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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천에 오래 살고 싶은 논병아리 가족

지난 6월 무더위가 시작되던 여름날 유성천의 저수지에 반가운 가족을 만났다. 노란 눈이 눈에 띄는 논병아리가 새끼 4마리와 한가로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이번에 만난 논병아리는 유성천 상류 저수지에 둥지를 틀고 터줏대감처럼 여유로워 보였다.

저수지에 무성히 자라고 있는 마름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은 정겹기만 하다. 새끼들을 업어서 키울 만큼 논병아리의 자식사랑은 대단하다. 아이를 업고 있는 논병아리의 모습은 경이롭게 느껴진다. 논병아리는 겨울철 하천과 저수지 등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겨울철새이면서, 여름철 하천에서 일부가 번식하는 텃새이기도 하다.

여름철 저수지나 하천의 물이 고인 곳에서 번식하는 논병아리는 조금 독특한 둥지를 만든다. 둥지는 물이 불어나거나 줄어듦에 따라 엘리베이터처럼 위아래로 움직이는데 갈대나 부들에 고정하여 물에는 떠내려가지 않는다. 과연 누가 이렇게 정교하고 과학적인 둥지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을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의 머리를 쓴 것이다. '새머리'라는 표현은 논병아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논병아리는 다른 물새와는 다르게 물갈퀴 대신 판족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헤엄쳐 다닌다. 유선형의 몸은 물속에서도 빠르게 헤엄칠 수 있도록 적응되어진 것이다. 하지만 물에서의 생활에만 잘 적응되어 있어 육지에 생활은 젬병이다. 새끼를 품기 위해 둥지로 올라오는 논병아리의 모습은 힘겹게만 느껴진다. 다리가 다른 새들에 비해 뒤에 달려 있어 육지에서 걷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병아리는 이런 힘겨움을 기꺼이 감수한다.

부리 안쪽의 노란색이 특징적인 논병아리는 사람을 피해 도망칠 때 물위를 재빠르게 걸으며 사람을 피한다. 그 모습이 여간 우수꽝스러운게 아니다. 겨울철 하천에서 이런 모습은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는데, 여러 마리가 동시에 움직이는 모습은 꼭 만화의 한 장면은 연상시킨다.

논병아리는 여름(번식깃=여름깃)과 겨울(비번식깃=겨울깃) 모습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데 여름철에는 검은색과 빨간색의 깃털로 이루어지지만 겨울에는 갈색이 주를 이룬다. 모르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새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런 차이는 번식을 위해 논병아리가 치장을 하는 습성 때문이다.

갑천을 찾아온 논병아리
▲ 논병아리(겨울깃) 갑천을 찾아온 논병아리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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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천 저수지에서 관찰한 논병아리는 새끼들을 어미와 비슷한 크기로 자라 있었다. 유성천에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어 논병아리의 먹이감인 물고기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듯 했다. 유성천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겨울철 다른 하천으로 이동했다가 번식을 위해 유성천을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년에도 유성천에 논병아리가 찾아올 수 있을지 걱정이다. 청계천의 인공하천 개조바람을 타고, 지역의 여러 지천도 청계천을 모델삼아 지천을 공사판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유성천은 상습 수해복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상류에도 하천준설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여기도 4대강 죽이기 사업의 영향을 받은 모양새이다.

이런 과도한 하천공사들은 생태계에는 악영향이 있다. 유성천 상류(현충원 인근)에는 다양한 조류들이 번식하고 있다. 논병아리 이외에도 알락할미새, 붉은배새매, 꾀꼬리, 파랑새 등 다양한 새들의 서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유성천의 하천정비가 지나치게 많이 진행되고 있다.

매년 유성천에서 번식하는 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323호)
 매년 유성천에서 번식하는 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323호)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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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천 상류에 이렇게 많은 조류들이 서식하는 것은 유성천 하류에 다양한 먹이공급처와 휴식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해복구사업과 수영장 조성사업 등이 진행된 이후에는 더 이상, 하천에서 논병아리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성구청은 '청정유성'을 모토로 삼고 있는 지자체이다. 하지만, 유성구는 여기에서 청정은 깨끗함만 있고, 생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유성구청은 유성천에 이어 탄동천 또한 인공하천으로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으며, 잘 복원되어 있는 관평천에 잘 조성되어 있는 싸리나무를 죽이고, 생태계와 관계없는 꽃을 심을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런 막개발 계획을 구상하고 있으면서, 청정유성을 내보이는 것이 너무나 뻔뻔스럽게 느껴진다.

공사현장에는 생태라는 말은 없다.
▲ 유성천 공사현장 공사현장에는 생태라는 말은 없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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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구청이 진정으로 청정유성을 표방하기 위해서는 청계천을 모델로 삼은 어처구니 없는 하천정비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유성천이나, 탄동천, 관평천 등은 청계천처럼 천문학적인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하천이 돈만 들인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하천을 복원한 사례(전주천)들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 돈을 쓰기 위해서 공사를 위해서 하천을 개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공사를 위한 공사는 앞으로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여러가지 모범적으로 복원된 하천(안양천, 수원천)들을 찾아보고, 쓸데없는 돈을 써가며 하천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하천 스스로 자연치유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도 청계천보다 훨씬 좋은 하천이기 때문이다. 현재 좋은 하천을 다시 청계천처럼 안좋게 만들려고 하는 진짜 이유를 이제는 밝혀야 한다.

작년 탄동천 복원사업 설명회에서 담당자가 한말이 생각난다. '이번 공사로 수질은 잡을 수 없고, 그렇게 할 능력도 안된다.' 수질대책이 핵심인 하천에 토목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주민요구사항에 대한 결과물을 가지고 다시 설명회를 해달라는 주민요구에 불가하다는 담당자!! 요식행위로 진행하는 설명회가 무슨 소용이냐며 주민들이 강하게 항의하자 설명회를 급하게 마쳤다.

단편적으로 하천에 대한 유성구청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천수질도 잡지 못하면서 시멘트만 바른다고 하천이 달라진다는 인식은 이제 구시대적 유물임을 유성구청은 명심해야 한다. 이제라도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지 않는다면, 청정유성은 곧 오염된 유성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유성천에 서식하는 많은 생명들을 위해서라도 하천을 개발의 대상으로만 보고 막개발하는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

이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
▲ 2006년 유성천 상류 이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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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유성구청이 생태에 대한 인식을 높여 하천의 자연적 모습들을 찾는 진정한 복원을 진행할 것을 바라본다. 유성천의 생명력이 올해 태어난 논병아리가 다시 찾올 수 있도록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논병아리가 오래오래 유성천에 터를 잡고 살 수 있도록….

덧붙이는 글 | 이경호 기자는 대전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유성천, #유성천 막개발, #논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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