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문화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요즘 고액 기부자와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선행은 아낌없는 박수를 받고 있다.
나눔에는 크고 작음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신체 일부를 나누어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언제나 큰 감동을 주는 멋진 일이다.
이러한 장기이식과 관련하여 복지부가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장기이식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기증절차를 완화- 본인 사전 동의한 경우(가족동의 폐지)- 본인 기증의사 밝히지 않은 경우(동의 유족 범위 축소: 2명에서 1명)2. 뇌사 추정환자 신고제를 도입 -뇌사 판정을 위한 참여 위원도 현행 6∼10명을 4∼6명으로 간소화개정안을 통해 뇌사자를 발굴하여 장기기증을 쉽게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구 100만 명당 뇌사장기 기증자수는 다음과 같다. 한국 3.1명, 스페인 35.1명, 미국 25.5명, 프랑스 22.1명통계에서처럼 한국은 장기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기증 희망을 하고도 유족의 반대로 기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증자가 적은 현실에서 이미 기증의사를 밝힌 사람과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의 장기기증을 쉽게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될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장기기증을 위해서는 우선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은 장기이식등록기관에 등록을 한다. 장기 이식 등록 기관은 등록 결과를 국립장기 이식관리센터(KONOS)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기증희망자에게 장기기증 희망등록증을 발급한다. 잠재 뇌사자가 발생하면 유가족동의를 받고 뇌사자를 관리하는 의료기관에서 장기이식관련검사와 뇌사판정을 실시한다. 국립장기 이식관리센터(KONOS)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적합한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식수술을 시행한다.
장기이식등록기관 중 한 곳인 재단법인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그동안 기업에서 후원하던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우대혜택을 중지한다는 내용이다. 처음엔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가 했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좀 다른 내용있었다.
우선 중지한다는 우대혜택을 살펴보면,
장기기증희망 등록을 하면 장기기증희망 등록증을 보내준다. 이 카드 제작을 신한은행이 후원했다. 기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기증희망 등록자에게는 혜택이라고 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둘째 롯데시네마에서 영화요금을 4000원으로 할인해주었다. 이 부분은 직접적인 할인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으로 이동사, 카드사, 제휴사 할인으로 일정금액을 할인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할인 금액이나 혜택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정부에서도 하지 못하고 있는 장기기증희망 등록자를 위한 우대를 기업이 하고 있다는 것은 박수를 받을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박수보다는 고추가루를 뿌리고 나선 것이다. 게시판에 나와 있는 것처럼 정부시책에 따라 중단한다는 것이다. 등록자를 모집하는 유인책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정부측의 우려에 따라 혜택이 종료된다는 것이다.
장기기증등록 신청을 받는 기관은 국립의료원을 비롯해 여러 곳이 있다. 다른 신청기관과의 형평성이 안 맞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혜택을 주는 쪽으로 기증자가 몰리는 현상을 우려하는 걸까? 그렇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그런데 그걸 막다니….
아니면 말 그대로 순수하게 장기기증을 해야 하는데 등록자를 모집하는 유인책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비교할 바가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백화점에서는 고가의 자동차니 아파트니 이런 걸 경품으로 주는 마당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자에게 영화요금 할인해주는 걸 유인책으로 보다니, 백 번 양보해서 그런 걸로 장기기증희망자를 유인했다고 치자.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일인가? 더 많은 혜택을 주어 자발적으로 장기 기증을 독려하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고추가루를 뿌려서는 안 된다.
통계에서처럼,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장기이식 대기자의 정신적, 경제적인 고통은 가늠할 수도 없다. 홍보도 부족하고 얼마 전엔 심지어 인원수를 다 채웠다며 기증희망등록자(조혈모세포 기증 희망)를 받지 않은 경우도 있지 않았던가.
외국의 사례처럼 장기기증자를 영웅시한다든가 정부 차원의 추모행사를 개최하는 일은 바라지도 않는다. 어차피 그분들은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닐 테니까, 하지만 적어도 어려운 결정을 한 기증희망등록자에게 자부심은 심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노력들이 미처 관심을 두지 못했거나 결정하지 못한 많은 잠재적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들이 가슴속에 있는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