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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오전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앞에서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선포식이 마친 뒤 20명의 대학생 대표자들이 집단 삭발식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10일 오전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앞에서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선포식이 마친 뒤 20명의 대학생 대표자들이 집단 삭발식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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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말고사 중이다. 내가 학생일 때는 6개월 24주가 한 학기라고 여겼는데 이제 부모가 되어 대학 등록금을 내는 처지가 되고 보니 대학 한 학기는 24주가 아니라 15~16주인 것을 비로소 알겠다. 대학등록금 낼 시기가 너무 자주, 너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저번 등록금을 낸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학년 초 개학했나 싶으면 축제, 중간고사, 눈 깜짝할 사이에 기말고사이자 여름 방학이고 다시 2학기 등록이 목전이다.

방학에도 돈은 계속 든다. 취업 '스펙' 쌓는다며 영어 학원이다, 해외연수를 우기면 부모로서 거절할 명분 찾기가 어렵다. 취직하겠다는데, '돈 없는 것이 뭐 자랑이라고?' 한편으로 자식에게 인색해 보일까봐 걱정하면서 눈치 싸움하며 가정형편 맞추어 타협하고 나면 부모로서 진이 다 빠진다. 돈 없으면 부모 노릇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돈 없으면 부모 노릇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

이런 부모들 처지에 비해 등록금은 너무 많이 오른다. 물가는 2~3% 상승하는 데 반해 등록금은 매년 꾸준히 6% 이상 상승한다. 물가인상률의 두 배 이상이다. 등록금넷 자료에 의하면 1978년과 2008년을 비교해볼 때 도시근로자 가구당 연간 소득이 27배(173만원에서 4600만원으로, 쌀은 28000원에서 15만원으로 약 5배, 한우 가격은 6배) 올랐는데 대학등록금은 5만 원에서 11만원이던 것이 300만원에서 960만원으로 85배나 오른 현실이다.

이젠 대학교 다니는 자식들까지 말끝마다 돈 걱정이다. 얼마 전에는 '대학 학비도 비싸고 대학에서 크게 배우는 것도 없으니 대학을 자퇴하겠다'나 뭐라나? 그러나 대졸자 아니면 사람 구실하기 어려운 세상, 대학에서 배우는 것이 있든 없든 어느 부모가 쉽게 자퇴를 허락하겠는가?

부모로서 주변에 내 또래 40대 후반, 50대 초반 부모들을 보면(그때는 아들 딸 구별 말고 얼른 얼른 둘만 낳아 단산하는 것이 대유행이던 시절이라) 대학생들이 2년 터울로 있는 집이 많아서 두 아이 등록금에 용돈까지 연 2000만 원 이상 든다.

도대체 얼마를 벌어야 학비를 대겠는가? '알바' 시급 4천원에 한 시간 대학강의 3만원, 여덟 시간 '알바'해야 한 시간 수업 듣는다면 어느 천 년에 아르바이트해서 대학 등록금 보충하겠는가? 어느새 대학이 돈 먹는 하마가 되어버렸다. 더우기 요즘 같은 불황에 가장이 직장이나 안 잘리면 다행이다. 

이런 사정은 임금노동자의 52.1%를 차지하는 840만 명 비정규직의 경우 더 심각해서 비정규직 평균 임금(125만 원, 2008년 8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을 8개월 동안 다 모아야 자녀 1명 대학 보낼 수 있다. 농어촌도 예외가 아니다. 2008년 가구당 농가 소득이 965만4000원 (2008년 4월 14일 통계청)이라 하고 2008년 가구당 어가 소득은 1380만원(2008년 4월 14일 통계청)이라 하니 대학 등록철만 되면  막막한 집이 대부분이다.

천만원 대학 등록금도 모자라 고등학교까지

얼마 전 한국장학재단이 출범했다고 한다. 곳곳에서 진행하던 장학금 지원 및 학자금 대출을 하나로 통합해서 재원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겠다고 한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워 몰표를 받은 새 정부 정책치고는 너무 약하다.

