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아차가 11일 스포티 세단 '포르테 쿱' 신차발표회를 열고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기아차가 11일 스포티 세단 '포르테 쿱' 신차발표회를 열고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 기아차

관련사진보기


기아차는 11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1층 코엑스 야외광장에서 관계자와 기자단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차발표회를 갖고 '포르테 쿱'(FORTE KOUP)의 본격적인 시판을 시작했다. 이날 신차발표회에서는 레이싱 레드, 산토리니 블루 등 3가지 색, 총 5대의 2도어 포르테 쿱 1.6과 2.0 모델이 공개됐다.

기아차는 포르테 쿱에 대해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스타일, 차별화된 성능, 강화된 안정성을 갖춘 스포티 세단"이라며 "지난해 뉴욕모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카 쿱(KOUP)을 기반으로 26개월의 연구개발 기간과 950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신차"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스포츠카면 스포츠카이고, 세단이면 세단이지, '스포티 세단'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2007년경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KBS 개그콘서트 '같기도'가 연상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같기도'는 "현대인들에게 중용의 미(?)를 일깨워주는 일종의 개그 무술"이라고 한다. 혹자는 어느 것 하나 분명한 것 없이 복잡하게 얽힌 현 세태를 제대로 읽어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20세기 분석의 시대에서 21세기 융복합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깔끔하게 분류되던 기준들이 모두 모호해졌다는 것이다.

스포츠카? 스포츠 세단?... '스포티한' 세단!

11일 기아차가 새롭게 선보인 스포티 세단 '포르테 쿱' 신차 발표회. 차 뒷부분에 객실과 분리된 트렁크가 있다.
 11일 기아차가 새롭게 선보인 스포티 세단 '포르테 쿱' 신차 발표회. 차 뒷부분에 객실과 분리된 트렁크가 있다.
ⓒ 최경준

관련사진보기


세단은 고정된 지붕이 있는 승용차 형식을 말한다. 좌우에 문이 각 1개씩인 2도어와 각 2개씩인 4도어가 있지만, 어느 것이나 실내에는 2열의 좌석이 있어서 4∼5명이 탈 수 있다. 특히 차의 뒷부분에 객실과 분리된 트렁크가 있는 게 일반적이다. 베르나, 아반떼XD, 소나타, 옵티마, 그랜저XG 등 일반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승용차가 이에 속한다.

세단과 달리 스포츠카는 차량의 속도를 중심으로 만든 경주용 자동차다. 속도를 중시하다보니, 엔진은 승용차보다 강력하며, 차체는 낮고 안정되어 있다. 반면 승객을 위주로 한 실내정숙성이나 승차감 등 세단의 장점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보통 2인승인 경우가 많고, 뒷좌석이 있더라도 상당히 불편하다. 또한 객실과 트렁크룸이 분리되지 않은 해치백 형태를 띤다.

스포츠 세단이란 이런 스포츠카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생김새는 일반 세단형 승용차와 비슷하고, 실내공간도 고급 승용차 못지않으면서도 고성능을 내는 차량을 말한다. BMW M-시리즈, 재규어 S-TYPE 등이 대표적인 스포츠 세단이다.

BMW M5의 경우 400마력에 가까운 힘을 내고 최고시속 250km/h(Limit)를 자랑한다. 스포츠 세단으로 불릴 수 있으려면 그만큼 뛰어난 성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 모양만 흉내 내면 그냥 '스포티한' 세단일 뿐이다. 아직까지 국내차 중에 정확한 의미의 '스포츠 세단'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기아차의 신차 포르테 쿱을 '스포츠 세단'이라고 보도했다. 정말 포르테 쿱은 스포츠 세단일까?

슈라이어 부사장은 이날 신차발표회에서 영상을 통해 "포르테 쿱의 시승은 흥분되는 경험이었다"며 "포르테 쿱의 디자인은 직선의 단순함(Simple)을 바탕으로 속도감이 느껴지며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를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포르테 쿱의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외관"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후면부로 날렵하게 이어지는 루프라인과 개성이 강한 당당한 이미지의 리어 범퍼, 그리고 날렵한 트렁크 리드는 세련되고 스포티한 외관미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아차는 "고급 스포츠카에만 적용되는 트윈 머플러(소음기, 배기통)를 적용했다"며 "포르테 쿱에 맞춰 디자인 및 설계된 16인치 티타늄 그레이 알루미늄 휠과 17인치 블랙 스포티 휠은 차별화된 스타일과 고급스러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관만이 아니다. 기아차는 "내장 칼라는 블랙 윈톤을 기본으로 레드 포인트 컬러를 적용해 스포티한 느낌을 더해 기존 포르테와 차별화했다"며 "주행 시 운전자를 단단하게 지지해 최적의 안전자세를 확보해주는 스포츠 버켓 시트를 장착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공개된 포르테 쿱은 이전 4도어 세단 포르테에 비해 높이는 6cm, 지상고는 10mm 낮은 더욱 역동적인 스타일을 갖췄다. 그러나 포르테 쿱을 두고 스포츠 세단이라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개성있는 세단 찾는 고객이 주요 타깃"

