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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인도의 모든 불만분자들이 나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사실이다. 그것은 내가 일관되게 실천하는 것이다. 사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으려고 일부러 노력한다. 나는 이것을 계속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사람들을 통제하는 방식이고 굳이 말한다면 어느 정도는 인도를 통제하는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네루 평전> 217쪽

 

저 글은 모든 종파와 계층을 넘어 탄원자들과 민원인들이 놀라울 정도로 접근이 쉬웠다는 네루 수상이 그 이유를 설명한 대목이다.

 

네루는 1951년 이후 라이벌이 없는 지도자로 우뚝 선 존재였다. 게다가 대중적인 인기도 한 몸에 받고 있는 터라 대중의 열렬한 찬미와 지지를 이용하여 독재자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 대다수 개발도상국 민족주의 지도자들은 결국은 독재자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라이벌 없는 지도자 길을 걸었던 네루 역시 개발도상국의 여느 지도자들처럼 민주주의를 버리고 독재자의 길을 걸었을까?

 

1956년 시사만화가 R. K. 락스만은 네루가 여러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고 있고 청중인 국민회의 골수당원들은 충실하게 발을 맞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네루는 오른손에 타블라(Tabla:북의 일종), 왼손에 프렌치 호른, 어깨에 시타르(Sitar:인도의 전통 현악기), 발에는 심벌즈, 입에는 파티용 나팔까지 물었는데 이들 악기에 '재무', '외교', '내무' , '국민회의 업무' 그리고 'SRC 업무(SRC 주 재조정위원회)'라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락스만은 이 카툰에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제목을 붙였다. 인도인은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조차 다성 음악을 능란하게 연주하는 공연자인 네루의 탁월한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은 어느 글에서 이렇게 썼다고 한다.

 

"네루가 인도에서 민주주의 제도를 유지하지 않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명분을 다 이용할 수 있었다. 문맹과 빈곤, 질병과 무지, 통치해야 할 거대한 땅덩어리, 무슬림과 힌두 간의 심한 견해차, 연방을 와해시킬 수 있는 경향을 반영하는 수십 가지 언어와 다양한 문화들이 그것이다."

 

네루가 모든 명분을 거부하고 끝끝내 민주주의자인 동시에 인도 정치사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정치가로 남은것,  그것이 인도가 마하트마 간디와 더불어 네루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기리는 이유일 것이다.

 

사실 네루는 누구보다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며 비타협적인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런 네루였지만 인도가 파괴될 위기에 처했을 때 그는 대의를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하여 자신의 소신을 꺾기도 한다.

 

우리는 큰 대의를 위해 봉사하는 작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 대의가 위대하기 때문에 그 위대함 중의 어떤 것이 우리에게도 부여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이 세계와 인도에서는 강력한 힘들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우리는 다른 방법보다 더 빨리 통일된 인도에 이르게 될 것이며, 더 강력하고 더 확고한 토대를 가지게 될 것으로 저는 희망합니다. 지리상의 인도, 역사와 전통을 가진 인도, 그리고 우리 마음과 가슴 속에 있는 인도는 변할 수 없습니다. - 188쪽 인용

 

네루가 끝까지 독특한 민족주의를 결합한 사회주의자로 남아 독재자의 길을 거부했던 이면에는 인도에 대한 넘치는 사랑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네루는 인도가 마침내 영국의 통치로부터 벗어나 독립의식을 치르는 제헌의회 앞에서 인도인의 역사상 가강 유명한 연설을 한다.

 

오래 전에 우리는 운명과의 밀회(s tryst with destiny)를 약속했고, 이제 비록 전체적으로 완전한 정도는 아니지만 아주 실질적으로, 우리의 서약을 이행할 때가 왔습니다. 시간이 자정을 알리면, 세상 사람들이 잠들어 있을 때, 인도는 생명과 자유로 깨어날 것입니다. 역사상 드물게 오기는 하지만, 우리가 오래된 것을 벗어나 새로운 것으로 나아가는. 한 시대가 끝나는, 그리고 오래 억압 받던 한 나라의 영혼이 입을 열어 말하는, 어떤  순간이 왔습니다. - 192쪽 인용

 

네루가 걸어 간 길을 충실하게 되짚어 보면서 진정한 민족주의자 대의를 위해 개인의 사심이나 권력욕을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 진정한 지도가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 앞에 절망감이 밀려왔다.

 

민중의 입을 막으면 돌들이 일어서 외치리라.

 

이제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은 이명박 대통령께 평전에 견주어 그 이유를 밝혀보고자 한다. 네루가 만약 인도에서 민주주의 제도를 유지하지 않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면, 그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건과 명분이 그 당시에는 다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교육열 세계 최고를 자랑하여  문맹과 무지를 탈피한 지 오래다. 국민은 더 이상 눈과 귀가 막힌 바보나 시키는 대로 하는 로봇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빈곤과  질병도 인도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차이가 크다. 

통치해야 할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진 인도와는 달리 대한민국은 작디작은 통치 영역을 지니고 있다. 무슬림과 힌두 간의 심한 견해차로 나라가 갈라진 인도와는 달리 대한민국은 종교계는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화합하여 구국의 길로 나섰다. 수십 가지 언어와 다양한 문화를 지닌 인도와 달리 우리는 단일 언어를 사용하고 단일문화를 이어왔기에 구민들이 분열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이 모든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권위주의적인 독주를 멈추고 국민의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의 부재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온갖 악법을 통해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으려고 하고 있다.

 

네루 평전을 정독하시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으려고 일부러 노력한다. 나는 이것을 계속할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사람들을 통제하는 방식이고 굳이 말한다면 어느 정도는 인도를 통제하는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라는 사실을 깨우친  네루의 방식을 배우시라.

 

장로님이시니 성경을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다. 사람의 눈과 귀와 입을 막으면 돌들이라도  일어나 정의와 자유를 외치리라는 사실을.


네루 평전

샤시 타루르 지음, 이석태 옮김, 탐구사(2009)


태그:#네루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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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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