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파행으로 끝난 미디어국민발전위원회는 사회적 논의기구도, 국민여론수렴기구도 아니었다. 국민 무시기구의 성격을 보여줬다. 한나라당 강행처리를 위한 들러리 기구였다. 국민여론 수렴이란 위원회 본연의 임무를 팽개쳤다."
2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민주당 추천위원과 민주정책연구원(원장 김효석)이 주최한 '미디어위원회 대국민보고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한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이 강조한 말이다.
이날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활동과 평가'를 한 조준상 소장은 "한나라당 추천 발전위 위원들이 초기에는 여론조사는 자칫하면 여론을 선동할 수 있다며 반대했고, 이어 비용조달, 국민 무지, 시간이 없음 등의 핑계로 여론조사를 거부했다"면서 "지난 22일 민주당 추천 발전위 위원들이 발표한 여론조사는 불과 5일 정도 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처음부터 여론조사·공청회 배제"
그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활동은 국민들의 여론수렴을 위한 논의기구였다"면서 "한나라당은 초장부터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배제하려고 했고, 민주당은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 다양한 여론수렴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의 내용과 의미'를 발제한 이창현(민주당 추천위원)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미디어발전위원회 활동기간인 100일간을 국민의 의견수렴을 위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참여했다"면서 "국민의견수렴 논의기구였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국민여론 수렴을 거부했다. 여론 수렴이 안 된 역사적 기구로 남게 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의 키워드는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인식도 민주주의와 언론의 위기를 꼽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 여론조사까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에 대한 국민들의 견해는 과반수가 훨씬 넘게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지난 22일 민주당 추천위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국회강행처리에 대해 58.9%가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민주당 추천위 미디어법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 미디어위 여론수렴 '잘못했다' ▲ 국회 강행처리 '반대' ▲ 방송산업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여론다양성 '동의하지 않음' ▲ 여론장악, 여론독과점 '우려' ▲ 언론자유 위협, 민주주의 기반 약화 '동의' ▲ 대기업, 신문사 지상파·종편·뉴스전문채널 소유 및 운영 '반대' 등으로 요약했다.
"방송시장 일자리 창출 효과 미미"
이어 이 교수는 "이번 여론조사를 종합해 본다면, 미디어법안이 합의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주장"이라면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이 갖는 핵심내용에 반대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날 '언론관련법에 대한 분석 및 평가'를 발제한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민주당 추천위원)은 "현행 규정은 대기업의 지상파와 종합편성·보도PP를 금지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안은 지상파 20%, 종합편성·보도PP 49%를 상정했다"면서 "한나라당은 그 이유로 진입규제 완화와 경쟁력 확대, 일자리 증원 등을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2007년 방송시장 규모는 10조로 2000년에 비해 두 배로 커졌음에도 취업자는 1만 3897명으로 2000년의 1만 3294명과 별 차이가 없다. 대기업은 이미 방송산업에 진출해 있다. 방송시장에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전략에 따라 시장 활성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사회를 본 강상현(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발전위의 역할은 여론수렴과정에 있었다"면서 "날짜가 촉박하다고 했지만 100일 안에 충분히 여론수렴과정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나라당 위원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여론조사를 회피했다"면서 "한나라당 위원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이성을 잃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미디어발전위원회, 존재 이유 상실"
토론에 나선 전병헌(야당 문광위 간사)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발전위 위원들이 시종일관 여론조사를 반대해 미디어발전위원회 존재이유를 상실하게 했다"면서 "야당 추천위원들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여론조사를 한 번이라도 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고 효과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의원은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파행 책임을 야당 추천위원들에게 덮어씌우는 등 적반하장도 유분수이다. 한나라당의 두 귀는 솜이 아니라 쇠방망이로 막혀 있다"면서 "단독국회를 열어도 민주당 의원들은 끝까지 막을 각오가 돼 있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추천위원들이 상대 의도를 알면서도 행동했던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한나라당은 회의공개, 공청회, 여론조사 등 거부를 처음부터 일관성 있고 투명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끌고 갔다"면서 "민주당도 한나라당의 단독국회 미디어법 처리를 투명하고 정직하게 막아 정체성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의원은 "히틀러 정권도 신문과 대자본이 만들었고 유지시켰다. 부시 정권도 탐욕에 눈이 먼 언론재벌 루퍼드 머독이 세웠고 유지시켰다, 이렇게 함으로써 국민들을 위협하게 됐다"라면서 "언론악법을 주시하면서 이 자리를 빌려 한나라당에 폐기를 공식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상윤 경남대 교수는 "지난 5월 6일 발전위 부산공청회는 한마디로 국민과 지역주민을 무시한 공청회였다"면서 "국민이 반대하는 것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무시위원회'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질의가 이어지고 이는 이때 공동의장을 맡은 분이 공청회 만료시간인 5시가 넘었다고 해서 비행기표 운운하면서 일방적으로 회의를 종료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회의를 파행으로 이끌었던 미디어발전위원회는 지금까지 공식사과나 해명 하나 없다"고 분개했다.
이외에도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장,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등 민주당 추천 미디어국민발전위원과 박태용 춘천 MBC기자, 신성진 광주민언련 대표 등이 토론자로 나와 열띤 토론을 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국민여론 무시하는 한나라당 미디어법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은 모든 법의 이해 당사자... 여론조사 안 하는 것은 날치기하겠다는 것"
이날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한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월 2일 미디어법 처리합의는 여론수렴 과정을 통해 표결처리 한다는 합의였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합의 백지화를 선언했다"면서 "한나라당이 오는 26일 본회의를 단독 소집해 놓았다. 민주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결연한 자세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사말을 한 김효석(민주정책연구소장) 의원은 "최소한의 국민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만 악법이 안 된다"면서 "국민동의나 여론수렴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MB악법이라고 한다. 악법 철회를 위해 모든 직을 걸고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인사말을 한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모든 법은 국민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국민은 모든 법의 이해 당사자"라면서 "국민 여론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반드시 막겠다고 하니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 의장, 천정배, 김영진, 김유정, 주승용 등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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