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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방송대학 기말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방송대학 시험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만의 독학 사랑으로 학위 연인의 발전에 이르는 관계이다보니 시험 또한 하루만에 18학점의 의식행사가 모두 끝나 버리지요.

 

물론 요즘은 방송강의도 잘 되어있고 학과별 스터디그룹도 활발히 운영되어 예전 선배님들보다는 조금 쉽고 편하게 정보를 이용한다는 점이 부담을 덜게 해주고 있답니다.

 

2주전부터 시간나는 틈틈이 과목별 정리를 해왔던터라 아침에 삼산잔디구장에서 조기축구를 화끈하게 마치고 부랴부랴 제물포에 위치한 O공고로 향했습니다. 중간고사를 행사관계로 보지못해 기말고사를 무조건 70점(중간 30점) 맞아야 과락을 면할 수 있는데 역시나 시사영어과목은 저를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범위가 책 한 권인 관계로 설렁설렁 공부했던 저에게 두 눈의 캄캄함 속에 또 다른 낙제의 아픔을 안겨다 주리라는 확신이 들었지요.

 

그렇게 한 과목 시험을 끝내고 털래털래 돌아오는 교정 한 켠에 이주노동자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기구를 가지고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크리켓… 맞죠?"

"네~. 맞아여… 크리겟… 매주 이곳에서 우리나라 사람끼리 모여 운동해요."

"아… 그렇군요. 어디서 오셨나요.?"

"스리랑카요… 전부 스리랑카에서 왔고 안산하고 인천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러시구나, 하는 폼이 예사롭지 않아서 구경 하다가 물어보게 됐네요."

 

두 눈으로 직접 크리켓 경기를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어렸을 적 TV를 통해 영국에서 유행하는 경기를 접한 적이 있었고 시험공부를 하다가 체육이론 과정에 이 경기를 소개하는 글을 읽게 되어 어렴풋이 떠오르는 연상 작용에 정확히 기억할 수가 있었답니다.

 

"하시는 걸 보니까 정말 잘하시네요. 자주하시나 봐요?"

"네. 한국 사람들이 축구나 야구하는 것처럼 스리랑카에서는 크리켓을 즐겨 해요."

"사람이 꽤나 많은데 몇 명이서 하는 건가요?"

"11명이요. 각자의 포지션이 따로 있고 장비도 갖춰서 해요."

"아~, 축구랑 똑같은 인원이네요. 그럼 축구하셔도 괜찮겠어요. 헤~"

"축구는 잘 못하고, 우리는 크리켓을 통해 서로에 힘든 일과를 풀곤 해요~"

 

처음 영어로 말할까 한국 말로 말할까 고민하다 어학능력이 짧은 관계로 한국 말로 물어보는데도 조금 어눌하지만 유창한 한국 말 솜씨에 제가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출입문 근처에 서 있는 이주노동자에게 말을 걸고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야구에서 말하는 투수와 타자간의 불꽃 경쟁이 예사롭지 않았고 수비수는 장비없이 맨손으로 하는데도 나와 똑같이 구경 나온 방송대 학생들의 환호와 탄성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습니다.

 

"와우~, 경기만큼이나 한국말 증말로~ 잘 하시네요."

"아니요… 조금요. 잘 못해요. 한국온 지 2년 되다보니 그냥 대화는 가능해요."

"아니에요, 정말 잘 하시는데요. 2년 되었으면 한국 친구도 많이 있으신 것 같은데…."

"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 있을 때 많이 사귀었고요. 한국 친구들하고도 크리켓 자주해요. 그 친구들도 많이 배워서 잘해요."

"아… 그렇군요. 그럼 여기온 이 분들 모두 스리랑카에서 오셨나요?"

"네. 전부요. 스리랑카에서 함께 와서 한국문화 많이 배우고 있어요."

 

어떤 방송을 보니 한국말처럼 과학적이고 어려운 말이 없다고 하던데 2년 되었음에도 말을 이리도 잘하는걸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영어공부만 벌써 몇 년째 계속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외국사람만 보면 '어버버버' 하니 참 갓난 아기도 아니고 겸연쩍기만 하네요. 옆에서 너무 오래 말을 건 탓인지 저도 모르게 더 난해한 한국말로 묻다보니 그 분 또한 당황해서 스리랑카어로 대답하여 저 또한 그냥 '아~네"라며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체류기간 2년이면 벌써 다 끝난 것 아닌가요?"

"아니요. 아직 1년 남았어요. 3년이 만기라 다시 돌아가서 재입국심사 거쳐야해요."

"한국 와서 불편한 것 많죠. 속상하고 고생도 많이 하시고 그러죠?"

"… 그… 렇… 죠… 헤… 다 돈벌어 먹고 살려고 하니까 그런거죠..뭐"

"…얼마전 출입국심사국에서 한국 공무원들이 너무 심하게 단속을 하는 것 보고 맘이 아팠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대우를 해주지않아 맘도 아픈데 그런 모습보니까 솔직히 저희들도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요. 다시 우리나라에 가더라도 돈이라도 제대로 받았으면 해요.

