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르 벵상 그림책 《비오는 날의 소풍》을 펼치면, 나들이를 기다리는 아이가 시무룩해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맑디맑은 날씨가 아니라 먹구름이 하나둘 늘더니 비가 쏟아지거든요. 그러나 이웃 아저씨가 '비가 와도 나들이를 가자'고 하면서 손을 잡고 이끌고, 비를 맞으며 걷고, 비를 맞으며 도시락을 먹으며, 비에 흠뻑 젖은 채 뛰어노는 가운데, 햇볕 따사롭게 쬐는 나들이가 아니어도 즐거울 수 있음을 깨닫고 느끼고 받아들입니다.
어제 하루, 장마비가 찾아왔다며 굵은 빗줄기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내처 이어졌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부침개에 막걸리 한 사발이라고 하는 분이 있습니다만, 저한테는 비가 오니까 우산을 받거나 비옷을 챙겨입고 사진기를 가슴에 살포시 안고서 골목마실입니다. 날이 맑으면 아이를 품에 안고 함께 골목마실을 할 텐데, 날이 궂으니 혼자서 우산을 쓰고 골목마실을 하면서, 빗방울을 즐겁게 먹고 있는 골목꽃을 만납니다.
아침에 해 놓은 빨래가 저녁나절까지 잘 마르지 않지만, 빗방울 아롱진 골목꽃을 바라보고 쓰다듬어 보면서 마음속으로 무지개를 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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