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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태가 연일 각종매체를 타고 보도되고 있다. 쌍용차 공장은 매일같이 풍전등화처럼 흔들리고 있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 지 불안한 상태다.

 

우리 사회에 있어서 '정리해고' 풍속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또한 '무더기 정리해고' 또한 드물지 않다. 이번 '쌍용자동차 사태'도 그 중 하나다.

 

연일 방송을 통해 '해고노동자'와 투쟁 모습과 그들 가족의 눈물이 방영되고 있다. 그들은 감성에라도 호소해서 사태를 돌려 보고 싶어 한다.

 

회사 측은 '수많은 적자 때문에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 하고, 해고노동자 측은 '그래도 같이 살길을 함께 마련해보자'는 주문이다. 양측 입장은 팽팽하다. '옥쇄파업'이라는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쌍용차 현장 사람들 표현에 의하면 '산자(해고되지 않은 노동자)와 죽은 자(해고노동자)' 모두 편치 않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가 파멸하기 십상이다.

 

일반시민과 청소년들은 이런 생각하고 있을지도.......

 

그나저나 두 어 달 지속되는 이런 현상이 각종 매체를 통해 나가면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학생들과 청소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들 머릿속에는 '현장 노동자는 회사가 어렵게 되면 결국 저렇게 제일 먼저 해고되는구나. 아무리 열심히 하고 노력해도 결국 가정 하나 지키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이 되는구나' 생각할 게다. 그러면서 그들은 '죽어도 현장노동자는 되지 말아야 겠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든 위에 올라가야겠다. 노동자가 아닌 사람이 되어야 겠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다.

 

"쯧쯧. 너희들도 저런 험할 꼴 당하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해. 내가 왜 너희들을 닦달하는지 잘 알겠지?"라고. 아마도 적잖은 부모들과 자녀들이 이번 '쌍용차 현상'을 통해서 '시청각교육'을 받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너나없이 '일류 대학 진학, 이어지는 상류층 진입'이라는 당초 목표의 당위성을 재확인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억울하면 출세해라'는 격언 아닌 격언을 되씹으면서 말이다.

 

우리가 놓치는 우리 사회의 딜레마

 

그래 좋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바로 우리 사회의 악순환이지 않을까. 풀지 못하는 딜레마다. 소위 일류대학 출신자가 많을까, 아니면 이류· 삼류 대학 출신자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학력출신자가 많을까.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또는 자영업자, 농민 등등)에 속하는 서민이 많을까, 아니면 그렇지 아니한 사람(소위 상류 엘리트)이 많을까. 당장 이번 쌍용자동차 회사만 해도 노동자가 많을까, 사용자가 많을까.

 

그 대답은 뻔하다. 한 사회가 지탱되는 것은 이런 대다수의 노동자의 노동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들의 노동이 아니면 '직접 생산'이 있을 수 없고, 한 사회의 모든 이윤이 창출될  수도 없다. 수많은 노동자의 노동은 한 사회를 떠받치는 기반이다. 한 사회에 있어서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이 원리는 너무나 분명한 진실이다.

 

그럼에도 '노동자'가 꿈인 학생은 드물다. '노동자'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으면 다행인 사회가 우리 사회다. 회사가 경영난에 처해도 제일 먼저 거리에 나앉는 것도 노동자다. 임금도 그 노력에 비해 항상 부족하다. 회사가 처한 어려움의 하중을 제일 심하게 받는 부류가 노동자다.

 

이번 쌍용차에서 해고된 한 노동자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왜 회사가 경영 잘 못해서 생긴 적자를 회사가 책임지지 않고, 힘없는 노동자를 해고함으로써 해결하려 하는가. 이것은 부당한 일이 아닌가."라고.

 

정부도 뒷짐 지고 있다. 파업에 동참하는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은 언제 '공권력투입'이 될지 불안해하고 있다. '아마 정부에선 공권력 투입의 타이밍만을 재고 있지 않을까'라는 두려움 속에서. 이 모습이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연구자 안철수가 말한 '노사갈등'에 대한 '백신'.

 

지난 17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안철수 교수. 그의 살아온 세월이 공개되면서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넘어 존경을 얻어냈다.

 

그의 주옥같은 이야기 중 '쌍용차 현상'과 맞물리는 이야기가 있다.

 

"효율성만을 따지는 우리 사회는 잘못됐다. 그렇다면 10년 넘게 의사생활을 하다가 그것을 버리고 컴퓨터 백신 개발자가 된 자신의 삶은 실패한 삶이지 않은가. 이어서 컴퓨터 개발자에서 다시 CEO로,  CEO에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던 나의 이력은 그야 말로 대표적인 비효율적 삶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효율'만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일침을 가했다. 언제나 '정리해고'는 '효율'이라는 공식이 낳은 대표적인 '아들'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효율'만이 '성공'에 이르는 길이었고, '효율'만이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였다. 그런 면에서 '효율'이 과연 '성공'인가를 노사, 나아가서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다시 한 번 더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안철수 교수의 말에 한번 쯤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성공한 사람의 '성공'을 개인화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 사람의 성공은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경종을 울린다.

 

실제로 그는 그런 철학에 따른 삶을 살았다.

 

CEO 안철수는 '노사 백신'을 실제로 사용했다.

 

안철수 연구소 초창기 시절, 컴퓨터 백신이 보편화되지 않아 회사 경영이 무척 어려웠다. 한 외국회사 대표가 안철수 사장에게 "1천만 달러를 줄 테니 그 회사를 자신에게 넘겨라"라고 제시했지만,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는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를 묻는 MC의 질문에 "내가 돈을 받고 회사를 팔면 분명 회사인원을 감축하거나 해고시킬 것이고, 국민들은 무료 컴퓨터 백신을 받지 못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 얻는 것은 돈이 전부인데, 그러한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회사는 나 혼자 일으킨 게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유명한 일화가 하나 더 있다.

 

'안철수 연구소'가 빵빵한 연매출을 자랑하며 성장했을 때 홀연히 그는 떠나려고 했다. 단지 다른 공부가 더 하고 싶어서였다. 이 때 회사를 떠나면서 자신의 주식을 회사 직원 100명에게 모두 나눠주었다. '회사가 이만치 크게 된 것은 모두 당신들 덕분'이라는 것을 말로가 아니라 몸으로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안철수 백신'이 그리운 시대

 

다시 '쌍용차 사태'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참 아쉽다. 쌍용자동차가 적자가 난 것도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정리해고'를 해서라도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사용자 측의 주장도 나름 일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힘이 있는 사용자 측에서 '정리해고'만이 해법이었을까. 아니 '안철수 식'으로 생각해본다면 과연 지금의 쌍용자동차가 있기까지 해고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가 없이 가능했을까. 사용자 측에서 한 번이라도 그들을 단순한 '일꾼'이 아닌 '가족'으로 생각했을까. 수많은 노동자를 마음껏 사용하다가 언제든지 필요 없으면 버려도 되는 부속품쯤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아니 '안철수 식'으로 보면 노동자들이 바로 사용자 자신들을 벌어 먹여 살린 고마운 은인이었다는 개념이 조금이라도 자리 잡고는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쌍용자동차 사태'엔 '안철수 백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나아가서 '상생과 의사소통'이 아쉬운 이 시대에 '안철수 백신'은 '공동 파멸'이라는 바이러스를 없애는 주요한 백신이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난 17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안철수 교수편 재방송(23일)을 보면서 '쌍용자동차 사태'와 겹쳐져 생각이 나서 기록했다. 아무쪼록 쌍용자동차 당사자 뿐만 아니라 정부와 나아가서 전 국민이 '안철수 백신'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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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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