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케이블카 논쟁은 다른 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오랜 논쟁거리다.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 등 국립공원 지역에서 선거 때마다 튀어나온다. 하지만 공약이 모두 실천되지 못한 것은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사업 타당성에 대한 검증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 행정구역상 여러 지자체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의 경우, 여러 지자체간 경쟁과 견제도 작용한다. 우리 지역에 세우는 건 좋지만 산 반대편 다른 곳에는 안 된다는 논리다.

 

'가급적 피한다'로 해결 보려는 환경부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1인 시위  지난 6월 7일부터 산양 아빠 박그림씨가 대청봉에서 일주일 동안 케이블카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1인 시위 지난 6월 7일부터 산양 아빠 박그림씨가 대청봉에서 일주일 동안 케이블카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했다. ⓒ 녹색연합

환경부가 지난 해부터 친환경로프웨이협의체를 운영하고 기존 지침에서 대폭 완화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5월, 가장 논쟁이 되었던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거리 규정을 2km에서 5km로 늘이는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제 7월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사실상 모든 절차는 끝난다.

 

환경부가 운영한 협의체에 녹색연합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도 참여했다. 이미 2004년에 만든 삭도 지침이 있는데, 갑자기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2004년 이후 크게 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환경부의 사회적 합의 기구에 대한 믿음을 갖고 참가했다.

 

하지만 6개월간 운영된 협의체에서 환경부는 공공연히 케이블카 규정 완화를 염두에 둔 발언을 했고, 결국 환경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 최종안은 협의체 논의 사항과 차이가 컸다. 생태자연도가 우수한 지역은 케이블카 입지 제한 사항으로 규정해 놓았던 기존 삭도 지침에 비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대부분 '가급적 피한다'는 말로 애매하게 규정되었다. 각 산의 대표적 상징성을 갖고 있는 주봉에는 가급적 피한다고 되어 있는데, 환경부는 주봉은 각 산에 하나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봉은 산 정상부에서 어느 범위까지 포함하나? 여기에 대한 답은 없다.

 

5킬로미터라는 거리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본래 자연보존지구 지정 목적이 생태계 보호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보존지구에 시설이 더 이상 들어오지 말라는 의미지, 그것이 5킬로가 아니라 3킬로면 허용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법상으로 자연보존지구 지정 목적이 분명히 명시되었음에도 케이블카 논쟁을 비롯해 국립공원 내 시설 논쟁이 계속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지자체장이나 공무원들 인식속에 국립공원은 생태계 보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휴양지로 인식되어 있기도 하다.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산을 찾고, 친목도모를 위해 관광하는 것도 자연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뿐 아니라 미래세대도 자연을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태계 보호는 필수다. 따라서 대부분 산 정상부에 해당되는 자연보존지구 만큼은 국가가 나서서 강력하게 보존해야 할 지역이다.

 

인파로 넘쳐나는 국립공원

 

전 세계 가장 큰 민간환경단체인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은 각국의 보호구역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생태계 보존뿐 아니라 휴양 기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은 이용객의 수를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핵심 구역을 갖고 있으며 핵심 구역은 생태계 보전이 최고의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용객의 수를 얼마나, 어떻게 통제하는가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탐방 압력은 가히 살인적이다. 매년 3800만 명이 전국 20개 국립공원을 찾고 있는데, 다도해를 제외하면 특히 북한산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에 집중되어 있다. 북한산에는 75개 탐방로, 지리산에는 24개, 설악산에는 15개 탐방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탐방로는 모두 정상으로 향해 있고 이들 산의 정상부 대부분은 훼손되거나 복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케이블카 반대 시위  지난 6월 4일, 환경의 날(6월 5일)을 앞두고 환경부 앞에서 환경활동가들이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피켓팅을 벌이고 있다.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케이블카 반대 시위 지난 6월 4일, 환경의 날(6월 5일)을 앞두고 환경부 앞에서 환경활동가들이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피켓팅을 벌이고 있다. ⓒ 녹색연합

결국 케이블카는 정상부로 향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어떻게 하나 문제다. 환경훼손은 얼마까지 인정하고 지역주민들의 경제 소득 요구와 어떻게 절충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산 정상부로 이어진 길이 너무 많다면 케이블카를 건설하더라도 다른 탐방로 전체 또는 일부를 폐쇄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산을 끼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합의 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우리 지역 탐방로는 폐쇄되는데 다른 지역에 케이블카가 건설된다면 어느 지역 주민이 찬성할 수 있겠는가.

 

케이블카의 오래된 논쟁은 이제 다른 방법으로 풀 수 없다. 환경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반대해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대청봉에 천왕봉에 인수봉에 올라 1인 시위를 했다. 온 몸으로 정상부에 케이블카가 들어서는 것은 막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양양군 등 케이블카를 강하게 추진하는 지역의 공무원이나 군의원들은 환경부가 여전히 못 미덥다.

 

환경규제 풀어준다고 해 놓고서 사업 신청하고 환경영향평가 단계,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통과시켜 주지 않을까봐 전전긍긍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니 함께 모여 지혜를 나누기란 힘들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람들을 모아놓고 의견 차이를 발견하고 좁히는 역할은 정부의 본래 임무다. 그런데 환경부는 오히려 자연공원법 공청회도 개최하지 않고, 기존에 3년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 놓은 삭도 지침마저 바꿔버렸다.

 

미국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단 하나도 없고, 일본도 90년대 이후에는 단 하나도 건설되지 않았다. 환경훼손이 심각하기 때문에 생물종다양성 보존이 기후변화와 더불어 최대 과제가 된 지금에 케이블카는 운하와 마찬가지로 구시대 유산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고, 이미 만들어놓은 결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소통 없는 정부, 환경부는 그 맨 앞에 서 있는 듯 하다.

덧붙이는 글 | 고이지선 기자는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국장입니다. 


#케이블카#지리산#국립공원#설악산#환경부
댓글

녹색연합은 성장제일주의와 개발패러다임의 20세기를 마감하고, 인간과 자연이 지구별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초록 세상의 21세기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