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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서 새로운 공천제로 이른바 '권택기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형 공천배심원제(배심제) 성격을 띤 '세미 배심제'다. 배심원단이 공개 심사·투표를 거쳐 공천자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공천제도 개혁을 논의중인 한나라당 쇄신특위(위원장 원희룡)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지난 17일 쇄신특위 전체회의에선 김형준 교수(명지대 정치학)가 참석해 배심제 도입을 강력히 추천했다.

 

#1. 여당 '참패'한 4월 재·보선, 광진에선 유일하게 승리... 왜?

 

 

'권택기 모델'이 눈길을 끈 계기는 지난 4·29 재·보선이다. 국회의원 선거 5곳, 기초단체장·광역·기초의원 선거 9곳 가운데 이곳에서만 한나라당 시의원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왜 그랬을까?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공천에 비밀이 있었다. 광역·기초의원 선거 공천은 해당 당협위원장이 지명하다시피 이뤄진 게 그간 관례였다. 그러나 해당 당협위원장인 권택기 의원(광진갑)은 후보 추천권을 당원들에게 넘겼다. '후보추천위원회'에 심사를 맡긴 것이다.

 

우선 성별·연령대를 따져 동별로 7명씩 당원 28명을 추려 추천위를 꾸렸다. '미니선거'였지만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서류심사와 세 번의 '정견발표·면접·토론'을 거쳤다. 후보는 추천위의 투표로 결정됐다. 공개면접에선 다소 당황스런 질문도 터져나왔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밖에 안나왔는데 시의원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식이다.

 

당선된 최준호 시의원은 "학력은 짧지만 말단 직원으로 보험회사에 들어가 4개 지점에서 지점장을 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아이들도 모두 명문대에 입학시켜 자녀교육도 남부럽지 않게 해냈다"고 답변했고 긍정적인 점수를 얻었다.

 

권택기 의원 "공천에 관여 않겠다고 '각서'까지..."

 

최 시의원은 "지역민들이 직접 후보 추천에 참여하니 지역정서나 현안을 잘 아는 후보를 가려낼 수 있지 않았나 한다"며 "그러니 30여 년간 광진에서 산 나같은 토박이가 공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배심제' 모델을 도입한 권택기 의원은 "처음에는 추천위원들이 연고나 인맥에 신경 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상당히 객관적으로 심사가 이뤄졌다"며 "당원들이 '내가 추천한 후보'라는 의식이 생겨 선거운동에도 적극 나서더라"고 말했다.

 

공천심사를 온전히 추천위에 맡기겠다는 서면 약속까지 요구받았다는 뒷얘기도 털어놨다.

 

권 의원은 "후보추천위를 구성할 거면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선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적어달라고 하더라"며 "(배심제는) 일반적인 공천심사제도와 달리 외부 압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2. 학계서도 관심... 김형준 교수, 한나라당 쇄신특위에 도입 권유

 

 

학계에선 김형준 교수가 배심제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7일 한나라당 쇄신특위 회의에 초청된 김 교수는 배심제 도입을 적극 권유했다.

 

해당 지역의 인구분포를 따져 추려낸 배심원단 앞에서 후보들이 정견발표도 하고 공천심사위원들의 질문에도 답한 뒤 현장에서 바로 투표로 후보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영국이 대표적으로 이런 공천 과정을 거친다.

 

김 교수는 특위에서 "한나라당 공천 쇄신의 핵심은 더 이상 계파정치가 발을 못 붙이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배심제로 공천을 하면 모든 과정이 공개되니 계파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논란도 있다. 배심원단의 비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다. 100% 일반 시민으로 할 경우 당의 정체성에 맞는 후보를 뽑기 어렵다는 반론이 있다.

 

김 교수는 "배심원단을 뽑을 때 지지 정당을 물어, '한나라당 성향 대 일반시민'의 비율을 '3 대 7'정도로 조정하면 된다"며 "배심제는 그간 공천제의 문제로 지적된 계파공천, 밀실공천을 해소할 최상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쇄신특위 내에서도 내년 지방선거부터 배심제를 시행해보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지방선거에 앞서 오는 10월 재·보선부터 시험적으로 시행해본 뒤, 내년 지방선거에서 적용하라고 특위에 조언했다"며 "그러면 2012년 총선에서는 한층 보완된 시스템으로 공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쇄신특위, #영국형공천배심원제, #배심제, #김형준,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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