선거 한두 번 거친 것도 아니고 대선 공약, 지자체 공약이라는 것이 다 실현될 것으로 믿은 것은 아니지만 3불 폐지, 교육시장화, 서열화 등 다른 정책은 온갖 반대 무릅쓰고 죽어라 실행하는 새 정부가 등록금 공약만은 실현을 게을리하며 '반값등록금 공약은 등록금을 반값으로 한다는 말이 아니라 반값등록금으로 느낄 수 있게 하겠다'며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궁색한 변명을 일삼고 있다. 지금 학부모들이 느끼는 문제는 학자금 대출 금리 1∼1.5%포인트 줄이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것을 언 발에 오줌누기라고 하던가?

대한민국이 해방과 전쟁의 혼란을 무릅쓰고 세계가 부러워할 경제발전을 이룩한 배경에는 교육에 목숨 건 부모세대의 희생, 그 결과 고학력의 국민들이 경제발전의 주춧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OECD 국가 중 교육재정에 가장 인색한 나라, 학부모 사교육비 부담이 가장 높은 나라, 교육문제에 돈 안 쓰며, 인재는 조기유학을 보내든, 기러기 가족이 되든, 아이들이 우울증에 걸리든 부모들이 알아서 감당하고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얌체정부가 된 지 오래이다. 다른 것은 다 국제 표준을 지향하면서 왜 교육문제는 저개발 국가 수준인가?

더구나 이젠 자율형 사립고등학교가 생긴다고 한다. 대학등록금 걱정이 해결되기는커녕 이번에는 대학생을 포함해 고등학생까지 1천만원 등록금 시대가 열린다니 1천만원이 뉘집 강아지 이름인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국가에서 책임지고 질 좋은 공교육을 될수록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믿었는데 등록금 1천만원짜리 학교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 학교 가야 3류 학교 면하고 그 학교 가야 대학 가기 유리하다는데 어느 강심장 부모가 이를 외면할 것인가?

새 정부 민심이반 일어난다면 1순위는 교육문제

결국 정글에서 살아남는 그룹은 상위 5%. 그러나 그들만으로는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유지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인재를 가려 태울 수 있는 주식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너와 내가 대한민국호라는 같은 배를 타고 세계의 치열한 경쟁이라는 파도와 맞서는 지금, 교육시장화와는 다른 교육철학과 제도, 즉 질 좋은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드러내놓고 교육시장화를 추구하던 미국과 영국의 오늘날을 보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 경제 발전을 이룩했는데 그 바탕에는 대학무상교육에 버금가는 교육제도와 고도의 노동유연성이 있다. 실직상태에도 생활의 질이 유지되는 사회안전망이 있기 때문에 고도의 노동유연화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한다. 한국사회에서 북유럽제도를 수용한다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모르지만 주목할 사례이다. 결국 교육도 실업도 사적부담이 아닌 공공적 해결을 하는 나라가 도리어 국가 경쟁력이 높다는 점은 뜻하는 바가 크다.

이래저래 학생과 학부모들만 쥐어짜고 사교육비는 두 배, 대학에 다니는 자식을 둔 부모들은 제각각 노심초사하는 새 정부 교육정책과 교육시장화를 막아보고자 오늘도 정부종합청사 길바닥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일인 시위도 하며 노심초사해 보지만 도무지 잘못 끼워진 단추-학부모 부담이 큰 교육, 교육시장화를 돌이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명박 교육정책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서울시 교육감이 온갖 이해당사자의 돈을 받았는데도 죄 명목은 얼토당토않게 비껴가고, 식물교육감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인공호흡기라는 대법원 상고 운운하는 비상식적 사회에서 무슨 올바른 교육철학과 제도가 자리 잡겠는가? 단언하건대 새 정부 민심이반이 일어난다면 1순위는 교육문제와 사교육비, 대학등록금, 청년실업 문제에서 터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하는 나도 미네르바처럼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죄에 해당되려나? 듣도 보도 못한 전기통신법이라나 뭐라나?

덧붙이는 글 | 김정명신 기자는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대표 입니다.



태그:#대학등록금, #이명박교육정책, #공정택서울시교육감, #자율형사립고, #한국장학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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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ngo에서 일합니다 교육현안에대해 대중적 글쓰기를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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