호그룹 박살내자"고 써놓은 뒤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
화물 노동자들은 '총파업 결의문'을 통해 "박종태 열사가 돌아가신 지 40여 일이 지났다, 그간 화물연대는 열사 투쟁을 전개하는 한편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화물연대 조합원 190여 명이 연행되고 20여 명이 구속되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는 피해 속에서도 인내하였고 대화를 촉구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의 요구는 절박하나 너무나 간단하며 상식적이다"면서 "해고한 대한통운택배 조합원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고 박종태 열사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전 조합원은 단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전면 총파업을 사수할 것"과 "전 조합원은 투쟁본부의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