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및 언론사 닷컴들로 인한 피해도 언론중재법에 의해 구제받을 수 있다."
"소수·약자의 표현수단 억압으로 인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
"공표된 보도의 원본 또는 사본을 6개월간 보관해야 한다."
"모든 인터넷매체에 당장 벌칙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개정된 언론중재법 시행을 한 달 보름여 가량 앞두고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언론중재위원회(위원장 권성)는 24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2시간여 동안 전주코아리베라호텔에서 '개정된 언론중재법'을 놓고 지방토론회를 개최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전북중재부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지역 언론계와 시민단체 관계자, 기관 및 단체의 홍보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주제발표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 움직임과 함께 최근 검찰의 MBC <PD수첩> 수사와 관련,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한 것에 대해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양심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언론중재법 시행이 이러한 부작용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일었다.
권혁남 교수 주제발표, "포털에 의한 피해구제 요구 비등... 법 개정"
이날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전북중재부 중재위원)는 '개정된 언론중재법을 통해본 인터넷 공간의 언론피해구제 내용과 과제'란 주제발표에서 "2008년 현재 만 6세 이상 국민의 인터넷 이용률은 77.1%, 이용자 수는 3536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이용도가 가장 높은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며 "국민들의 일상생활 의존도에서 인터넷은 83.1%로 텔레비전(10%)과 신문(4.1%)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고 미디어 이용실태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이어 권 교수는 "국민들의 미디어 이용과 신뢰, 만족도 등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인터넷 매체에 대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요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포털 뉴스에 의한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에 대한 요구가 비등하다"고 전제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지난 2월에 포털 등 인터넷 기반 뉴스 서비스와 관련해 언론중재법이 개정되어 올 8월 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당장 미칠 영향과 그 파급에 비하면 아직 많은 국민들의 인식은 미미한 것 같다"면서 인터넷 공간의 언론피해 구제내용과 향후 과제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날 권 교수가 소개한 새로운 언론중재법은 크게 4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개정 언론중재법은 포털·언론사 닷컴 등 인터넷뉴스 서비스와 인터넷 멀티미디어방송(IPTV)을 조정중재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지난 2005년에 제정된 현행 언론중재법에는 인터넷신문만 국한해 적용해 왔던 것을 올 8월부터는 포털사이트와 언론사들이 운영하는 인터넷신문, 즉 언론사 닷컴들도 새 언론중재법에 적용된다.
이밖에 개정 언론중재법은 ▲포털 등이 게재하는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 등을 받은 경우 정정보도 청구 등이 있음을 알리는 표시 게재 ▲인터넷뉴스 서비스 사업자가 보도내용의 원본이나 사본 및 배열에 관한 전자기록을 대통령령이 지정하는 내용에 따라 6개월간 보관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 권고를 신청할 수 있는 조항 삭제 등을 포함시켰다.
"모니터링 의무, 편집통제권 강화시켜 이용자 표현의 자유 위축시킬 수도"
개정 언론중재법은 적용매체의 확대뿐만 아니라 ▲서면에 의한 이의신청 ▲중재결정의 취소 ▲정정보도 청구의 소 ▲시정권고 등에 있어서도 피해 당사자의 권리구제 폭을 더 넓혔다는 점도 특징을 이룬다.
이날 권 교수는 "개정 언론중재법은 기존 언론중재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터넷 포털 및 언론사 닷컴 등에 의한 수용자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이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가 필요하다는 현실과 요구를 감안해 해당 인터넷뉴스 서비스를 언론중재법이라는 법률의 규율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 언론중재법 시행과 함께 적지 않은 문제점도 발생할 것으로 그는 지적했다. 권 교수는 개정된 언론중재법 소개에 이어 "포털이 언론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지게 되면 실제로는 모니터링 의무와 편집 통제권을 강화시켜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많은 나라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위해 인터넷 상의 규제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타율적인 규제 틀은 인터넷 서비스의 역동적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며 수용할 경우 과도한 규제비용과 부작용, 우회 서비스 등으로 인해 실제 규제효과가 낮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법과 정책적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소화하려는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도 제시됐다. 개정 언론중재법 시행에 앞서 해결돼야 할 선행과제들로 권 교수는 ▲언론사닷컴의 명확하지 않은 신문법 상의 법적인 개념 정비 ▲새로운 언론중재법에 규정하고 있는 인터넷신문과 인터넷뉴스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보관의무 부여로 인한 경제적 부담요인 발생에 대비한 대책 마련 ▲포털을 포함한 인터넷 기반 뉴스 분쟁처리 시 반론 및 정정보도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잣대 마련 등을 제기했다.
"제15조 7항, 영세한 인터넷신문 사업자들에겐 문 닫으란 것과 같다"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미디어법과 방송관련 검찰 수사 등에서 나타난 언론 및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된 점을 우려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언론중재법의 포괄적 규제 확대보다는 실질적이고 신속한 구제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지역신문 관계자들은 "지역신문과 제휴한 거대 포털 사이트들이 선정적인 기사 제목만을 골라 노출시킴으로써 손해배상 청구 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언론중재위에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비율)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무엇보다 언론중재위 결정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언론중재위 존립자체가 의미 없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 놓기도 했다.
또 다른 참석자들은 "당장 8월부터 뉴스통신 보도의 원본 또는 사본을 공표 후 6개월간 보관하도록 명시한 새 언론중재법 제15조 7항은 영세한 지역 인터넷신문 사업자들에겐 문을 닫으란 것과도 같다"며 "예산이 당장 수반돼야 하는 데 이에 대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성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은 "새로운 언론중재법은 그동안 파급력이 컸으나 피해구제가 사실상 어려웠던 인터넷뉴스 서비스 매체들에게도 확대 적용된다는 점에서 피해구제 또한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기구와 인력시스템을 대폭 개선할 것"이라며 "전문인력 보강, 당직 중재부 및 상설 중재부 운영, 전국 중재부 위원들이 신속한 정보교류와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전산시스템 도입 등을 위해 예산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한 "뉴스통신 보도의 원본 또는 사본을 일정기간 보관하도록 하는 시행령은 관계부처에서 현재 검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언론사들 간 조정신청 건수도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민사조정센터 설립을 확대할 것도 적극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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