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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유예기간을 놓고 국회 안에서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한국노총 양대 노총은 30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법 유예는 해고기간 유예에 불과하다"며 "여·야는 정치적 흥정에 나서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7월 1일이 된다면 이후 6개월 간 최대 100만 명이 고용불안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이른 바 '100만 실업대란'설을 '허위사실'"이라며 정부와 여당의 비정규직법 개정 여론몰이를 강력 비판했다.

 

현재 한나라당은 정규직 전환 2년 유예 대상을 상시고용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한정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 민주당은 '시행 유예 불가'가 원칙이나, 일각에선 비정규직법의 합리적 개정을 위해 '6개월 유예'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선진당 역시 ▲ 300인 이상 사업장 법 즉시 시행 ▲ 200인(또는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 1년 유예 ▲ 5인 이상 200인 미만(또는 100인) 사업장 최장 1년 6개월 유예(1년 유예를 전제로 하되 기업의 요청에 따라 6개월 추가 연장)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민주노총 "시행 유예안 단독 상정시 총파업"... 한국노총 "선시행·후보완 해야"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법 시행 2년 만기를 앞두고 '100만 대량해고설' 등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고 사용자의 탈법을 부추겼다"며 이영희 노동부 장관을 허위사실 유포와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도 노동계는 현행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더라도 7월 이후 고용불안 상황에 놓이는 사람은 매월 3만~4만 명 정도에 머물 것이라 예측해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역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토대로 분석해보면 올 7월에 사용기간 2년을 초과하는 사람이 매달 최대 4만 명으로 추정돼, 1년 동안 고용불안 상황에 놓일 노동자는 50만 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또한, 이에 앞서 영등포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시행 유예를 골자로 한 비정규직법이 국회 본 회의에 상정될 경우 즉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며 정치권의 유예 기간 논쟁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들은 "정치권이 강행하려고 하는 '법 시행 유예'는 실제 '해고 자유기간'에 불과하고, '사용사유 제한' 등 근본적 법 개정 없이는 벼랑 끝에 몰린 840만 비정규직 노동과 삶을 되살릴 수 없다"며 "지난 97년 노동법 날치기가 김영삼 정권의 정치적 생명을 끊어놓았듯 비정규직법 날치기는 이명박 정권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26일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철야 노숙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노총 비정규연대회의 대표자들도 이날 오후 12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비정규직법이 그대로 시행되도록 여야가 제발 가만 있어달라"며 "현 비정규직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진할 수 있는 지원책을 강화하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2년이든 6개월이든 법시행이 '유예'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선시행·후제도보완'의 방안으로 결론지어지기 바란다"며 "노동계와의 합의 없이 한나라당이 독자적으로나, 야당과의 졸속적인 합의를 통해 유예를 강행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강한 저항과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업 대란 그토록 염려된다면 지금이라도 사용사유제한 등 입법 보완해라"

 

야4당과 민생민주국민회의(준), 미디어행동 등 범시민사회단체도 곧바로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결연한 심정으로 어떠한 형태의 유예안도 단호하게 반대하며, 비정규직법이 원안 그대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역시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근거도 없는 '100만 실업대란설'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조장하며 비정규직법 강행처리를 공식화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사용자들의 이해관계를 일방적으로 대변하기 위한 것 말고는 어떠한 근거와 합리적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주장"이라며 비정규직법 개정 드라이브를 거는 정부와 여당을 성토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반민주악법이 미디어악법이라면 비정규직법은 반민생악법"이라며 "2년 전부터 구멍이 숭숭 뚫린 악법이었던 비정규직법조차 지킬 수 없다는 데 가증스러움을 느낀다"고 일갈했다.

 

박 대표는 특히 100만 실업대란 논란과 관련해 "그토록 염려가 된다면 노동계가 주장하는 사용 사유 제한, 휴지기간 설정 등 입법 보완을 하면 된다"며 "그런 보완책 등은 논의도 하지 않은 채 협박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연합 박윤미 공동대표는 "유예기간 1~2년 지나면 해고가 안 되는 것인가"라며 "가급적이면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해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더 늘리지 않게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정종권 진보신당 부대표도 "지금의 유예기간 논쟁은 논점이 잘못됐다"며 "뭐 싼 놈이 방귀 뀐 놈한테 성낸다고, 비정규직법을 강행했던 정부가 지금 노동자에게 하는 꼴이 그 꼴이다"고 비판했다.

 

정 부대표는 "2~3년 전 노동자들이 피를 토하며 우려했던 것처럼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근속년수는 1.9년 밖에 되지 않는다"며 "현행 비정규직법에 사용사유 제한을 하는 것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태그:#비정규직, #100만 실업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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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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