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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는 밤꽃이 한창이고 마을 골목 울타리 너머에는 사철나무꽃이 소박하게 피어난다.
▲ 감꽃이 지고 밤꽃이 필 무렵 사철나무꽃도 핀다. 숲에는 밤꽃이 한창이고 마을 골목 울타리 너머에는 사철나무꽃이 소박하게 피어난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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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낮처럼 뜨겁다가도 비가 내리면 으슬으슬 추워지는 날씨 탓에 우리의 옷 입는 풍속도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얇은 점퍼 하나씩 가방에 넣고 다니는 아이들이 늘었지요. 어제 더워서 얇게 입고 나갔는데 갑자기 너무 추워서 혼이 났다는 얘기나, 어제 쌀쌀해서 긴팔 입고 나갔는데 너무 더워서 힘들었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우리 인간은 이렇게 옷으로 몸을 보호하는 인위적 장비를 마련했지만 곤충들은 몸 색깔, 즉 보호색과 경고색으로 스스로를 보호한다고 합니다. 여름은 곤충의 계절이라고 할 만하지요. 우리를 밤마다 괴롭히는 모기로부터 숲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나비와 벌, 온갖 애벌레까지, 하지(6월 21일)를 맞기 전 우리는 곤충 세계로 떠났습니다.

아우편은 아쉽게도 5가 나오지 않아 곤충 눈을 그리지 못했어요.
▲ 곤충 그리기 아우편 아우편은 아쉽게도 5가 나오지 않아 곤충 눈을 그리지 못했어요.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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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모여 곤충 그리기 놀이를 합니다. 두 편으로 나누어 주사위를 던져서 한 마리의 곤충을 먼저 완성하는 편이 이기는 놀이입니다. 1은 곤충의 입, 2는 곤충의 더듬이, 3은 곤충의 몸(머리, 가슴, 배), 4는 곤충의 날개, 5는 곤충의 겹눈(잠자리 겹눈은 양쪽 합쳐 5만개 정도라고 하지요), 6은 곤충의 다리, 이렇게 나온 수대로 그림을 그리는 놀이입니다. 5학년 형님편과 2, 3, 4학년 아우편으로 나누어 놀이를 시작합니다. 아이들 날적이(일기의 순우리말)를 보니 오늘 놀이를 이렇게 잘 설명해서 써 놓았네요.

오늘 절기 시간에 주사위 놀이를 했다. 어떻게 하냐면 일단 주사위를 던져서 1이 나오면 입을, 그리고 2가 나오면 더듬이, 3이 나오면 머리, 가슴, 배, 4가 나오면 날개, 5가 나오면 눈, 6이 나오면 다리 그래서 곤충을 먼저 만든 팀이 이기는 것이다. 팀은 5학년 대 2, 3, 4 학년이다.

형님들은 장난끼가 가득한 그림을 그렸다. 곤충인지 괴물인지...?
▲ 곤충 그리기 형님편 형님들은 장난끼가 가득한 그림을 그렸다. 곤충인지 괴물인지...?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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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놀이는 형님편이 이겼습니다. 형님들은 처음에는 3만 계속 나와 질 것 같았는데, 그래서 놀이에 흥미도 잃어가고 있었는데 막판에 아우편이 부진한 바람에 이기게 되어 의기 양양합니다. 저는 한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사기 잃은 아우들을 북돋우는 것이, 형님들을 북돋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놀이를 정리하고, 형님 아우 함께 숲 산책을 나섭니다.

나뭇 가지 사이 갈라진 수피 속에 갈색 곤충을 넣어 놓으니 쉽게 찾지 못하겠지?
▲ 이런 나무틈에 곤충을 숨겼어요. 나뭇 가지 사이 갈라진 수피 속에 갈색 곤충을 넣어 놓으니 쉽게 찾지 못하겠지?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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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들어가서는 다시 남자편과 여자편으로 나누어 곤충 보호색 놀이를 합니다. 남자 아이들이 숲에서 곤충을 관찰하며 놀고 있는 동안 여자 아이들이 곤충 모형을 숨깁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남자 아이들이 숨긴 곤충을 찾아내는 놀이입니다. 그 다음에는 반대로, 남자 아이들이 숨기면 여자 아이들이 찾습니다. 이런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곤충들이 어떻게 자기 몸을 보호하는지 저절로 알게 됩니다. 놀이를 마치고 아이들이 쓴 글입니다.

곤충들이 보호색을 띄는데 내가 직접 숨기니 보호색이 이럴 때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곤충들은 살아남기 위해 같은색으로 위장한다. 우리가 놀이를 했을 때 곤충들을 같은 색에다 숨기니까 잘못 찾았다. 그게 곤충의 보호색이지?

초록색 벌레들은 초록색 풀들에, 갈색 벌레들은 갈색 나뭇잎이나 흙에 숨는 걸 알았다. 그리고 빨강이나 주황은 독이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린다고 했다.

무당벌레의 등의 색이 독인 것 같이 보이게 한 것처럼 초록색이나 갈색도 최고였다.

절기 시간에 산책을 가서 곤충 찾기 놀이를 했다. 남자들이 먼저 숨겼는데 내가 숨긴 건 한 마리도 못찾았다. 권진이는 자기가 숨긴 걸 자기가 못찾았다. 여자들이 숨겼을 때는 나는 왕파리 한 마리 찾았다. 이번에는 여자애들이 두 개를 다시 못찾았다. 결국 세 마리 잃어버렸다. 새하는 자기 꺼 못찾았다고 신나하더니 알고보니 반칙으로 선을 넘겨서 숨긴 거였다. 놀이를 해서 알게 된 것, 빨간색은 눈에 잘 띄나 경고하기 위한 색이고, 초록색은 나뭇잎에서 갈색을 돌이나 나무껍질에서 누런색은 마른 나뭇잎 사이가 제일 숨기 적당했다. (색=벌레색)

친구들이 숨긴 곤충을 찾는 아이들, 어디 있을까? 내가 숨긴 게 들킬까봐 조마조마, 표정으로는 숨기기 어려운 아이들
▲ 곤충을 찾는 아이들 친구들이 숨긴 곤충을 찾는 아이들, 어디 있을까? 내가 숨긴 게 들킬까봐 조마조마, 표정으로는 숨기기 어려운 아이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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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색과 경고색, 어쩌면 소극적인 놈들은 보호색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고, 적극적인 놈들은 경고색으로 남을 위협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삶의 태도는 어떨까요? 보호하거난 경고하는 것을 뛰어넘어 행동하는 것이 인간의 본연은 아닐까요?

세 개나 찾고 뿌듯한 마음을 담아 찰칵!
▲ 찾았어요. 세 개나 찾고 뿌듯한 마음을 담아 찰칵!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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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마을학교 춤추는방과후배움터는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입니다. 매주 수요일 절기 공부를 하며 우주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절기 공부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환경교육현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태그:#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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