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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한낮 무더위를 피해 오후 늦게 아랫밭에 나가 논을 둘러보고 온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시자 마자 역정을 내셨다.

"참 황당하시다"는 아버지는 "왜 그러냐"는 어머니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는데, 아랫밭 논에 누군가 풀약(제초제)를 뿌려 벼를 모두 태워버렸다 했다.

짙푸른 색을 띄는 벼가 노랗게 변해 있었다.
 짙푸른 색을 띄는 벼가 노랗게 변해 있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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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논둑과 벼에 대고 제초제를 뿌려댔다.
 누군가 논둑과 벼에 대고 제초제를 뿌려댔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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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을 경계로 예전엔 논이었던 동네 사람의 땅을 사들여 밭으로 개간한 외지인이 제초제를 뿌렸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면식이 있는 이웃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 고장 사람이 아닌 딴 사람이었다 한다.

화도 나고 답답해 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도 "왜 남의 논에 제초제를 뿌리냐?"며 같이 화를 내셨다. 아버지는 "저렇게 풀약치면 논도 벼도 다 못쓴다"면서 "한해 농사 망쳤다"고 저녁 내내 분해하셨다.

분을 삭힌 뒤 아버지는 다음날 논과 벼농사를 망친 이에게 전화해 항의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제초제를 뿌린 논의 벼를 베어먹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고, 다른 것을 다 빼고 쌀 한가마 값(20만원)만 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미안한 기색도 염치도 없는 외지인은, 지금까지 모른척 하고 있다.

제초제를 논과 벼에 뿌린 이는 이웃밭 외지인이었다.
 제초제를 논과 벼에 뿌린 이는 이웃밭 외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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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과 논둑은 제초제 범벅으로 시뻘겋게 타들어가 있었다.
 밭과 논둑은 제초제 범벅으로 시뻘겋게 타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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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제에 타들어간 벼 잎사귀처럼 농심도 병든다!!

농촌 현실을 모르는 몇몇 도시인들이나 외지인들은, 요즘 농촌이나 농부들의 인심이 예전과 다르다고 각박하다고들 한다.

그런데 정작 농사짓고 먹고 살기도 힘든 농촌을 더럽히고 농부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그들이다. 땅투기를 일삼는 각종 개발사업으로 논밭을 파괴하고, 땀흘려 키운 농작물까지 훔쳐가는 등 피해를 입히고 있다.

외지인은 한해 벼농사를 망쳐놓고 사과도 없다.
 외지인은 한해 벼농사를 망쳐놓고 사과도 없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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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제 때문에 논둑과 논이 타들어갔다.
 제초제 때문에 논둑과 논이 타들어갔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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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런 문제들이 하루 이틀 벌어지는 것이 아닌데도, 관계 지자체는 민원을 넣지 않는 이상 이런 일들은 소홀히 한다. 그러다보니 하소연 할 곳도 없는 순박한 농심은 점점 더 멍들어간다. 제초제에 시뻘겋게 타들어간 벼처럼 말이다. 

암튼 땅과 벼농사를 망친 외지인이 은근슬쩍 이 문제를 넘기려 하면, 윗밭을 망쳐놓은 서구청이나 경찰에 민원신고를 할 생각이다. 이젠 더 이상 못 참겠다.

제초제를 뿌려 벼 잎사귀가 타들어갔다.
 제초제를 뿌려 벼 잎사귀가 타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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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과 농심은 제초제에 타들어간 벼처럼 메말라간다.
 농촌과 농심은 제초제에 타들어간 벼처럼 메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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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제초제, #외지인, #논, #벼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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