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정당하였음을 법조인들에게 홍보하기 위하여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정․관계 로비사건 수사결과"라는 표제의 문서를 메일로 보내는 수고를 하였습니다. 위 문서를 검토하고, 검찰 수사의 악의성을 더 확신하게 되었으니 그들의 수고는 오히려 헛되었고 오히려 검찰의 악수였습니다. 그럼 법조인이 보는 위 수사결과 보고의 자충수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박연차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증뢰죄의 내사종결 사유 ▲박연차에 대하여는 내사종결(입건유예) 처분. ①박연차의 자백과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자들의 진술, 송금자료, 환전자료 등 제반 증거에 의하면 피의사실은 인정됨 ②수수자를 불기소 처분하는 경우 공여자를 기소하지 않는 것이 관례임 ③공여자만 기소하였을 경우 수수자 측의 반대신문권 등 변론권이 보장되지 않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박연차는 혐의가 있으나 기소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증뢰자를 단독으로 기소하지는 않으며 수뢰자와 증뢰자를 공동으로 기소하는 관행이 있어서라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일단 수뢰죄와 증뢰죄는 항상 대응하여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증뢰자는 뇌물공여의 고의가 있지만, 수뢰자는 없을 수 있습니다. 안상수 인천시장의 굴비상자 사건이 그랬습니다. 굴비상자 밑에 현금 2억을 깔아서 보냈고, 위 안 시장의 여동생은 이를 모르고 받았습니다. 당연히 증뢰자만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수뢰죄와 증뢰죄가 대응하여 성립하는 건에서도, 수뢰자가 해외도주나 잠적 등으로 재판받을 수 없다면, 증거가 충분한데도 증뢰자를 기소하지 않을까요. 수뢰자와 증뢰자 중에 일방만이 죄질이 나쁘고 다른 일방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을 수 있는데, 수수자에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어 불기소하는 경우에는 검찰이 말하는 대로라면 죄질이 나쁜 공여자도 반드시 불기소하는 그런 관례가 있다는 말씀인지요.
검사들은 공소유지를 잘못하여 무죄를 받으면 벌점을 받습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은 적극적으로 기소하여야 한다, 무죄가 나올 때는 나오더라도 무죄를 선고하는 건 법원의 역할이고 우리가 법원의 판사 같이 판단하여 기소할 수는 없다. 나쁜 놈은 일단 혼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무죄가 나왔다고 하여 벌점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더 지배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검찰에서 "박연차의 자백과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자들의 진술, 송금자료, 환전자료 등 제반 증거에 의하면 피의사실은 인정되는데" 왜 기소하지 않았을까요. 검찰은 증뢰죄의 요건인 직무관련성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금전수수의 주체인 점에 대한 입증이 어려워 공소유지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아 기소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박연차를 섣불리 증뢰죄로 기소하여 무죄를 받으면, 표적수사, 보복수사 등의 온갖 비난을 뒤집어 쓸 것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현 검사장과 현 정권 전 수석비서관에 대한 내사종결 사유 그러면 박연차가 마약사범으로 구속된 1990년 경부터 알고 지냈다는 같은 검찰식구와 현 정권의 전 수석비서관에 대한 무혐의사유는 어떨까요.
▲ ○ 민○○(검사장). 박연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한 바, 수수 사실은 인정되나(본인은 수수사실 부인)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내사종결. ※ 징계청구 예정▲○ 박○○(고등법원 부장판사). 박연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한 바, 수수 사실을 인정하나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내사종결. ※ 2009. 6. 12.자 대법원에 비위사실 통보.▲이○○(前 청와대 ○○수석비서관). 박연차로부터 7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한 바, 서울고검장에서 퇴임한 후 변호사 개업비용 명목으로 동생을 통하여 전달받은 것으로(본인은 차용 주장) 뇌물수수 등 범죄가 성립되지 않아 내사종결.위 자들에게는 이렇게 관대한 직무관련성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포괄적 뇌물죄가 된 것입니다.
누구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또한 검찰은 박연차에 대한 내사종결의 사유로 "공여자만 기소하였을 경우 수수자 측의 반대신문권 등 변론권이 보장되지 않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를 침해한다고 합니다.
박연차의 재판권이 침해된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노 전대통령의 재판권이 침해된다는 것인가요. 전자라면 이 사건에서 수수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권양숙, 연철호씨이고, 박연차가 직무관련성 등을 방어하려면 위 자들이 검찰측 증인이 되었을 경우 반대신문을 할 수 있는데, 반대신문권 등 변론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무슨 말씀이신지.
후자라면 "피의사실 인정"이라고 낙인찍은 검찰이 이미 사망한 수수자측의 반대신문권 보장 운운하는 것이 우습게 여겨집니다. 이미 사망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는데, 왜 이제 와서 망자의 권리를 보장해 주겠다는 것인가요.
혐의는 인정되는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기소하지 않는다는 논리는 전혀 이해가 불가능합니다. 검찰로서는 증거가 충분하고 그것이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수사하여 수집한 증거라면 박연차가 그 증거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음이 마땅한 것이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왜 불기소의 사유로 내세우시는 건지요.
검찰은 자신들의 수사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데만 급급하여 저 같은 법조인이 보아도 트집잡지 않고 적어도 외견상은 그럴 듯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혐의 구명이 어려워졌다"라고 할 마음의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마음에 켕기는 것이 많다는 징표이겠지요.
검찰의 악의를 확신케 한 "수사결과발표" 좀 더 신경쓰시지 그러셨습니까.
덧붙이는 글 | * 수사결과 발표문을 덧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