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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올해 들어 220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간당 4천원. 그러나 내년엔 이마저도 위태로워 보입니다. 2010년도 최저임금액이 이번 달에 결정된다고 하는데, 노동계는 인상안인 5150원을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경제악화를 이유로 3770원으로 삭감하자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경제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을 만나봤습니다. [편집자말]
최저임금은 일한 시간에 비례해서 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나의 아르바이트 인생은 대학생활과 함께 시작되었으니, 5년쯤 된 듯하다. 그중에 가장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르바이트는 얼마 전 드라마로 인기를 끌기도 했던 유명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였다.

연봉 '200만원'짜리 '알바'를 시작하다

내가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를 한 것은 처음에는 딱히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 시기에 한창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가 유명했고, 왠지 커피 전문점 '알바'가 멋있어 보여 일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는 '윤은혜'가 아니었고 그곳에는 '공유' 같은 사장님도 없었지만 커피를 만들어 볼 생각에 설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커피를 만들어 보는 것은 나중의 일이고 맨 먼저 청소, 쓰레기에서 일회용 컵 분리하기, 테이블 닦기를 배워야 했다. 내가 일했던 매장은 번화가에 위치해서 바쁜 탓에 신입이 청소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테이크아웃 커피는 시간이 생명인데, 초보에게 하나하나 가르치며 천천히 커피를 만들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일했던 이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는 A조와 B조로 나뉘는데, A조는 주 5일 일하고 4대 보험 및 노동자로서 누리는 각종 혜택이 있는 반면에 B조는 주 3일 일하며 다른 혜택은 없고 단순히 최저임금에 5시간씩 일한 만큼 월급을 받았다. 나는 B조였다.

아르바이트할 때 설거지 하는 모습.
 아르바이트할 때 설거지 하는 모습.
ⓒ 김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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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층인 매장은 손님들이 마시고 간 컵들로 금세 더러워졌다. 물론 화장실 쓰레기도 조금만 방심하면 터져 나가기 일보 직전이라 자주 비워주어야 했다. 일을 배운 첫 달은 손님들이 마신 머그컵을 설거지하고 청소하는 데만 시간을 허비했다.

종일 서서 설거지를 하면 허리가 아팠다. 또 수시로 매장의 청결상태를 체크해야 했기 때문에 일이 끝나면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그렇게 한 달을 일하고 첫 월급이 입금되었다. 처음 받은 월급의 액수는… 세상에나 21만원가량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거기 직원들이 B조에게 왜 '연봉 200만원'이라고 놀리는지 이해가 되었다. 월급을 적게 받는 탓에 이득을 본 것도 있었다. 더 많이 버는 사람들이 밥을 먹을 때 "너는 돈 내지 마, 연봉 200만원이 뭘 내려고 그래" 하면서 내가 돈을 내는 것을 만류해주었다. 그 외에도 '연봉 200만원'인 덕에 회식자리는 물론 어디에서도 돈을 쓰지 않게 되었다.

당시 나는 부모님께 용돈도 받으면서 소일거리로 아르바이트를 했던지라 사람 사귀는 재미에 아르바이트를 계속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중 다른 한 명도 "돈만 생각했으면 이 일은 못하지"라고 말할 정도였다. 돈을 번다는 목적으로만 일했으면 한 달에 20만원가량 되는 돈으로 어떻게 생활이 가능했을 것인가.

마감근무에 만근 뛰어도 한 달에 30만원

그 몇 푼 안 되는 월급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 나는 마감근무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혼자 생활하는 탓에 늦게 들어간다고 혼내시는 부모님도 없고, 또 마감근무는 아무래도 밤늦게 하는지라 꺼리는 사람이 많아서 얼떨결에 된 것도 있었다. 하지만 마감 근무를 하게 되면서 왜 사람들이 꺼렸는지 이해가 조금씩 되었다.

밤 늦은 시각에 들어와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고, 주말쯤에는 기분 좋게 술에 취한 사람들이 술 냄새를 풍기면서 커피를 마시러 오곤 했다. 또한 마감 근무란 것은 오늘 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다음날 장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이었으므로 그날 썼던 모든 것들을 깨끗이 청소하는 게 '일'이었다.

3층까지 쓰레기통과 화장실을 청소하고 층마다 있는 컵들과 각종 설거지를 다 하고 나면 자정을 넘기는 것은 기본이었고 끝나고 나면 기진맥진했다. 일이 끝나고 나면 나는 새벽 1시 20분까지 다니는 좌석버스를 타러 급하게 뛰어가곤 했다. 그러고 나면 다음날 일어나는 것이 힘들 정도로 몸이 피곤했다. 

이렇게 일주일에 3일씩 마감근무를 해서 내가 받은 돈은 얼마였을까? 만근에 야간 수당까지 합쳐 30만원을 받게 되었다. 당시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최고의 월급 기록을 경신했다고 놀라워했다. 주 3일, 주말을 다 바쳐가며 저녁부터 새벽까지 일해서 30만원을 받았다고 놀라워해야 하는 현실에 조금씩 회의가 들면서 나는 당시 최저임금이란 것이 제대로 측정된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취업 안 돼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은 어찌합니까

내가 일하던 커피숍의 매장 전경.
 내가 일하던 커피숍의 매장 전경.
ⓒ 김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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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모 버라이어티 쇼에서 최저임금이 얼마인가라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정답을 맞히는 과정에서 모 연예인이 자기가 몇 년 전에 아르바이트 할 때만 해도 시급 2100원씩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자 나도 몇 년 전 처음 수능시험을 치르고 나서 했던 아르바이트가 생각났다.

처음 수능을 치고 대학 원서를 쓰고 한창 용돈을 벌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던 나는 부산의 한 번화가 분식집에서 일했다. 어머니의 만류로 이틀 하고 관두긴 했지만 그때 나의 시급이 2100원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일의 양에 비해 정말 '최저' 임금이었다.

서울은 수도권이라 최저임금이 대체로 잘 지켜지는 편이지만 지방에서는 최저임금이 잘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았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아르바이트를 처음 접하는 대학생들이나 갓 수능을 치른 고등학생들은 이름 있는 곳이 아니면 최저임금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게다가 일의 양은 그에 비해서 많아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어쩔 수 없이 일하기가 일쑤였다.

지금의 최저임금은 그에 비하면 많이 오른 것이고, 임금 착취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만큼 물가도 오르지 않았는가. 대학생 때는 부모님에게 일부 기댈 수라도 있지만 아르바이트 개념이 아닌 생활 명목으로 최저임금만큼의 돈을 받고 일해야 한다면?

요즘 취업이 안 돼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뛰어드는 대학생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최저임금의 영향도 그만큼 많이 받게 될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최저임금을 줄이면 그만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진다.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논의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문제가 1000원을 올리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자 하는 마음이 좌절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부디 최저임금에 대한 바른 결정이 내려지길 바란다.


태그:#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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