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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표 해장라면을 끓여주는 행복 포장마차 부평 문화의 거리 입구로 들어서는 모퉁이에 15년동안 라면과 우동을 팔아오신 어머님의 소중한 일터입니다. 소시민과 노동자가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주셨습니다.
▲ 어머님표 해장라면을 끓여주는 행복 포장마차 부평 문화의 거리 입구로 들어서는 모퉁이에 15년동안 라면과 우동을 팔아오신 어머님의 소중한 일터입니다. 소시민과 노동자가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주셨습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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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친구들이랑 술 먹고 집에 가는 길에 맛있는 라면 생각에 저도 모르게 왔습니다."
"아침에 속 든든하게 해주는 어머님표 해장라면 하나 끓여주세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3차까지 술을 먹다보니 어느새 새벽 3시가 넘어버렸네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상태에서 집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 집니다. 술 때문이었는지, 시간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속이 허한 걸 느끼자 라면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늦어졌는데 뜨끈한 해장라면 하나 먹고 가야지.'

언젠가 오늘처럼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가 포장마차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와 냄새에 못이겨 시나브로 발길을 옮겨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냥 라면이나 하나 먹고 가야겠다'며 먹었던 그 라면맛에 하마터면 눈물까지 흘릴 뻔 했지요. 그 후로 부평 문화의 거리 근처에서 술 먹는 날이면 매번 그 포장마차에 도장을 찍을 정도로 자주 찾아갔었습니다.

"엄니, 물 좀 주세요. 아니 얼음물 없나요?"
"라면이 맛있긴 한데 너무 매워서… 후후~"

저도 늦은 시간에 혼자서 맛있는 라면을 먹고 있는데 그 사이에 여러 명의 손님이 찾아와서 술에 찌든 위장을 해장라면으로 행복하게 위로해주고 있네요. 정말 맛있게들 먹고 있습니다.

포장마차를 운영하시는 어머님은 아들만 세 명을 라면 장사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고 합니다. 문화의 거리 푯말이 보이는 자리에서만 15년째 포장마차를 운영하셨다 하네요. 저녁9시부터 음식거리 준비해서 꼬박 밤을 새워 다음날 새벽5시까지 졸린 잠을 참고 새벽이슬을 맞으면서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어머니~, 라멘..라멘 하나 주시랑께롱~"
"오랜만에 왔는데 어쩐다냐, 라면 다 떨어져서 우동밖에 없는디..이거 먹고 가라이~"
"아유~, 엄니표 라면 먹을라고 간석동에서 왔는디 워쩌라고요~."

아침이 밝아오는 시간인데도 아들, 딸 같은 손님들은 여전히 끊이지 않네요. 시간이 흐르면서 라면도 다 팔려서 어머님도 이제 장사를 접을 준비를 합니다.

"아구. 왜 사진을 찍고 그랴, 잘난 얼굴도 아니고 뭘 그렇게 찍어싸~"
"그냥 기사 한 번 쓰려고 하는데 몇 장만 찍고 갈께요..히^^.."

어머님은 못이긴 척 하시며 묵묵히 일 하는 모습만 보여주네요. 저 또한 술도 취한 상태에서 라면 먹다가 꼬부랑 글씨로 알아보지 못할 내용을 무심히 그냥 적고 있네요. 웃음이 납니다.

포장마차는 허름하지만 그래도 옛날 즐겨 부르던 발라드 노래도 흘러나오고 또 어머님의 구수한 입담이 어우러져서 참 포근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줌마, 젓가락하고 수저 안주셨어요. 어디 가셨어요."

잠시 숨을 돌리고 저랑 이야기 하시느라 밖에 나와 있었는데 그새 손님들이 난리가 났네요. 어머님은 40 가까이 되는 막내 아들이 아직 장가를 안가고 있어 걱정이 된다고 합니다. 얼굴도 잘생기고 키도 훤칠한데 왜 장가를 안가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한숨을 푹 쉽니다.

"어머님, 저도 30대 후반인데 아직 장가를 못 갔어요. 그래도 아드님은 장가를 안 간거지 못 간건 아니잖아요. 히~^^. 곧 좋은 인연 생겨서 결혼 하시겠죠."

요새는 예전보다 손님도 줄고 장사도 잘 안돼서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하루먹고 사는 우리 서민들의 현실은 더 어두워졌다고 나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서운한 맘을 표현하십니다. '부자만 더 잘살게 되고 노동자나 서민들은 어디 발 디딜 곳조차 없어서….'

날이 점점 밝아옵니다. 그새 새벽녘 어둠의 기운이 태양의 환한 빛 속으로 사라져버렸네요. 괜스레 어머님을 귀찮게 해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술기운이 깨려는지 속이 쓰려오고 졸음이 몰려옵니다.

"어머님, 너무너무 고맙고요. 건강하시고 또 찾아 뵐게요. 어머님표 라면맛 끝내줍니다~"
"그랴~. 자네도 얼른 장가들고, 또 오라구. 잘 가게나~"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포장마차#어머님표해장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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