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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엄마의 품격을 보면 아이의 미래가 보인다>
책 <엄마의 품격을 보면 아이의 미래가 보인다> ⓒ 다산에듀
우리 집은 지은 지 3년 정도 된 신도시 아파트다. 흔히 말하는 '브랜드 아파트'에 교통이 좋은 편이라 중산층 가정이 선호하는 곳이다. 자녀 연령도 다양하여 아주 어린 아이들부터 시작해 초중고생들도 꽤 많다. 대부분의 수도권 사람들이 사는 방식과 유사한 우리 아파트에서 난 가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본다.

며칠 전 놀이터에서 일어난 일이다. 초등학생이 많은 아파트다 보니 오후 무렵이면 많은 아이가 인라인 스케이트며 자전거를 끌고 운동하러 나온다. 문제는 협소한 놀이터에서 자전거를 타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일이 무척 위험해 보인다는 것이다. 달리 놀 공간이 없는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가장 안전한 곳이지만 때로는 위험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날도 대여섯 명의 초등학생과 그 엄마들이 나와 있었다. 초등학생들만 있으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텐데, 마침 놀이터에는 갓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는 아가를 비롯해 몇 명의 어린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은 자전거와 인라인을 타고 놀이터에서 재빠르게 움직인다. 그 모습이 참 위험해 보이건만 엄마들은 이야기 나누기에 바쁘다. 급기야 세 살 정도 되는 어린 아이가 자전거에 부딪혀 넘어지자, 큰 아이들은 놀이터 밖으로 자전거를 끌고 갔다.

보다 못한 아가 엄마가 "아니, 얘들아, 아기들도 많은데 그렇게 위험하게 자전거를 타고 좁은 놀이터를 휘젓고 다니면 어떡하니!" 하고 소리쳐서야 복잡한 상황은 종료가 되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던 초등학생 엄마 중 한 사람이 투덜댄다.

"애들 노는 것 갖고 뭘 그렇게 화를 내며 말해요? 놀이터 아니면 어디서 놀아요? 다 같이 쓰는 공간에서 애들끼리 좀 부딪힐 수도 있지. 어휴, 우리 저쪽으로 가자."

다행히도 화를 냈던 아기 엄마가 무색했는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놀이터는 조용해졌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요즘은 어디 가서 바른 말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엄마의 품격을 보면 아이의 미래가 보인다>는 여든이 넘은 교육학자가 젊은 엄마들에게 던지는 쓴소리다. 학교 선생님으로 교장으로 교육 전문가로 오랜 세월을 보낸 이 할아버지 교육자는 자신의 교육 철학과 경험을 다음 세대가 유용하게 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의 서문은 '이 책을 선택한 엄마들에게 우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정중한 인사말로 시작한다. 고품격 아파트라느니, 품격을 높여주는 자동차라느니, 여기저기 온갖 것에 품격이라는 단어가 붙는 세상이지만 저자가 선택한 '품격 높은 엄마'라는 말은 왠지 어색하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품격은 고급 물건이나 격조 있는 화술, 귀족적인 태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 아이에게 의젓하고 당당하며 맑은 심성을 가르칠 줄 아는 품성, 엄마라면 꼭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심성을 의미한다.

저자는 요즘 젊은이들은 누군가 친절을 베풀어도 고맙다는 인사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한다. 도대체 인간의 품격은 모두 어디로 가버렸을까? 아마도 이런 품격이 사라진 현실 때문에 역으로 '품격'이라는 말을 더 흔하게 쓰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엄마가 품격을 갖추고 아이를 대하면 아이도 품격 있는 모습으로 자라게 된다고 말한다.

"품격 있는 사람은 반듯한 예절이 몸에 배어 있고, 규칙을 확실히 지킵니다. 주변을 맑게 하는 사람이지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세상의 규칙을 가르칠 곳은 가정밖에 없습니다. 가정교육을 통해서만 아이들은 이런 심성을 배웁니다. 이런 심성은 입학 전에 가정에서 다 배웠다는 전제 아래서 학교교육은 이루어집니다."

많은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 놓고 "선생님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애들이 버릇이 없다"고 말하는데, 저자는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예절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에는 이웃의 잔소리쟁이 아줌마에서부터 호랑이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저마다 자리에서 아이들을 지켜주었다. 게다가 예전에는 지금처럼 핵가족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아 자연스러운 예절 교육이 가능했다. 나름의 작은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비뚤어진 사랑을 조절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거의 모든 가정이 핵가족이고 이웃 간의 커뮤니티도 사라져 옆집 아이가 몇 살이고 형제가 몇인지조차 모르는 세상이 되었다. 다른 면에서 보면 그만큼 아이에 대한 부모의 부담과 책임이 무거워졌다는 얘기다. 가정교육의 부담은 고스란히 엄마 몫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아이를 교육하는 문제를 엄마 혼자서 전담하니 엄마의 성향에 따라 아이의 행동은 천차만별의 양상을 보인다. 최근 가장 큰 문제는 자녀의 수가 적다 보니 내 아이만 중요하게 여기고 과보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 아이만 귀하고 사랑스러워 주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아이 중심으로 행동하는 엄마가 많다.

물론 자기 아이는 귀하고 사랑스러운 게 맞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내 아이라고 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도 될까? 식당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자라서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하게 될 확률이 높다. 아이들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방관하면 아이와 엄마의 품격은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럼 어떻게 예절교육을 해야 하나? 저자는 예절교육이 아주 평범한 감정을 키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지 마라, 길에 침을 뱉지 마라, 남의 험담을 하지 마라,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도와야 한다 등등. 생각해 보면 생활 구석구석에서 상황에 맞는 예절이 있다. 이런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를 시키는 게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복해서 주의를 주고 이야기를 해 몸에 배게 해야 한다.

예절은 여러 번 듣고 조금씩 몸에 익히는 것이다. 조바심 난다고 큰 소리를 내며 아이에게 야단치는 엄마들이 흔히 하는 말이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아는 거야!" 라는 소리다. 흥분해서 아이를 때리는 엄마도 있는데 아이의 기억에는 정작 알아야 할 것이 남는 게 아니라 맞았다는 사실만 남는다.

예절을 몸에 익히게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끈기를 가지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르치는 것이다. 핵가족 시대를 사는 엄마는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잔소리하는 시어머니가 없는 대신 모든 일을 엄마가 혼자서 감당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엄마들을 슈퍼우먼이라고 하나 보다. 아이를 키우는 부담을 나누기가 어려운 환경인 만큼 엄마가 힘들고 여유 없이 바쁠 때가 많다. 저자는 엄마 스스로 마음의 여유, 정신적 여유를 갖고 아이를 대하라고 조언한다.

고품격 아파트에 살면서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요즘 엄마들. 가방이나 아파트는 명품을 찾지만, 정작 자신의 심성과 아이의 품성이 명품인지는 반성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엄마의 품격을 보면 아이의 미래가 보인다 - 잔소리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진짜 자녀 교육법

다고 아키라 지음, 안미연 옮김, 다산에듀(2009)


#육아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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