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평가 지지율은 몇 달째 25% 안팎이다(리얼미터 기준).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2003년 갤럽 회장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가 안된다 해서 '정권의 위기' 운운했던 주장을 대입한다면 현재의 이명박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나 다름없다. 다만 공익을 위해 사용하라는 '갑옷'을 입은 검찰의 권력남용과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경찰이 엉뚱하게도 그 주인을 몽둥이로 억압하는 '배은망덕'에 의해 억지로 나라가 굴러가는 형국이다.
애초에 14조 원의 예산을 기준으로 논의됬던 한반도대운하사업은 '녹색성장'의 외투로 갈아입고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개명작업을 거치면서 야금야금 늘어난 추가예산만 무려 8조 원으로, 총 22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으로 편성되서 곧 발주를 하고 지가보상 등의 실제 예산집행이 이루어진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한 한반도대운하사업이, 대통령의 입으로 안 한다고 말했던 그 사업이 지금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사업의 전초사업, 혹은 본사업이 되리란 것을 알지 못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4대강으로 윤색하며 죽어도 대운하는 안 한다고 말하는 그 거짓말 장난에 모난 돌이 정맞기 싫어서 대부분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4대강 정비사업이 일으킨 국정혼란과 대국민불신풍조조장은 어쩌면 사업강행 그 자체보다 더 심각한 것이었다. 대통령 스스로 국민의 불신을 자초한 것이다. 자신이 하는 말을 믿지 못하도록 대통령이 앞장 서서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다른 것은 다 용서받을 수 있다. 경제를 망쳤으면 국민이 협심하고 정부가 신뢰를 회복한다면 과거 97년처럼 금붙이를 모아서라도 다 같이 노력하면 된다. 그러나 언필칭 4대강 사업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돌이키기 어려운 국토의 훼손과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는 대다수 국민이 반대한다. 한 번 저지르면 회복이 불가능하고 환원 비용이 애초 공사비의 열배 가량이 소요된다는 사실은 미국 플로리다 반도의 운하복구사업의 경험을 통해 익히 아는 바다.
흐르는 물을 막아두는 것을 통해서 수질이 좋아진다는 헤괴한 논리가 왜 받아들여져야 하는가? 말도 안되는 집권측의 거짓말에 초등학생도 고개를 저을 몰상식한 일이 소위 '국정수행'이란 미명하에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4대강 정비사업은 이명박 정권의 무덤이 될 것이다. 투표 때만 되면 그동안 소외시켰던 정치대중에게 표변하여 웃는 얼굴을 들이민다고 표를 받아갔을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이면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투표가 예정되어 있다.이명박 정부로서는 본격적인 '중간평가'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만일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을 빙자하여 국토을 유린하는 망국사업이 강행된다면 과연 집권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어떠할까?
안 그래도 갖은 흠집에도 불구하고 경제 하나만은 살려줄 것으로 기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 행보가 고소영/강부자로 상징되는 특권층 이권 챙겨주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 만천 하에 드러난 지금, 그러한 실망감을 수렴하는 대표적인 사업인 4대강 정비를 빙자한 '토건 마피아 이권챙겨주기'를 강행한다는 것은 마치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자살행위와 다름없는 것이다. 좋아할 국민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지 오래지만 차마 큰소리치지 못했던 이유가 다름아닌 자신들의 손으로 잘못 뽑은 지도자라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불만을 크게 표출하지 못했던 국민이 '이제 내 뜻은 이렇다!'고 크게 외칠 수 있는 시기가 점차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4대강 정비사업이 본격 추진되려는 찰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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