서춘관 기아차 국내마케팅 이사대우가 11일 '포르테 쿱' 신차발표회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취재기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서춘관 이사대우의 몸 이곳저곳에 방송 카메라 마이크가 주렁주렁 달리자, 한쪽에서 "마징가제트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서춘관 이사대우도 "벌 받는 것 같다. 이렇게 하고 이라크라도 갈까?"라며 웃었다.
▲ "이건 기자회견도 아니고 벌 받는 것도 아니여~" 서춘관 기아차 국내마케팅 이사대우가 11일 '포르테 쿱' 신차발표회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취재기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서춘관 이사대우의 몸 이곳저곳에 방송 카메라 마이크가 주렁주렁 달리자, 한쪽에서 "마징가제트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서춘관 이사대우도 "벌 받는 것 같다. 이렇게 하고 이라크라도 갈까?"라며 웃었다.
ⓒ 최경준

관련사진보기

일반적으로 스포츠 세단의 보닛(본네트)은 길고 넓적하게 깔리는 반면, 포르테 쿱은 짧고 약간 볼록하게 올라왔다. 특히 차 뒷부분이 해치백 형태가 아니라 객실과 별도로 트렁크가 어색하게 분리돼 있다.

성능 면에 있어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아차는 "포르테 쿱에 세타Ⅱ 2.0 엔진과 감마 1.6 엔진을 장착해 강력한 주행 성능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타Ⅱ 2.0 엔진의 최고출력은 158마력(최대토크 20.2kgom), 감마 1.6 엔진은 최고출력 124마력(최대토크 15.9kgom)이다. 동급 세단과 비교해서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지만, 스포츠 세단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포르테 쿱은 스포츠 세단이 아니라 '스포티한' 세단인 셈이다. 기아차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서춘관 기아차 국내마케팅 이사대우는 "일부 언론에서 포르테 쿱을 스포츠 세단이라고 했던데, 스포츠 세단이 아니라 스포티 세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아차는 포르테 쿱이 스포츠 세단이 아니라 '스포티한' 세단이라는 점을 오히려 중요한 마케팅 전략으로 꼽았다. "개성 있는 세단을 갖고 싶은 고객들이 주요 마케팅 대상"이라는 것이다.

서춘관 이사대우는 "포르테 쿱은 세단을 갖고 싶으면서도 세단에 질리거나 개성을 창출하고 싶은 고객들을 겨냥한 차"라며 "쿠페를 찾는 소비자가 아니라 세단 쪽에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서 이사대우는 또 "20~30대 주요 고객층이 주요 타깃이지만, 자녀를 출가시키고 여유가 있으면서도 젊은 마인드를 가진 50대까지 마케팅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사람은 스포츠카, 나이 드신 분들은 세단"이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20세기 분석의 시대'는 더 이상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아직 국내에서는 외국처럼 백발노인이 오픈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없지만, 젊은 사람이 중대형 세단을 타는 모습은 종종 확인할 수 있다.

기아차가 '꽃보다 남자' 소이정역으로 출연한 탤런트 김범씨를 포르테 쿱 1호차 주인공 및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도 "포르테 쿱의 주요 마케팅 대상과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디자인 경영'을 내세우고 있는 기아차는 이미 포르테 쿱에 앞서 '21세기 융합의 시대'를 선보인 바 있다. 'SUV의 스타일에 미니밴의 다목적성과 세단의 승차감을 접목시킨 크로스오버차량' 쏘울이 그것이다. 쏘울은 지난해 출시된 이후 기아차의 내수 확대에 기여한 것은 물론 미국 등에서도 판매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서영종 기아차 사장은 "포르테 쿱을 쏘울과 함께 디자인기아의 새 아이콘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며 "4도어 모델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판매율과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내수 1만대, 수출 2만5000대 등 총 3만5000대의 포르테 쿱을 국내외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기아차의 최초 스포티 세단 포르테 쿱이 쏘울에 이어 기아차의 또 다른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포르테 쿱의 가격은 7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된 이후를 기준으로 주력인 1.6 모델이 1541만∼1905만원, 2.0 모델이 1684만∼1966만원이다.


태그:#포르테 쿱, #기아자동차, #스포티 세단, #꽃보다남자 김범, #쏘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