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부의 '6월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대회' 불허 방침 철회와 평화적 집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부의 '6월항쟁 계승 및 민주회복 범국민대회' 불허 방침 철회와 평화적 집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역시 한나라당의 정치전술 지도부는 조중동이었다. 조중동이 길거리 정치 운운하며 야당을 공격하자 한나라당은 즉각 반응을 보인다. 한나라당이 11일 야당·시민사회가 주최한 '6·10 22주년 범국민대회'를 '정치 굿판'이라고 맹비난하는 의원총회를 열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당내에서 군색한 자신의 입지를 만회해보려는 듯 외부의 적을 향해 맹공을 퍼붓는다. 뻔히 그 속내가 드러나 보이는 행태지만 그래도 그 발언을 옮겨보면 이렇다.

 

"시청 광장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몇몇 야당이 정치 굿판을 했지만 아무런 국민적 호응 받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왜 국민들이 외면을 했습니까. 국민이 당면한 것은 심각한 경제난이고 어려운 경제적 여건입니다. 이것을 무시한 정치 놀음에 어떤 국민이 동조를 하겠습니까"

 

6.10범국민대회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했다는 '단정'을 내리고 있다. 전국에서 수십 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앉아서 여론조사에 민주당 등 야당을 지지하는 것과 질적으로 다른 엄청난 인파들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 MB악법에 대한 분노의 몸짓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경찰과 검찰을 동원한 정치보복과 반민주적 작태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도심의 하늘을 가득 메웠다.

 

이를 두고 박희태 대표는 '국민들의 외면'이라고 규정한다. 국어도 안돼, 정세분석도 안돼, 눈에 보이는 현실도 못봐, 공격적 수사도 적절치 못한 박희태 대표가 한나라당 내에서도 '왕따'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는 당연한 현상인 모양이다. 그리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녹음기 수준의 박희태 대표 연설은 지금 국회 다수당 한나라당의 수준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박희태 대표는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빨리 국회를 열어서 민생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여야가 머리 맞대고 정책도 법안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경제며 민생이다. 그런데 그 경제를 구렁텅이에 처박는 사람들이 '어려운 경제'를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한다. 집 없는 사람들을 길거리로 내쫓고 비정규직을 대량학살할 생각에 가득 차 있는 이들이 민생을 이야기한다. 용산을 불 태워 죽여 놓고 한 명도 한 번도 찾지 않는 한나라당이 경제니 민생이니 운운할 자격상실의 상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경제가 아니라 '강남의 부자'들을 위한 경제정책이었고, 제도개악이었음을 이미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데, 저들은 '강남의 부자'라는 수식어를 떼고 민생문제라고 선전한다. 또 있다. 쥐가 고양이 걱정을 하고 있는 대목이다.

 

박희태 대표는 민주당 등 야당을 향해 "길거리를 방황하는 것은 자멸하는 길"이라며 "돌아오라 국회로"라고 외친다. 봉숭아학당의 '어리석은 학생들'처럼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이 박수를 쳐댄다. 사회를 맡은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은 "'돌아오라 국회로'라는 촌철살인의 말씀"이라고 아부를 한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연단에 나서 "'돌아오라 국회로' 구호부터 외치고 갔으면 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한나라당이 아니라 봉숭아학당이다. 이런 정당이 '국민, 경제, 민생' 운운하며 국회로 돌아오라며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을 협박한다.

 

결코 들어갈 수 없다. 들어가서는 안된다. 지금 민주당이나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 중 한나라당의 입장에 동조하여 지지를 철회할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조중동이 길길이 선전선동을 하더라도 조중동의 독자들 중 민주당 등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민주당 등 야당 지지자들 중 조중동의 선전선동에 영향을 받을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적확한 진단일 터.

 

문제는 민주당이다. 민주당 의원들 대다수가 조중동을 구독하고, 조중동에 사진 나오고 인터뷰 기사 나오는 것에 아직도 연연한다. 그래서인지, 한나라당의 정치전술 지도부로서 조중동의 주장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지율 하락 또는 추락에 대해 염려한다.

 

이 꼴도 우습다. 민주당이 스스로 잘 해서 지금의 지지율을 올린 것이 아니다. 지난 겨울 원내에서 언론악법 저지투쟁과 최근 6.10범국민대회의 서울집회에서 '서울광장'을 몸으로 열어젖혔던 것을 빼고는 거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산으로 먹고 사는 정당이었고, 그 덕에 지지율 상승의 기쁨을 즐기고 있는 정당이다. 이런 정당이 이제 스스로 야당임을 그리고 야당답게 직접민주주의의 상징인 길거리정치를 통해 시민들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확대하고 좀 더 많은 시간을 시민들 국민들과 더 가진 후 들어가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직접 소통을 위한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전국투어를 기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비롯한 임시국회 개원의 선결조건이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의 이번 의원총회는 언론관계법을 '긴급한 민생법안, 경제살리기 법안'으로 규정,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했다. 그런데 임시국회를 열어 들어간다는 것은 '도로 민주당'으로 전락, 최근에 지지와 환호를 보냈던 국민들로부터 또 다시 외면당할 수 있다. 민주당의 자해행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6월 임시국회 개원을 합의할 이유가 없다. 아니 합의자체가 그 동안 민주당이 해 온 언론악법저지투쟁을 부정하는 것이 되고,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민주당의 기조를 허물어뜨릴 수 있다. 그래서 적어도 6월에는 임시국회를 열어서는 안된다. 굳이 들어가야 한다면, 민주당이 공개적으로 내 걸었던 선결조건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고, 특히 언론관계법과 비정규직법의 강행 표결처리 불가를 합의한 후에 들어가야 한다.

 

또 다시 초라한 지지율로 전락, 의미 없는 정당 민주당을 보고 싶지 않다. 정세균 대표 이강래 원내대표의 오판 없는 정치정도를 기대한다.


#박희태#정세균#이강래#민주당#임시국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