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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올해 7~8월 방학 때가 일하기 가장 좋다. 지금 파괴되는, 보존되는 현장을 가서 보아야 한다. 현장을 눈으로 봐야 강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4대강 정비사업'이 죽음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기업들이 들어오니 싸우기가 힘들어진다. 단체가 모여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자 개인이 각개 전투하듯 해야 한다. 용어도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부르면 안되고, '낙동강 개발' 등이라 불러야 한다. 천성산 지키기 할 때는 터널공사를 땅 속에서 해서 들어가 볼 수가 없어 힘들었는데, 낙동강은 밖에서도 보이기에 싸우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지율 스님이 입을 열었다.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23일 저녁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지율, 물길을 걷다"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부산녹색연합과 습지와새들의친구, 대안문화행동 '재미난복수', 생태공부방모임 '구들장'은 매달 한 차례 공간초록에서 '작은영화제'를 여는데, 이날 지율 스님을 초청한 것이다.

 

지율 스님은 지난 3~4월 사이 한 달 동안 태백에서 낙동강 하구까지 걸었다. 지율 스님은 낙동강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파괴 현장과 '4대강 정비사업'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와서 보여주었다.

 

"답답하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 지율 스님은 "현장에서 기록하는 사람이나 언론을 통해 보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누군가 외국에 사는 사람이 홈페이지(초록의공명)에 올려놓은 '자국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는 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 계획을 발표한 내용과 관련해 지율 스님은 조목조목 비판했다. 지율 스님은 "경북 구미 내륙 중심지에 물류단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관련 직원만 100명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면서 "벌써 곳곳에서 운하와 관련한 사업들이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지율 스님은 "제가 생각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과학적이고 검정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보고 느낀 점을 말하는 것"이라며 "정비사업을 하게 되면 물은 썩게 되고, 그 물을 상수원으로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실제 그 물을 먹을 수 있겠나,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자전거를 두 달째 타고 있다고 한 지율 스님은 "낙동강 전체 구간에서 자전거가 다니기 위해 필요한 공간은 도심부 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농로도 달리기가 너무 좋다, 불과 몇 군데만 펴도 불편 없이 달릴 수 있다, 그런데 734km 구간을 자전거도로로 만든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물길 자체가 예술이다"면서 "물길은 직선에서 3.14배로 휘돌아 간다고 해서 실제 재어 보기도 했다, 이전에 칠곡과 구미 쪽은 많이 돌던 곳인데 공단 짓는다고 바로 폈다"고 말했다.

 

낙동강 일대 각종 공사 현장에서 업체나 관리자측이 설치해 놓은 안내문도 소개했다. 삼성건설 등 업체는 "자연보호는 우리의 미래입니다"거나 "마음으로 자연사랑, 행동으로 환경보전" 등의 펼침막을 해놓았다는 것. 또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안내문에는 "대화는 소곤소곤, 걸음걸이는 살금살금, 가까이 가지 마세요, 새 둥지는 있는 그대로"라고 써 놓았다.

 

지율 스님은 "파괴 현장마다 업체와 정부가 오히려 자연보호를 한다고 안내를 해놓았는데, 그들이 우리한테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며 "강을 파헤치고 하는 게 그 분들의 마음이고 행동이다, 기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낙동강에 세워져 있는 푯말도 사진으로 소개했다. 그 푯말에는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 대한민국, 1966년 7월 13일, 철새도래지"라고 되어 있다. 이를 본 지율 스님은 "정부는 천연기념물이라고 지정만 하고 팻말만 남겨 놓았다"면서 "묘비명이다, 죽음을 알리는 비석이다, 지금은 철새가 오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할지 저 자신도 답답하다"면서 "이 분한테는 밭도 길도 숲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인터넷에 운영하는 '대한민국정책포털' 사이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사이트에는 "4대강 살리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등 4대강정비사업과 관련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

 

이 사이트에 대해, 지율 스님은 "사이트 전체가 운하로 이야기하고 있다, 작년까지 사이트 관리자가 40명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올해는 3배 정도로 늘렸다, VJ만 30명을 더 뽑았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30명이면 할 수 없는 게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46km 구간의 울산 태화강 복원사업에 2300억을 투자했다고 하는데, 지금 그곳의 물은 3급수도 아니며, 용존산소요구량도 대구보다 못하다"면서 "태화강에는 오폐수 처리 등 수질대책과 관련해 1200억 원을 들였다고 하는데, 수질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대강정비사업에서 전체 수질대책 관련 예산은 5000억에 불과하다"면서 "정비사업을 한 뒤 관광단지 등에서 나오는 오폐수는 어떻게 할 것이냐, 이것이 재앙이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율 스님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아버지는 건설업 쪽에서 일하셨다. 생태적인 감성이 없는 사람들이 강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땅을 봤을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공지가 있다. 낙동강 주변에는 공지, 둔치가 있다. 그 땅은 지금 한 평에 1만 원, 3만 원에 보상한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 3만 원짜리 땅이 없다. 그 땅을 그 분들이 만지작거리면 얼마짜리가 될지 모른다."


태그:#지율 스님, #낙동강, #4대강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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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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