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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따뜻한 온천에서 수영하며 지내니 부러울 것이 없다. 떠날 시간이다. 모닥불에 모였을 때 부부가 추천했던 더글러스 온천 (Douglas Hot Spring)을 다음 목적지로 정했다.

 

간단히 텐트를 걷어 차에 챙기고 길을 떠난다. 가는 길에 호주 관광지로 유명한 캐서린 계곡(Katherine Gorge)이 있다. 들리지 않을 수 없는 호주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이곳에는 많은 계곡이 있으며 계곡 사이로는 강이 흐르고 있다.

 

캐서린 계곡 입구에 있는 제법 큰 박물관에는 캐서린 계곡을 설명하는 많은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분포된 동식물은 물론 태양빛을 받은 바위의 열기를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박물관 옆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어 있다.

 

며칠을 걸려 등반하는 코스가 있고 카누를 타고 강줄기를 올라가는 코스도 설명되어 있다. 수영은 자신이 없고 계곡을 등반하기도 어렵다. 가장 쉽고 많은 관광객이 선택하는 관광객을 위한 배를 타고 강을 둘러본다.

 

노던 테리토리 (Northern Territory)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보기 위해 배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배를 타고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며 보는 계곡들은 정말 아름답다. 절경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에 익숙한 사람들은 카누를 타고 계속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으나 우리는 도중하차하는 기분으로 배를 타고 다시 내려왔다. 젊은 사람들은 배낭을 짊어지고 산행을 한다. 돈 많은 사람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계곡 위를 날아다닌다.

 

 

반나절을 캐서린 계곡에서 보내고 더글러스 온천에 도착했다. 이곳은 지방 정부에서 마련한 화장실과 상수도 시설만 간단하게 설치되어 있다. 입장료는 입구에 있는 돈 봉투에 넣고 자동차 번호를 적어 함에 넣으면 된다. 온천욕은 마타랑카와 마찬가지로 무료다. 텐트를 치고 화장실 등을 이용하는 비용만 저렴하게 받고 있다. 싼값에 텐트를 치고 온천욕을 공짜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온천물이 시냇물처럼 흐르는데 물은 뜨거워서 손을 델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차가운 냇물도 흐르고 있기 때문에 두 물이 만나는 곳에 몸을 담그고 누워 본다. 배꼽 위로는 차가운 시냇물이 흐르고, 배꼽 아래로는 차가운 시냇물과 적당히 섞인 따뜻한 온천수가 흐르는 곳을 찾아 몸을 담그고 누워본다. 따뜻한 온천수가 배꼽을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조금 상류로 올라가니 꽤 많은 양의 온천수가 서서히 흐르고 있다. 강물은 한국의 목욕탕 정도의 온도다. 뜨거운 온천물에 들어가 땀을 빼면서 서성거리며 온천욕을 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한 노인이 수영으로 20미터 정도 되는 강폭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수영 못하는 서러움을 또 당하고 있다. 한국에 이런 온천수가 있으면 빌딩이 들어서며 개발을 했을 터인데 이곳은 자연 그대로다. 

 

유난히도 밝은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조금은 처량한 기분이 드는 가락이다. 그리스 노래라고 한다. 아마도 그리스에서 이민 온 노친들이 술 한 잔 나누고 고향을 생각하며 이국에서 부르는 노래일 것이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희랍인 조르바라는 흑백 영화에서 유명한 배우 앤서니 퀸이 바닷가에서 두 팔 벌리고 춤을 추던 음악. 바로 그런 음악이다. 별빛 초롱초롱한 밤하늘에는 박쥐가 떼를 지어 이동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온천욕을 하러 가는 데 마타랑카 온천에서 만난 부부를 만났다. 매년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어제저녁에 음식 냄새를 맡고 2미터가 넘는 뱀이 텐트 옆으로 나왔다고 한다. 독이 없는 뱀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뱀이 3마리 살고 있는데 작년에는 앉아 있는 의자 밑으로 기어간 적도 있다고 한다. 뱀이라면 질색을 하는 나에게 산속에 사는 다람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뱀 이야기를 신나게 한다.

       

조지 타운(George Town)에서는 부엉이가 먹을 것을 달라고 식탁 위로 날아오고, 이곳에서는 뱀이 고기 굽는 냄새를 맡고 왔다 갔다 한다. 도시보다는 낯선 동물과도 벗할 수 있는 시골에서 살고 싶다.

 


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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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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