한국사람들 정말 착하고 사귀면 더 좋은데요. 그냥 친구처럼 똑같이 대해주면서 우리하고 차별하지말고 웃으면서 잘 대해주었으면 좋겠어요."

 

크리켓 경기는 6회가 전부라고 합니다. 대화가 끝나갈 무렵 마침 경기가 끝나서 '잘 지내고요. 돈 많이 버셔서 고국에 가시면 행복하게 잘 사세요~'라고 짧은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감정들이 교차되었습니다.

 

최근 이주노동자의 한국 생활기를 다룬 영화들이 주목받고 있더군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생활고와 인권침해 사례, 문화적 차별, 노동 및 성적 착취 등을 이주노동자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하게 표현한 독립영화입니다 .

 

"…제발 때리지만 말아주세요…."

"…우리도 인간이랍니다…."

 

2년동안 손가락까지 잘리면서 열악한 환경을 참아내며 일을 했지만 체불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되레 사장에게 뭇매를 당하자 고통을 참지 못해 그나마 짧게 배운 한국어 문장인 '때리지 말라'는 저 한 마디가 왜 그렇게 부끄러운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국가적 자본의 취득 행태가 달라서 그 나라에서는 엘리트 교육과정과 고위직에 있을 정도로 인정받았던 사람들이 한국 오면 돈을 많이 벌게 된다는 일념으로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3D업종에 종사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러 입국하고 있지만 그에 상응한 국가적 기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제도권 밖에서 인권침해의 박해만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건장한 부랑자는 달구지 뒤에 결박되어 몸에서 피가 흐르도록 매를 맞고 그 다음에 그들의 출생지 또는 최근 3년간 거주한 곳으로 돌아가 노동에 종사하겠다는 맹세를 한다. 그리고 부랑죄로 두 번 체포되면 다시 태형에 처하고 귀를 절반 자르며, 세 번 체포되면 그는 중죄인으로 또 공동체의 적으로 사형에 처한다." -맑스가 '피의 입법'이라 이름 붙였던 과거 '빈민법'의 내용중 하나입니다.

 

조금 과장된 비교일지 모르지만 역사의 흐름속에 시대가 진보하였고 인권도 상당부분 향상되었다지만 아직도 이런 모순적 행위들이 다른 나라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안따깝습니다.

 

자기의 나라가 처한 최악의 경제 상황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코리안 드림'은 이주노동자들로 하여금 또다른 핍박과 아픔으로 내몰려 몸과 마음의 크나큰 생채기를 남긴 채 무일푼으로 고국을 찾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니 이를 어찌해야 하나요.

 

오늘도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숱한 이주노동자들은 그들의 고향이 경제적 상황으로 말미암아 그들을 내쫒았다면 한국의 자본은 그들의 값싼 노동력만을 욕심내려 하고 있질 않나 되돌아 봐야합니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다양한 홍보와 정책으로 한국으로 오게한 정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정해놓은 노동규율 "3년간만 있어라, 회사를 옮기려면 나가라, 결론적으로 군소리 말고 일이나 잘해라, 불법체류자 주제에 무슨 인권 운운하냐" 등의 '고용허가제'라 불리는 또다른 형태의 피의 입법으로 수많은 이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지는 않는지 면밀히 검토해 보고 재고해야 할 시기입니다. 

 

지금도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이나 쪽방촌 생활 현장에서는 저임금, 장시간노동,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및 폭행, 강제단속 등으로 향수병에 채 걸리기도 전에 타국에서 당하는 압박과 스트레스로 하루하루가 지옥같은 느낌으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들을 단순한 외국인 노동자로서 바라보는 관점을 지양하고 인간 자체를 존중하는 인간중심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야만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여 강제단속과 구금, 추방, 난민 신청자격 제한 및 축소, 지문날인 및 생체정보 입력 등 인권침해와 관련되 강압적인 제도들을 당장 폐기해야 합니다.

 

또 최근에는 이주여성노동자들이 결혼이라는 매개로 중간 브로커에게 엄청난 웃돈을 주며 한국에서 정착하는 일들이 생겨나면서 성적학대와 인격모독, 신체 및 정서적 폭력, 양육권 및 교육권 박탈, 빈곤 및 신분상의 불안정으로 자살까지 이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숫자가 5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정부는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사회, 문화, 제도적으로 이주민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열어주겠다고 하였으나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금이라도 현실적이고 실행가능한 제도와 기본적인 인권존중의 범위에서 이들을 보호하고 지원해주는 정책의 집행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 또한 나부터, 가족부터, 주변부터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따뜻한 마음과 나누는 손길로 살갑게 보듬어주면서 동행해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들의 피는 같다. 다만 혈액형만 다를 뿐이다. 한국 사람의 피도 빨갛고 우리의 피도 빨갛다.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이 세상의 모든 피는 같다" - 다큐 '스탑 크랙다운'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출처. <이주노동자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노동자인권연대> <노동자교육기관>


태그:#이주노동자, #인권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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