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들로부터 시작된 시국선언이 문화·예술·종교계에 이어 의료계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14일 한의학계 1757명이 '대통령님, 이건 정말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발표한데 이어 의사·약사·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인 2289명도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민주주의 수호와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보건의료인 2289인'이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에서 이들은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무시한 채 독재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국민들의 의견을 묵살하였다"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의 민주적 기본권을 부정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막가파식 개발정책, 비정규직 법의 개악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은 하나같이 서민들을 희생해 특권층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며 독재정부는 정부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민중의 생존권은 도탄에 빠지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고를 강탈하여 재벌 및 부자들과 나누기에 바쁘다"며 "추진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사과까지 한 반서민적 사업들을 이름만 바꾸어 4대강 개발, 공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제도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또한 이들은 국민건강권을 위협하고 의료비를 폭등시키는 의료민영화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올해 5월 이명박 정부는 촛불항쟁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의료민영화 정책을 이름만 바꾸어 그대로 다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영리병원 허용 또는 의료채권과 병원경영지원회사의 허용은 병원을 영리추구 기업으로 합법화시키겠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간의 생명과 건강은 돈벌이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지켜져야 할 가치이며 이명박 정부가 무너뜨리려 하고 있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는 1987년 6월 항쟁에 의해 한국 민중이 얻어낸 한국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이다"고 덧붙였다.
송미옥(약사)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장은 "'헌법 제1조' 노래를 광장에서 크게 불러도 그 뜻을 이해 못하는 몰상식한 정권과 마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정희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부자에 의한, 부자를 위한, 부자의 정책을 가지고 이 땅의 국민들을 지배하려는 이명박 정부는 하루속히 꿈을 깨야 한다"며 "수천만 명의 국민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데도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여전히 귀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 보건의료인 2289인 시국선언문 |
민주주의 수호와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보건의료인 2289인 시국선언문
87년 6월. 군부독재를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민중들이 들풀처럼 일어선지 22년이 흘렀다. 한국 민중들은 이후에도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수많은 목숨과 피를 바쳐왔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부당한 정권의 독선으로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무시한 채 독재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와 경제위기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일부 특권층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지금의 시대적 상황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느끼며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우리의 의지를 밝히고자 한다.
첫째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의 민주적 기본권을 부정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국민들의 의견을 묵살하였다. 그 결과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거대한 촛불시위로 나타난 국민적 저항에 머리 숙여 사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후 언론을 장악하고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모든 국가권력을 총동원하여 국민들을 탄압하고 길들이기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을 통해 자기의 주장을 밝혔다고 국민들을 잡아가두고, 엄마들이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려 거리에 나섰다는 이유로 구속시키며 전 대통령의 서거에 조의를 표하는 국민들을 범법자로 몰았다. 헌법에 보장된 언론,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악법이나 마스크 법 등의 악법을 통해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일을 벌이려 한다. 우리는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며 독재정부는 정부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다.
둘째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서민들의 삶을 외면하고, 특권층만을 대변하는 반민중적 정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이명박정부에게 서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 부자와 재벌들만을 위한 각종 규제 완화, 환경파괴 외에 얻는 것이라고는 없는 막가파식 개발정책, 비정규직 법의 개악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은 하나같이 서민들을 희생해 특권층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반대하여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국민들을 폭력으로 억눌러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고 있다. 용산참사 희생자들, 시급 30원을 올리기 위해 삶을 버린 화물노동자, 대규모 정리해고로 인해 사망한 쌍용차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경제위기시기 민중의 생존권은 도탄에 빠지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고를 강탈하여 재벌과 부자들과 나누기에 바쁘며, 추진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사과까지 한 반서민적 사업들을 이름만 바꾸어 4대강 개발, 공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계속 추진하고 있다. 국민들의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사회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셋째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의료비를 폭등시키는 의료민영화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올해 5월 이명박 정부는 촛불항쟁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의료민영화 정책을 이름만 바꾸어 그대로 다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영리병원허용 또는 의료채권과 병원경영지원회사의 허용은 병원을 영리추구 기업으로 합법화시키겠다는 것이며 이는 국민의료비를 폭등시킬 조치이다. 민영보험회사에 대한 규제완화 및 특혜조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축소시키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경제위기시기에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병원과 보험회사에게는 무제한의 이익을 누리게 하겠다는 의료민영화정책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인간의 생명과 건강은 돈벌이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지켜져야 할 가치이며 이명박 정부가 무너뜨리려 하고 있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는 87년 6월 항쟁에 의해 한국 민중이 얻어낸 한국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이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오늘날 우리의 소명이 건강보험체계를 위협하는 이명박 정권의 의료민영화정책에 맞서 싸우는데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22년 전 6월 항쟁과 1년 전의 촛불 시위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저항의 위대함을 보여주었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어떤 정권보다도 우선함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민의에 역행하며 민주적 기본권과 민중의 생존권을 송두리째 짓밟고 있는 이명박 정권은 반민주적 독재 정권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한국사회의 의료보장제도를 무너뜨릴 의료민영화 정책을 저지하는 것이 오늘 보건의료인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임이라고 판단한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민중생존권의 수호, 그리고 의료민영화 정책이 중단될 때까지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2009년 6월 16일
보건의료인 2289인 시국선언 일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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