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차 재배지는 아니다. 그러나 차 문화의 본고장이다. 영남의 선비들이 차를 즐겼고, 그 결과 지금은 전국 차 인구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관련 단체만도 1천 개 이상이나 된다. 그러므로 '2009 대구 세계 차문화 축제(大邱世界茶文化祝祭, Daegu World Tea Culture Festival)'가 6월 18일 대구전시컨벤션센터(EXCO) 1층 대전시관에서 막을 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노사연은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하고 노래했지만, 올해로 네 번째 열리고, 앞으로 21일까지 나흘간 계속되는 세계 차문화 축제가 차 재배지로 유명한 보성, 하동, 김해, 순천 등지가 아닌 대구에서 해마다 개최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제 4회 대구 세계 차문화 축제는 '전 세계 차문화 한눈에 다 보아요'— 문화·전시 행사, '마음과 마음의 소통 따뜻한 차 세상'— 참여·체험 행사, '즐겁고 유익한 차 문화의 볼거리'— 무대 공연 행사, '향기로운 차와 아름다운 차인의 소중한 만남'— 경연대회 및 특별행사인 대한민국 차문화 대상 및 세계 차문화 대상 시상식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축제장 방문자들은 일단 '전 세계 차문화를 한눈에 다 보아요'라는 주최측의 공언처럼 "세계 차 여행"을 한자리에서 할 수 있다. 한국 차문화 역사관, 서양 차문화 역사관, 세계 명차관, 제다 체험관, 차나무 생육 전시관 등에 펼쳐져 있는 각종 실물, 전시물, 사진 등은 지구상의 다양한 차문화를 정말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 스리랑카 등의 차밭 사진은 물론이고, 심지어 영국의 차나무 실물까지 보여준다. 2004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유치부 아이들과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어린이들이 차 경험을 주제로 그린 많은 그림들까지 전시되어 있다.
물론 차문화를 눈으로만 즐길 수는 없다. 중국과 일본의 다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홍차 문화를 체험할 수도 있다. 가족끼리나 벗들끼리 함께 차문화 체험 공간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차를 끓인 다음 마주 보며 차 한잔을 나누면 그들은 저절로 '마음과 마음의 소통, 따뜻한 차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차는 눈으로 보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마음과 몸을 움직여 스스로 고르고 끓이고 나누는 삶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축제 참가자들을 위해 주최 측은 세계 차문화 공연을 준비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았다. 군대에 가면 유격 훈련을 받기 전에 '조교의 시범'이 있듯이, 세계 차문화 축제도 다도에 문외한인 방문객들을 위해 미리 '시연'을 보여준다. 한국 다례 시연, 중국 다례 시연, 일본 다도 시연, 100인 내빈 진다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적으로 각 민족이 전통화한 차문화를 각 전문가들이 시범적으로 보여주면 일반 방문객들은 그 시연을 보고 따라하며 다도를 익히는 것이다. 주최측은 이를 '즐겁고 유익한 차문화의 볼거리'라 이름붙였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차문화라고 해서 소시민들의 단순한 취미나 일상적인 소일거리에만 멈추는 것은 아니다. '누가 누가 잘하나'가 없을 수 없으므로 주최측은 '향기로운 차와 아름다운 차인의 소중한 만남'을 표어로 "세계 차문화 겨루기"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국적 불명의 정체성 없는, 게다가 경박한 정신문화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 진중하면서도 예의범절을 은연중에 가르쳐주는 차문화는 매우 교육적인 까닭에, 청소년 전통차 예절 겨루기, 창작 다례 경연대회, 다화꽂이 경연대회 등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차예절 겨루기에 참여한 이방인들의 진지함은 전통문화의 계승에 소홀하기 짝이 없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도 남는다. 축제의 각종 경연대회 심사를 맡고 있는 손연숙 원광디지털대 차문화경영학과장은
"폴란드, 헝가리, 리투아니아, 러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지에 온 외국인 차예절 겨루기 참가자들의 진지함은 정말 예상밖", "평소에 차문화가 일상화되어 있고, 이번 경연대회 참가를 위해 많은 연습을 한 표시가 저절로 느껴진다", "오히려 우리가 저들보다 더 고유의 전통문화에 무관심한 것은 아닌가 반성될 정도"
라고 말했다. 그러기에 축제장 방문객들 중에는 유난히 이 행사에 눈길을 던지는 이들이 많았다.
"2009 대구 세계 차문화 축제를 여는 목적은 한국 차문화의 중심인 대구·경북·울산 지역 차인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차생산 마켓 차문화 교류의 어울림 마당을 창조하고, 나아가 전 세계 명차와 차의 역사·제다 등 다양한 차문화를 체험하면서 친목과 만남을 공유함으로써 세계 속에 한국의 차 산업과 차 문화를 선도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습니다."
대구 세계 차문화 축제를 4년간 이끌고 있는 배근희 축제위원장은 말했다.
"해마다 축제를 열어 성황리에 마치고 나면 다시 돌아서서 1년 내내 다음해 축제를 준비합니다. 우리가 그처럼 공들여 이 축제를 준비하는 것은 차가 바로 헤아릴 수 없는 묘용의 즐거움이 돋아나는 신(神)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신의 선물을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은 물론, 나아가 모든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너와 나, 삶과 죽음, 옛 생과 오늘이 없는 진여일여(眞如一如)한 차별 없는 경계가 차 한 잔 속에 깃들어 있으니까요."
2009 대구 세계 차문화 축제는 오는 21일까지 계속된다. 세계 각국의 차문화를 두루 섭렵할 수 있고, 원하면 갖가지 차를 한 잔씩 음미해볼 수도 있는 귀한 기회를 누리려면 빨리 대구를 방문할 일이다. 축제장인 대구EXCO는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에서 내리면 바로 인근이다. "세계 각국 차 마셔보고 싶으면 빨리 대구로 오세요!"
2009 대구 세계 차문화 축제는 21일까지 계속된다.
날짜별 주요 행사 일정은 다음과 같다. |
6월 18일(목)
개막식
오정해 공연
제 2회 외국인 차예절 겨루기 대회
제 2회 대한민국 차문화 대상 시상식
제 2회 아름다운 다화꽂이 경연대회
세계 차문화 대상 시상식
100인 진다래
6월 19일 (금)
시사이 코리아 공연
명상가요 공연
우리차문화협회, 명원문화재단, 태정예다악문화협회, 정목 차문화교육원 다례 시연
일본 오모도센께 다도 시연
6월 20일 (토)
에콰도르 명상음악 공연
육우차문화원의 중국 다도 시연
명상 가수 윤세계 공연
한설 다례원 자비선원, 종정 차문화협회 다례 시연
대한민국 한복(다복) 콘테스트
6월 21일 (일)
잉카 영혼의 음악 공연
선재 녹지원 다례 시연
제 3회 청소년 전통차 예절 겨루기 대회
세계 차품평 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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