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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UN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함세웅 이사장
2009 UN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함세웅 이사장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6월 26일(금) 오전 10시 30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2009 UN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번 기념행사는 UN이 정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아 고문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동안의 지원 노력과 현황을 되짚어 보기 위해 마련됐다.

피해자 증언에 나선 조작간첩사건의 피해자인 김양기씨(1986년 일본관련 조작간첩 사건 피해자)는 "23년이나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그 순간에 머물러 있다"며 말을 꺼냈다. 고문 당시의 치욕과 수모, 두려움과 공포, 모멸감과 분노는 23년 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민가협의 권유를 통해 봉은사 고문피해자 치유모임에 참석하게 되었고 이곳에서 처음으로 고문에 대해 말을 꺼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죽는 그날까지 고문의 아픈 상처를 짊어지고 같이 살아가야 하겠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고문이라는 괴물을 옆에다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남의 말 하듯 고문을 이야기하고 잠깐이라도 고문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치유모임을 통해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좀 더 많은 고문 피해자 치유 모임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재활치료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고문 피해자들이 정신적 심리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진범수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지난 2008년 6월부터 시작된 봉은사 치유모임의 1년간의 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봉은사 고문피해자 치유모임은 민가협을 중심으로 정혜신, 문요한, 진범수, 배기영 등 정신과 의사 4명과 임상심리학자 등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봉은사에서 고문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진범수씨는 "봉은사 치유모임이 국가 폭력에 의한 상처를 가진 우리 이웃들에게 치유와 회복을 위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 소장은 "이스탄불 의정서"에 대해 소개했다. "이스탄불 의정서"는 "고문과 그 결과에 대한 효과적인 법적 조사와 증거 기록에 관한 국제적 기준들을 최초로 제시한 포괄적 지침서"로 1999년 유엔의 공식 문서로 채택되었고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국어판이 나왔다. 이스탄불 의정서는 "고문이나 비인도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의학적으로 평가해야 하는가와 그들이 진술하고 있는 고문 사건을 어떻게 조사해야 하는가에 대한 국제적인 지침서"로 사법부와 기타 조사기관에 보고할 때 국제적인 기준으로 사용되도록 만들어졌다. 이화영씨는 고문 금지 노력뿐만 아니라 국가폭력에 의한 고문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사과와 재활 프로그램 마련 그리고 국가의 이스탄불 의정서 실현 의지를 촉구했다.

 민가협은 1987년 교도관 신분으로 조직간첩사건 피해자인 김양기 씨의 고문피해를 재판에서 증언했던 이용현 교도관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민가협은 1987년 교도관 신분으로 조직간첩사건 피해자인 김양기 씨의 고문피해를 재판에서 증언했던 이용현 교도관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어, 민가협은 1987년 교도관 신분으로 조직간첩사건 피해자인 김양기씨의 고문 피해를 재판에서 증언했던 이용현 교도관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감사패에는 직업상의 불이익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고문피해자를 위해 증언한 용기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았다. 이용현 씨는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조그만 행동으로 말미암아 고문피해자들이 용기를 얻으셨기를 바라며, 정부가 나서서 고문피해자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2009년 UN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은 우리의 선언"을 발표하며 행사를 마쳤다. 

2009년 UN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은 우리의 선언
지난 해 6월 26일 고문피해자들의 고통에 이 사회가 귀를 기울여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한지 꼭 1년 만에 우리는 다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땅의 수많은 고문피해자들이 홀로 고문을 견뎌온 것에 경의를 표하며, 그 동안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그치고 말았던 고문피해자들의 고통에 끝까지 함께 할 것을 다시 약속합니다.

오늘 UN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에 함께한 우리 참가자 일동은, 고문방지위원회 등 국제사회가 한국정부에 권고한 내용을 상기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첫째, 정부는 과거 일어났던 고문 사건에 대해 국가 차원의 사실 조사를 실시하고, 마땅히 피해장게 사죄해야 합니다.

둘째, 고문피해자에 대해 공정하고도 적절한 배상을 해야 합니다.

셋째, 고문 피해자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치료하고, 재활을 위한 포괄적 프로그램을 수립해야 합니다.

넷째, 반인도적 행위인 고문을 범죄로 규정하고 시효를 두지 않는 제반 법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합니다.

다섯째,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에 즉시 가입해야 합니다.

우리 참가자 일동은 오늘,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고문피해자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고문 후유증 치료에 나서기 위해 우리의 작은 힘부터 모아 나갈 것을 선언합니다.

2009년 6월 26일
UN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기념대회 참가자 일동


#고문피해자 #이스탄불 의정서#김양기#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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