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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개인 뒤 날씨가 청량하다. 숨을 쉬기도 훨씬 편한 아침이다. 한 차례 내린 비가 공중의 먼지를 청소하여 하늘은 맑고 초목은 한층 푸르다. 출근을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볍게 보인다. 시계가 넓어져 산과 들이 가까이 보인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날씨라면 남한산성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왔다. 아침마다 태양이 남한산성 너머로 그림처럼 떠올라 한강에 비추이곤 했다. 그러나 잠실 한강변에 아파트가 장벽을 이루어 버리는 바람에 조망권이 형편없게 되어 버렸다. 태양은 콘크리트 숲에 가리어 버리고 한강도 잿빛으로 죽어가는 듯 보인다. 앞이 콱 막혀 답답하다.

 

아차산에 오르니 남산과,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관악산, 그리고 그 뒤로 첩첩히 서 있는 산들이 청명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한강은 콘크리트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도시의 허파역할을 하는 녹색 숲은 점점 사라져가고 도심은 빌딩과 아파트로 회색의 숲을 이루고 있다.  

 

한강변을 따라 고층아파트가 길게 장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장벽! 3·8선에 남북을 가르는 철책이 있다면 서울엔 한강을 가로 막는 '서울의 장벽' 있다. 무분별한 개발은 강을 따라 끝없는 콘크리트 장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파리의 구도심은 엄격한 고도제한으로 5층 이상 건물을 짓는 것이 불가능하며, 재건축도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로마는 베드로 성당 꾸뽈라(돔)를 기준으로 건축고도를 제한하고 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성 이삭성당의 돔을 기준으로 고도를 제한하고 있다.

 

싱가포르, 뉴욕, 리우데자네이루, 시드니 등 해외의 큰 도시는 환경에 맞는 다양한 건축물로 높고 낮은 조형미를 이루어 아름다운 도시를 이루고 있다. 그들은 개발에서 오는 눈앞의 이익보다는 도시미관을 해치는 무분별한 건축을 엄격히 제한하여 백년대개를 바라보는 도시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떤 특정한 사람(부자, 재벌, 권력층)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도시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을 위한 지혜로운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서울은 어떤가? 무조건 높이, 많이 짓는 바람에 미관은커녕 답답한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잠실에 102층 건물이 들어서면, 교통 혼잡 유발과 조망권, 에너지의 소비 등이 불러오는 피해는 누구한테 돌아 갈 것인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소비되어야 하는지, 공중에 먼지는 또 얼마나 날아다닐지·… 곰곰이 고려해 보아야 할 일들이다.

 


태그:#서울장벽,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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